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 진격의 북소리와 진혼의 북소리
[영화와 복음]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 진격의 북소리와 진혼의 북소리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4.01.04 1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경에서 ‘바다’는 생사를 오가는 갈림길의 서사를 함축하고 있다. 시편(시74:13~14)과 이사야(사27:1)를 보면 바다에는 리워야단이 살며, 하나님은 이 악의 괴물을 물리치신다. 요나는 흉악한 바다에 던져졌다가 살아나서 선교의 사명을 다한다. 신약에서 바다(갈릴리 바다)는 예수님의 임재와 부재 사이에서 그 성격을 달리한다. 예수님이 주무시자 바다는 흉악하게 변하여 제자들을 죽음의 공포에 떨게 하지만, 깨어나 꾸짖으시자 잔잔해진다(막4:35~41). 또한, 세례를 통해 삶과 죽음, 불신과 신앙의 교차점(롬6:3)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물은 하나님의 보좌에서 흘러나오면 생수의 바다(겔47)가 되고 예수님을 통해 생명을 주는 역할(요4:10~14)을 하지만, 진노로 뒤덮이면 단절과 공포의 상징(창6~9장)이 된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의 대미는 〈노량: 죽음의 바다〉로 장식된다. 부제가 ‘죽음의 바다’이다. 여기엔 중의적 의미가 있다. 임진왜란 7년 기간 중 마지막 해전이자 가장 치열했던 전투인 노량해전이 침략한 일본군의 무덤이라는 의미에서 ‘죽음의 바다’지만, 이순신이 순국한 곳이라는 뜻에서 ‘죽음의 바다’이기도 하다. 물론, 이 죽음은 역설적이고 반어적이다. 삶을 위한 죽음이기 때문이다. 적이 죽어야 내가 살고, 침략자가 패해야 국가가 생존할 수 있다. 그래서 죽음은 한편으로는 절망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희망이다. 영화는 바로 이 죽음을 향해 치달아간다. 러닝타임 150분 중, 전반부는 이 죽음의 해전을 위한 배경과 조건을 설명하고, 후반부는 죽음이 발생하는 해전을 묘사한다. 백미는 역시 이순신의 장렬한 순국을 그린 엔딩씬이다. 장엄을 넘어 숭고하기까지 하다. 조국의 승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순신을 위한 웅장한 레퀴엠이기도 하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이전 시리즈와는 달리 한중일 삼각관계 속에서 각국의 위치를 보여준다. 삼국의 첨예한 이해관계에 따라 일본은 최대한 피해 없이 철수해야 하는 사명을, 차후를 위해서라도 한국은 그 전쟁의 불씨마저 남겨두지 않기 위해 철수하는 일본군을 완전히 섬멸해야 하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그 사이에서 중국(명)은 적절한 줄타기를 통해 피 흘리지 않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명분을 찾으려 한다. 이는 오늘 우리 시대와도 맞닿아 있다.

이런 역학 구도에서 삶과 죽음의 이율배반적 관계성을 가장 극대화한 장치가 북소리이다. 육지와 달리 바다는 지극히 제한적인 공간이다. 운신의 폭이 작다. 배를 떠나면 죽음이다. 생사의 갈림이 달린, 한치의 결말도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전투 상황에서 이순신(김윤석)은 북을 친다. 그런데 이 북소리는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조선 수군에게 북소리는 진격을 위한 위로의 울림이면서 앞서간 순국 영혼들을 위한 진혼의 메아리가 된다. 왜군에게 북소리는 지옥으로부터의 부름이다. 왜군 수장 시마즈 요시히로(백윤식)는 온몸을 흔드는 북소리에 영혼의 고통으로 처절하게 절규한다. 명나라 도독 진린(정재영)에게 북소리는 도망하려는 나약한 마음을 다잡게 만드는 격려와 엄위한 책임으로 들려온다. 죽음의 바다에서 울려 퍼지는 북소리의 심미적/정서적 영향력은 그 어떤 총탄이나 화포보다도 강력하다.

그 이순신은 혼탁한 2024년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떠오르게 만든다. 영화 내내 수차례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복선은, 그 죽음이 개인적 차원이 아닌 전 인류를 위한 숭고한 희생이라는 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오버랩된다. 한 개인의 신앙의 문제든, 한 국가의 역사적 운명이든, 죽음은 그 자체로 장엄함을 내포한다. 죽음을 각오하며 북을 치는 이순신의 모습에서 하나님 나라와 복음을 외치며 장렬히 순교한 믿음의 선배들도 기억해 낸다. 그것은 진혼곡이자 위로와 격려의 울림이다. 그렇다면 현재를 사는 제2, 제3의 이순신과 북소리를 우리는 어디서 찾고 들을 수 있을까?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