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22일은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4대 종교 삼보일배 행진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 300일이 넘었지만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등 어느 것 하나 이뤄진 것 없는 참담한 상황 속에서 진행된 행사였기에 참여하는 마음이 더욱 무거웠습니다. 시민들과 유족들 그리고 불교를 비롯한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국내 여러 종교계가 함께 모여 세 발자국을 걷고 꿇어 기도하는 3일간의 행진을 하며 사회적 참사를 추모하며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마음을 모았습니다.
기독교계는 특별히 세월호 유족들이 세운 ‘4.16목공소’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인의 이름을 새겨진 나무 십자가를 제작해 손에 들고 걸으며 기도하였습니다. 하지만 일부 기독교 언론은 삼보일배 행진을 두고 기독교의 추모 방식이 아니라는 비판적인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기독교인으로 미안한 마음과 부담스러운 마음을 안고 00님의 이름이 새겨진 십자가를 손에 쥐고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으며 기도하며 00님의 이름을 되뇌였습니다. 삼보일배 행진을 마친 이후에도 종종 00님의 이름이 마음속에서 떠오르곤 했습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만난 적도 없는 분이었는데도 말입니다.
한번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어서 그곳에서 문득 00님을 떠올리며 잠깐이나마 기도한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눈 이야기가 00님의 지인 분들에게 전해졌던 것 같습니다. 00님의 지인 분을 통해 제가 미처 몰랐던 00님의 이야기를 더 듣게 되었고, 이렇게 연결된 것이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연결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처럼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기도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무기력하고 보잘것없어 보일 때가 많습니다. 특별히 이태원 참사처럼 커다란 일 앞에서 기도만 한다는 것은 때로는 무책임하게 느껴질 때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성서의 말씀처럼 가장 아픈 곳을 향해 마음이 모이는 현장에서 “함께” 드려진 기도의 작은 응답을 경험하게 되면서 다시금 유족들을 포함한 사회 곳곳에서 드려지는 낮은 자들의 기도가 헛되지 않기를 바라게 됩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확신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