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맘충
[전문가 칼럼] 맘충
  • 손원영 교수
  • 승인 2024.01.25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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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보내면서 틈틈이 밀린 영화를 보고 있다. 오늘은 〈82년생 김지영〉(2019년 작, 김도영 감독)을 보았다. 필자는 그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본 후에도 한참을 멍하게 앉아있었다. 그 영화의 잔잔한 충격이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작품이다. 사실, 지금 글을 쓰면서, 이 글의 제목으로 ‘맘충’이라고 붙여도 될지를 한참 동안 망설였다. 왜냐하면 맘충이란 말이 육아를 하는 젊은 엄마를 심하게 비하하고 또 혐오하는 표현이라서, 혹여나 이 글을 읽을 젊은 엄마들에게 또 하나의 상처로서 2차 가해를 하는 것은 아닐지 고민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남자들을 포함하여 우리 사회가 성평등 및 육아 문제에 보다 깊이 성찰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그 말을 제목으로 그대로 정했다.

보통 맘충이란 ‘엄마(Mom)’란 말에 ‘벌레’를 붙인 신조어이다. 그래서 이 말은 보통 공적인 장소에서 아기의 기저귀를 갈거나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아이 엄마를 일컫는 말로서 그런 젊은 엄마를 벌레처럼 혐오하는 것을 뜻한다. 사실, 이 말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고, 또 그 말이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종종 회자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소위 맘충으로 불리는 젊은 여성들이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고충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에서도 묘사되듯이, 육아를 하는 젊은 엄마들은 산후우울증을 앓고, 육아휴직과 관련하여 남녀 간의 차별 대우를 받고 있으며, 육아로 인해 발생되는 경력 단절의 불안감은 결코 적지 않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한 사회가 되려면 각계에서 논의되는 패미니스트적 논의가 더욱 심화 및 확산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 대한 실질적인 배려와 존중도 더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저출산 대책의 논의도 이런 문제를 간과한 채 진행된다면, 백약이 무효가 될 것이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무엇보다 현재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그 어느 사회적 섹터에서보다 차별적인 듯하다.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평등한 존재로 고백하면서도, 교회는 여전히 남녀 간의 불평등을 너무나 당연시하곤 한다. 여기서 불평등이란 단순히 여성 목사나 여성 장로 등과 같은 교회 내의 직분의 불평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 불평등의 문제는 여성을 남자에 비해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 못지않게 소위 ‘슈퍼우먼’으로 생각하는 것도 포함된다. 아니 어쩌면 지금 한국사회의 문제는 여성을 슈퍼우먼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즉 여성에게 육아의 책임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도 잘해야만 하는 원더우먼의 존재로 말이다. 심지어 요즈음 20-30대 젊은 남성들이 남녀평등을 명분으로 해서 여성들에게 남성과 동일한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려는 요구도 과연 적절한 일인지 다시 묻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한정된 역량을 갖고 있다. 주어진 달란트도 다 다르다. 그것을 넘어서는 순간, 그는 넘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영화 속 김지영처럼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내며 왜곡된 이상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남녀 불평등적 상황에서 예술목회란 무엇일까? 일찍이 폴 틸리히(Paul Tillich)는 종교와 문화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종교는 문화의 내용이고, 문화는 종교의 형식이다”라고 말하였다. 이 말을 예술목회에 원용한다면, “남녀의 구별에 앞서서 남녀 모두 자신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은 바 된 참 인간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 영성이요, 그 영성의 표현은 바로 예술이다.” 따라서 예술목회란 남녀 구별에 앞서서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재(창1:27)임을 자각하게 한 뒤, 그것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도록 돕는 일체의 목회적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교회는 맘충과 같은 여성 혐오적인 왜곡된 언어에 저항하면서 보다 철저한 인간화의 노력과 더불어,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예술작품이 복음의 이름으로 교회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되고 또 공유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손원영 교수
손원영 교수
서울기독대학교
(사)한국영성예술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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