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자극의 홍수, 감동의 생수
[논설위원 칼럼] 자극의 홍수, 감동의 생수
  • 안기석 장로
  • 승인 2024.01.18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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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갑진년 새해를 맞았지만 지구촌이 어수선하다. 어수선하다 못해 혼란스럽다.

몇 년째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그칠 줄 모르고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은 잠시 멈춘 것 같지만 후티 예멘반군 등의 도발로 중동은 언제 또 전쟁의 폭음이 들릴지 알 수 없다. 친미 총통이 당선된 대만과 중국의 충돌도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도 개발 못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북쪽의 김정은은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점령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온도계의 수은주는 한없이 내려가고 가까운 나라에서 발생한 지진과 화산 폭발은 한반도도 안전지대가 아님을 위협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경제 전망도 밝지 않으니 살림살이가 어려운 사람들의 비극적인 뉴스가 사회의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은 자기 공천과 자기 진영 강화를 위해 증오와 혐오의 마케팅에 몰두하고 있는 실정이니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은 달랠 길이 없다.

예전 같으면 국가나 지방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해도 가정이나 마을 공동체가 외부의 자극이나 도발에 대해 방파제 역할을 해줄 수 있었는데 이제 초개인주의화된 사회에서는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IMF사태를 겪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생과 협력이 가능했던 공동체의 해체를 목도한 뒤 ‘뭐니 뭐니 해도 머니’라며 돈 앞에 모든 공동체적 가치를 갖다 바쳤다.

글로벌 가구 인테리어 기업 이케아가 지난 1월 15일 발표한 ‘2023 라이프 앳 홈 보고서’는 우리나라 가정 공동체의 해체를 충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사 대상인 전 세계 38개국 소비자 중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가족이 있어도 집에 홀로 있을 때 행복하다’는 비율이 40%로 일본 스위스 미국보다 높다. 자녀와 손주 키우는 즐거움은 8%로 최하위이다. 합계출산율 0.7이라는 세계 최저를 보여주는 우리나라 저출생률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원자화된 개인이 고독감과 불안과 공포를 피하기 위해 쉽게 취할 수 있는 길이 쾌락을 줄 수 있는 ‘나 홀로 자극의 문화’에 심취하는 것이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SNS와 게임사이트와 온라인쇼핑채널 등에는 거짓 욕망을 자극할 수 있는 각종 콘텐츠로 넘치고 있다. 돈과 권력의 욕망 주체들이 만들어내는 가짜 뉴스나 성적인 자극물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알고리즘의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묶여 있는 소비자들은 스스로 그 알고리즘이 이끄는 자극의 홍수 속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휩쓸리고 있다. 마약 중독자의 증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자극의 기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관련이 있다. 도파민은 쾌락 중추에서 형성되는데 짜릿한 쾌감을 주는 행동을 기억하고 반복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도파민이 원래는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고립된 개인이 더 자극적인 쾌감만 추구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분비되다 보면 강박증, 조현병, 과대망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자극적인 쾌감은 공동체보다는 개인이 극대화해서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자칫 반사회적인 파멸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

이런 자극적인 문화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감동의 생수가 절실하다. 자극이 불쾌감과 쾌감과 관련이 있다면 감동은 기쁨과 슬픔과 관련이 있다. 자극이 개인적이고 고립된 것과 관련이 깊다면 감동은 공동체적이고 관계적인 것과 관련이 깊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인가 감동의 문화가 사라졌다. 온라인 미디어는 자극적인 것을 업로드 해야 클릭 수가 올라가니까 더 자극적인 제목과 사진과 동영상으로 도배하고 있다. 증오와 전쟁의 우리 사회를 사랑과 평화의 공동체로 회복시켜주는 감동의 생수를 누가 새해에 흘러넘치게 할 것인가?

안기석 장로<br>​​​​​​​도서출판 ‘세상의 모든 선물’ 대표
안기석 장로
도서출판 ‘세상의 모든 선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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