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오네시모, 이존창, 이자익, 세 사람의 공통점
[예술과 목회] 오네시모, 이존창, 이자익, 세 사람의 공통점
  • 이경용 목사
  • 승인 2024.01.16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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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여사울 이존창 생가터 전경.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유남해.

오래전 신대원 시절, 케제만의 『예수는 자유를 의미한다』란 책을 읽었다.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책 제목이 주는 의미와 파괴력은 지금도 또렷하다. 예수님은 자유를 의미한다! 예수님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말씀하셨다. 예수, 진리, 자유, 복음의 능력도 같은 의미라 본다. 예수=자유는 성경과 역사에서 실현되었고, 지금도 ing 진행형이다. 세 사람을 살펴보려 한다.

첫째, 오네시모는 골로새교회 리더인 빌레몬의 탈주 노예이다. 아마도 자유가 그리운 오네시모가 대담하게 주인집을 도망쳐 나간 것 같다(혹은 금전적 사고를 치고 도망쳤다는 견해도 있다). 오네시모 나름 자유인이 되고 싶은 열망이었고, 멀리 로마까지 튄 것을 보면 보통내기는 아닌듯하다. 세계 최대도시 뒷골목으로 숨어들어 신분을 세탁하려 했지만, 어찌어찌하여 로마 감옥에서 바울을 만나고 복음을 듣고 회심한다. 바울은 오네시모를 옥중에서 낳은 아들이라 말한다(몬1:10). 바울은 두기고와 오네시모 편에 두 개의 편지를 전달한다(골4:7-9). 공적으로 골로새서이고, 개인적으로 빌레몬서이다. 바울의 편지를 받은 빌레몬은 오네시모를 자유인으로 만들어 주었고, 초대교회 순교자 이그나티우스에 의하면, 훗날 오네시모가 에베소교회의 감독이 되었다 한다. 죽을 수밖에 없는 탈주범 노예가 복음으로 인해 자유인이 되고, 훗날 교회 지도자가 된 것이다. 이게 예수님이 주시는 자유이고 복음의 능력이다.

둘째, ‘내포의 사도’라 불리는 이존창(1759~1801, 신유박해 순교)이다. 내포(內浦)는 지금 충남 예산, 홍성 지역인데, 내포신도시에 충남도청이 있다. 이존창은 본디 노비인데 주인에 의해 속량된 종의 아들이다. 이존창은 글과 시에 능하여 천주교를 빠르게 습득하고 익혀 많은 이들을 가르쳤다. 이존창에 의해 내포 지역인 덕산, 홍주, 예산, 청양이 천주교로 물들어 갔다. 많은 양반 자제들이 노비 출신 이존창에게 천주교를 배웠고, 더 놀라운 것은 참판 조경진의 후손이 양반 홍낙민의 주선으로 이존창의 딸을 며느리로 받아들인 일이다. 양반, 상놈, 노비가 분명하던 조선시대에 면천된 노비의 딸이 명문 대갓집의 며느리가 된 것이다.(정민,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191p) 이런 놀라운 복음의 자유케 하는 능력이 나타나고, 천주(하나님) 앞에서 평등사상이 실제로 일어나자, 조선의 수많은 사람들이 요원의 불길처럼 천주교로 몰려들게 된다.

충청도 관찰사인 박종악(1735~1795)이 정조에게 보고한 문서에서 이런 내용이 있다.

“사학을 본받아 배우는 노비에게는 그 노비 문서를 불태우고 대가 없이 양민으로 놓아주었고, 사학을 따르는 이웃에게는 그 곤궁함을 불쌍히 여겨 옷과 양식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가까운 데서부터 먼 데까지 이 말을 들은 자들이 문득 기뻐하였습니다.” (서학, 286p)

초기 천주교는 노비가 믿겠다고만 하면 노비 문서를 불태워 양민이 되게 하고, 이웃들은 그들이 자립하도록 의식주를 도와주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기쁘게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본 적도 없고, 상상해 본 일도 없는 사건들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일이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노비 신분에서 자유, 차별을 떠난 평등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예수는 자유를 의미한다는 것이 조선 땅에 천주교를 통해 나타난 것이다.

이존창이 활동했던 곳에 ‘여사울 성지’가 있다. 충남 예산의 여사울은 최초의 수덕자 홍유한(1726~1785)이 18년간 살았던 곳이다. 이존창도 같은 시기에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여사울은 신유박해(1801)와 병인박해(1866) 때 많은 순교자가 나온 초기 천주교 신앙의 못자리다. 여사울은 문자적으로 ‘여우골’이란 뜻인데, 후에 예수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예수골’로 불리던 곳이다. 야소(邪蘇) 또는 야소(耶蘇)는 예수의 한자식 표기이다. 당시의 발음으로는 ‘녀슈’ 또는 ‘여슈’로 읽었는데, ‘여슈’가 ‘예수’로 정착한 것은 19세기 중반의 일이다(서학, 282p).

 셋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을 3번 역임한 이자익 목사다. 이자익(1882~1961)은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17세에 김제의 제일 부자 조덕삼의 집에서 머슴(마부)을 살았다. 그는 ㄱ자 교회로 유명한 금산교회를 지은 테이트(L.B Tate, 최의덕) 선교사를 만나 주인 조덕삼과 함께 예수를 믿게 된다. 교회가 성장하자 장로 선거를 하는데, 주인 조덕삼은 떨어지고 머슴 이자인은 당선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인배 조덕삼은 “나는 하나님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앞으로 이자익을 장로로 잘 받들고 교회를 더욱더 잘 섬기겠습니다.”라고 선언하였다. 후에 주인 조덕삼은 종 이자익을 평양신학교로 보내고 목사가 되자, 이자익을 금산교회 담임목사로 청빙한다. 이자익은 3번이나 총회장을 역임하였다. 이는 한국기독교에 다시 없을 기록이다. 예수님의 복음에는 사람을 자유케 하는 능력이 있다.

머슴출신 탁월한 지도자 이자익 목사. 출처 성경환 목사.
머슴출신 탁월한 지도자 이자익 목사.
출처 성경환 목사.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주자나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3:28).”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느니라(고전12:13).”

예수의 이름으로 자유케 하시는 이런 놀라운 일들이 다시 한번 한국교회에 한국 땅에 일어나길 소망합니다.

이경용 목사<br>청주영광교회 담임목사<br>영성나무 회장<br>​​​​​​​예목원 연구위원
이경용 목사
청주영광교회 담임목사
영성나무 회장
예목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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