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의 리딩누크] 교회에서 일을 잘하고 싶은 설교자에게
[설교자의 리딩누크] 교회에서 일을 잘하고 싶은 설교자에게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4.01.18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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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남 외 8인의 『일잘잘: 일 잘하고 잘 사는 삶의 기술』

교회의 일부 성도 중에는 목회자의 일이 설교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목회자에게 설교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은 맞습니다. 그러나 설교는 목회자가 하는 일 중에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일일 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목회자에게 은근히 많습니다. 특히 새해가 되면 교회마다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느라 바쁜데요. 행정 간사가 따로 있는 교회라면 기부금 영수증을 간사가 발급하면 되지만, 행정 간사가 따로 없다면 이를 목회자가 일일이 발급해야 합니다. 목회자가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다 보면 머릿속으로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생각이 듭니다.

목회자에게 필요한 성공의 징검다리

지난 2023년 5월에 도서출판 창비에서 『일잘잘: 일 잘하고 잘 사는 삶의 기술』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판되었습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저자가 쓴 책은 아니고, 번역가, CEO, PD, 유튜버 등의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여성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일 잘하는 기술에 관해 쓴 것들을 하나로 모은 책입니다. 저자 중에 목회자는 한 사람도 없었지만, 이들의 글을 읽으며 목회자가 교회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다양한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 작은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천문학자로서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일하는 심채경 박사는 ‘연구자의 동기 부여법’이라는 글에서 어떻게 하면 연구자가 작은 성취감을 꾸준히 맛볼 수 있는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발표가 끝난 뒤 어떤 성취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종류든 간에 우리는 사소한 성취라도 느껴야 큰 목표를 향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것은 ‘사소한 성공의 징검다리’라고 부릅니다. 넓은 개울을 한걸음에 건널 수는 없지만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면 그저 작은 걸음을 하나씩 떼는 것만으로도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다음 징검다리가 너무 먼 곳에 놓이지 않도록, 나 자신이 지쳐 쓰러지기 전에 스스로에게 다음 징검다리를 놓아주어야 합니다.” (33쪽)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 사이에서

목회자에게 교회 일이 버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목회 중에 성취감을 맛볼 기회는 거의 없고, 하기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계속 수행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목회자가 아무리 하고 싶지 않은 일일지라도 목회자는 그 일을 통해 더욱더 자라날 수 있습니다. SBS 디지털뉴스랩에서 일하는 홍민지 PD는 하기 싫은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학교라는 우물 안에서 나와 사회에서 직업인으로 살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현실에서는 원하는 것만 갖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은 1 + 1행사 상품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하기 싫은 일도 해야만 했다. 하기 싫은 일을 잘할 때까지 하다 보니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기 싫은 편집을 하고 쓰기 싫은 글을 썼더니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좋은 동료들과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51쪽)

일하는 목회자에 관한 담론에서 의외로 목회자가 교회에서 수행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는 잘 언급되지 않습니다. 일하는 목회자라고 말하면 흔히 교회 밖에서 하는 일만 언급하지, 목회자가 교회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일을 수행 해야 하는지 잘 언급하지 않습니다. 새해를 맞아 교회에서 목회자가 수행하는 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 일이 정말로 필요한 일인지, 그 일이 정말로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더 잘 할 수 있는 건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고된 사역으로 번아웃되어 그만두는 목회자는 줄어들고,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성취감을 맛보는 목회자가 더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황재혁 목사<br>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br>​​​​​​​본보 객원기자<br>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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