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이오스]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텔레이오스]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 김희룡 목사
  • 승인 2024.01.16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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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필자는 지난 12월 4일 서울 시청에 분향소를 차려놓고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공동대책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2023년이 다 가기 전, 마지막 남은 국회의 정기 회기 안에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했습니다.

필자는 같은 시대의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그리고 개신교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기자회견문을 작성했습니다. 그 기자회견문에서 필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첫째, 사회적 참사의 의미는 무엇인가? 둘째, 우리 시대 대한민국 사회의 안전을 책임지는 책임 주체들의 더욱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사회적 참사라는 것은 말 그대로 사회적 모순에서 기인한 참사라는 뜻입니다. 사회적 모순에서 발생한 참사는 언제나 일회적이고 우발적인 사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회적 참사는 사회적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같은 종류의 참사는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적 모순에 기인하는 사회적 참사는 운이 나빴던 어느 한 개인이 당한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사실상,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회적 구성원에게 일어날 수 있었던 사건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참사는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이 함께 당한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적 참사는 참사의 당사자가 자기의 불행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유로 사회적 참사에 관심을 두는 것, 사회적 참사를 당한 유가족과 연대하는 것은 자신과 상관없는 타인의 불행에 자신의 선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희생자였을 수 있음을 자각하는 연대, 즉 당사자성을 자각한 연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필자는 목사로서 사회적 참사에 대응해야 하는 책임 주체들의 책임 있는 태도를 안타까워하며 전 세계 모든 기독교인이 매 주일 예배에서 또는 성찬식을 거행하며 공통으로 암송하는 ‘사도신경’의 한 구절을 한 구절을 떠올렸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라는 구절이었습니다. 사도신경을 성부, 성자, 성령, 그리고 교회에 관한 기독교인들의 공통적인 신앙 내용을 확인하는 문서입니다. 그런 사도신경이 유일하게 거론하는 역사적인 인물이 바로 ‘본디오 빌라도’입니다.

‘본디오 빌라도’, 그는 2,000년 전 로마의 식민지였던 유대의 모든 치안을 책임진 총독이었습니다. 당시 유대의 지도자들이 그에게 예수님을 고발했을 때, 그는 예수님에게 죄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유대의 치안을 책임진 그는 사건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정치적인 유불리만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사건의 진실과 상관없이 예수님께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는 자기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 판결은 오직 유대인의 요구를 수용해서 내린 판결임을 알리기 위한 정치적인 쇼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의 신앙고백문인 사도신경에 “예수 그리스도는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라고 기록됨으로써 이후 2,000년에 이르는 장구한 세월 동안 세계의 모든 교회의 모든 공적인 예배마다 ‘본디오 빌라도’를 호명함으로써 당시 유대 치안의 책임자였던 그가 방기했던, 진실을 밝히지 않았던 그의 책임을 끊임없이 추궁하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국회를 오체투지로 기어서 돌며 그토록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청했지만, 기어이 2023년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필자는 기자회견문을 작성하면서 대한민국 사회의 치안과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와 국회가 이태원 참사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하다가 진실규명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그 옛날 ‘본디오 빌라도’처럼 역사적인 오명의 주인공으로 남게 되지 않기를 기도했습니다.

김희룡 목사<br>성문밖교회
김희룡 목사
성문밖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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