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평]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 언론의 자화상
[뉴스 비평]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 언론의 자화상
  • 김기태 교수
  • 승인 2024.01.02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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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언론의 낯 뜨거운 찬양 보도가 참으로 가관이다. 이순신, 메시아, 구원투수 등 온갖 미사여구를 총동원해서 그를 미화하고 영웅시하는 보도들이 줄을 잇고 있다. 언론이 이런 단어를 모두 직접 창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비슷한 용어를 사용해서 한동훈 씨의 역할과 기대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이를 그대로 받아서 재사용하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물론 집권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 다만 한 인물에 대해 정확한 사실 관계에 입각해서 보도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일방적 찬양 보도는 권력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언론의 자세로서는 적절하지 않다. 더욱이 역사적, 종교적 영웅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붙이는 언론의 행태는 그야말로 국민을 무시하는 언론의 낯 뜨거운 일탈이 아닐 수 없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추대가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지난 12월 20일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의 직후부터 한동훈 장관에 대한 찬양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상임고문단 회의 직후 유흥수 상임고문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에 등판했는데... 지금 당 상황이 배 12척 남은 상황과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상당수 언론이 이를 그대로 실어 나르기 바빴다. “이순신 아껴쓰면 안돼”(연합뉴스, 세계일보, 헤럴드경제, MBN), “한동훈=이순신, 아껴쓸 상황 아니다”(매일경제), “한동훈=이순신, 배 12척 남아”(이데일리) 등으로 제목이나 본문에 인용 사용했다. ‘이순신 장군’ 못지않게 많이 등장한 수식어가 ‘구원투수’인데 상당수 언론은 이와 함께 ‘스타 장관’, ‘여권 잠룡’으로 자리 잡았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보수의 메시아’라고 까지 불렀는데 “‘보수의 메시아’가 된 조선제일검...한동훈은 누구”(머니투데이) 보도가 대표적이다.

현직 법무부 장관이 곧바로 집권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갈아타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을 두고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법무 행정의 공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들이 필요했다. 물론 일부 언론이 “초유의 여당 비대위 직행...‘법무행정 공백’ 비판”(YTN) 등으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은 ‘법무행정 공백’보다는 ‘국민의힘 지도부 공백’ 해소에 집중하는 보도를 하고 ‘법무행정 공백’을 지적하는 여론을 야권의 정치공세로 규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언론은 권력의 일탈과 타락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을 가장 중요한 사명과 임무로 여겨야 하는 파수꾼 역할을 위임받은 조직이다. 그런 만큼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할 교회와 같은 사회적 사명을 지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집권 여당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지나친 찬양 보도는 우리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인 셈이다.

김기태 교수 <br>본보 논설위원장<br>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br>서울 문화교회 장로<br>전 한국미디어교육학회 회장<br>전 CBS기독교방송 재단이사
김기태 교수 
본보 논설위원장
시사문화평론가
언론학 박사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서울 문화교회 장로
전 한국미디어교육학회 회장
전 CBS기독교방송 재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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