[엘레오스] “전도사님도 2년 있다 가실 거죠?”
[엘레오스] “전도사님도 2년 있다 가실 거죠?”
  • 이상록 목사
  • 승인 2024.01.30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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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염광교회 장애인사역 이야기 5]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고향 같은 교회 공동체

2003년, 창동염광교회 발달장애인부서인 ‘사랑부’를 섬기기 위해 전도사로 막 부임했을 때입니다. 긴장된 마음으로 몇 주를 보내고 난 어느 주일, 휠체어를 탄 한 친구가 저에게 다가와 진지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도사님, 전도사님도 2년 있다 가실 거죠?” 초등학생이었던 그 친구의 갑작스런 질문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 말을 듣는 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제게 그런 질문을 던졌던 그 친구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그렇게 당돌한 질문을 던졌던 친구는 교회 인근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살던 친구였습니다.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면서 많은 선생님들을 가족이라고 여기며 살았습니다. 때로는 엄마라고, 때로는 선생님이라고 불렀던 분들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떠났던 경험들, 또 마음을 주었던 봉사자들과 헤어졌던 경험들, 그리고 교회에서 가족처럼 정들었던 전도사님과의 이별이 마음에 많이 남았나 봅니다. 그리고 이제 새로 온 전도사와 정들지 말지를 고민하며, 저에게 던진 질문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는 그 친구에게 무슨 용기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2년보다는 더 있는다. 교회에서 나가라고 하지만 않으면...”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 앞일도 모르면서 제가 왜 그렇게 담대하게 대답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에게 오래 함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로부터 2년의 시간이 흐른 후, 그 친구와 만난 지 3년째 되는 새해 첫 주일. 그 친구를 만나 2년보다는 더 있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을 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사실은 지금도 그 친구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하나님께 감사하며 사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후로 얼마되지 않아, 그 친구가 저희 교회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원래 살던 노원구의 거주시설에서 강동구의 다른 거주 시설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시설을 옮겨갔지만 그 친구와 교회 가족들과의 관계는 지속되었습니다. 명절 때면 함께 했던 사랑부 선생님들과 강동구의 시설로 놀러 가기도 하고, 가까운 곳에 갈 때면 방문해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친구와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로 연락하며, 그때의 목사와 학생으로 관계를 맺고 지내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이던 그 친구는 이제 어엿한 30대 청년이 되었고, 거주시설에서 독립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학에서 사회복지도 공부하고,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으로 자립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며칠 전 주일, 그 친구가 새해를 맞아 인사 겸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저를 만나는 사이에, 그 친구를 알아보는 교회의 많은 분들과 반갑게 인사하면서, 그 친구가 우리 교회는 자신에게 있어 “고향과 같은 교회”라고 고백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교회에 다니고 있지만, 언제든지 오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장애인 친구들에게 교회가 이런 ‘고향 같은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언제든지 찾아오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들이 있는 곳’, ‘내가 소속되어 있다는 평안함을 주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교회가 장애인 성도들에게 오랫동안 주 안에서 사랑으로 서로 만나고, 이어져 갈 수 있는 ‘통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록 목사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이상록 목사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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