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카모메 식당〉 - 사연 있는 소시민들의 매력적인 안식처
[영화와 복음] 영화 〈카모메 식당〉 - 사연 있는 소시민들의 매력적인 안식처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4.01.16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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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는 살찐 동물에 약하다. 먹이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자신이 주는 밥을 잘 먹었던 뚱뚱한 고양이 나나오를 좋아했고, 결국 살이 쪄서 죽었을 때 무척 슬퍼했다. 하지만 말라깽이였던 엄마의 사고로 인한 죽음이 아쉬웠던 걸까? 사치에는 핀란드 헬싱키에 ‘갈매기’라는 뜻의 ‘카모메 식당’을 운영한다. 일본 전통음식인 오니기리(주먹밥)가 대표 메뉴인 식당으로, 사람들이 맛있게 많이 먹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하지만 개업하고 한 달이 지났건만, 손님 한 명 없다. 과연 사치에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무레 요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카모메 식당〉은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사연 있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낸 영화이다. 주인공 사치에는 단아하고 정감 있는 여성이다. 반듯하고 교양 있으며 왠지 모를 친근감마저 가득하다. 심지도 굳다. 그는 가장 일본적이고 서민적인 음식(오니기리)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논리를 편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식당 활성화를 위해 다른 메뉴를 제안하지만, 원칙에 어긋난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물론 나중엔 자기 생각을 수정한다.

홀로 운영하던, 손님 하나 없던 식당에 드디어 첫 손님이 들어온다. 토미(야르코 니에미)라는 청년인데, 일본 애니메이션 덕후다. 다짜고짜 카모메 식당에 찾아와서는 ‘갓챠맨(독수리 5형제)’ 가사를 아는지 묻는다. 일본 문화에 관심 가득한 청년을 만난 반가운 마음에 사치에는 가사를 기억해 내려 애쓰지만, 멜로디만 입에서 흥얼거릴 뿐 정확한 가사가 생각나지 않는다. 첫 손님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 후, 사치에는 우연히 들른 쇼핑몰에서 식사하는 일본 여자 미도리(카타기리 하이리)를 발견하고는 무턱대고 찾아가 갓챠맨 가사를 묻고, 둘의 관계는 그렇게 시작된다. 미도리는 무작정 지도를 펼치고 눈감고 손가락으로 찍은 곳이 핀란드 헬싱키였고, 그래서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마땅한 거처가 없던 그는 사치에의 일을 도우며 함께 지낸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일본인 친구 마사코(모타이 마사코)가 합류하는데, 그는 공항에서 짐을 분실한 후 카모메 식당에 들렀다가 함께 생활하게 된다. 이들 세 여인을 중심으로 카모메 식당은 운영된다.

혼자보단 두셋이 낫던가? 손님 하나 없던 식당에,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여럿 보이자 무료 손님 토미 외에 한두 명씩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여기에 맞춰 손님의 기호를 반영한 음식도 하나둘 개발된다. 이에, 식당에 들른 손님들은 우연히 오니기리를 맛보고 그 맛에 반한다. 그렇게 찾아온 손님들은 하나씩 마음속에 담아둔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카모메 식당은 어느새 다정하고 공감력 넘치는 사치에를 중심으로, 음식을 먹는 장소에서 삶이 공유되고 사건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변해간다. 식당은 점점 활기가 넘쳐나고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다.

도대체 카모메 식당의 매력은 뭘까? 정확히는, 식당 자체의 매력을 가능케 한 사치에의 무엇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영화는 그 비법을 사람들을 아우르는 사치에의 삶에 대한 자세에서 찾는다. 신뢰하고 공감할 수 있는 마음, 누군가에게 편히 쉴 공간을 내어주는 마음, 여유롭고 너그러운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 한편엔 아픔을 지니고 있다. 항상 평안하고 여유로울 것 같은 핀란드 사람들도 저마다 아픔이 있다. 그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공통된 정서다.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같다. 바로 그렇게 공허하고 빈,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는 사람이 매력 있는 사람이고, 그가 있는 장소가 매력적인 공간이 된다. 치유와 회복은 바로 그런 사람과 함께 하는 시공간에서 발생한다.

엔딩 씬은 세 여인이 손님을 맞아 인사하는 자세를 서로 이야기하면서 마무리된다. 정중한 자세의 마사코, 약간은 터프한 미도리, 그리고 정감 있고 친근한 자태와 억양의 사치에. 다른 듯하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랑과 공감의 마음 밭을 가졌다는 점이다. 바로 그 마음이 멀리 떨어진 외지의 한 조그마한 식당까지 낯선 사람들이 모이고, 삶을 나누는 공간으로 웃음꽃을 피우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는 진짜 제자는 바로 그런 사람이 아닐까?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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