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순례] 음악의 나폴레옹, 베토벤의 우주를 만나다
[독서 순례] 음악의 나폴레옹, 베토벤의 우주를 만나다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3.12.19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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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게크의 『베토벤』

지난 12월 6일에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영화 ‘나폴레옹’이 국내에 개봉했다. 영화 ‘글레디에이터’의 감독으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이 불세출의 영웅 나폴레옹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처음 전해지자 국내외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다만 국내에서 영화 ‘나폴레옹’의 박스오피스 성적은 조금 아쉬운 상황이다. 개봉 1주일 기준으로 영화 ‘나폴레옹’의 누적 관객 수가 15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영화 ‘나폴레옹’의 흥행성적은 기대만큼 좋지 않을지 몰라도 영화의 실존 모델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의 영향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에 오래 거주한 어느 프랑스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아직도 매년 새로운 나폴레옹 연구서가 출판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나폴레옹에 관해 새롭게 연구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았고 나폴레옹이라는 영웅의 우물은 절대 마르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폴레옹은 프랑스인이었지만 당시 그의 명성은 프랑스 국경에 한정되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기존의 봉건적 왕조를 무너뜨리는 혁명 전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유럽의 왕조는 그를 경계하고 유럽의 일반 민중은 그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독일 출신의 음악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도 다르지 않았다. 베토벤은 나폴레옹보다 한 해 늦은 1770년 독일에서 태어나 평생 나폴레옹의 그림자 아래 살았다. 베토벤이 나폴레옹을 좋아했을 수도 있고 그를 싫어했을 수도 있지만 그를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폴레옹과 베토벤의 관계를 흥미롭게 고찰한 책이 하나 있는데, 그 책은 독일의 음악학자 마르틴 게크가 집필한 『베토벤』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서 지난 2020년 1월에 도서출판 북캠퍼스에서 출판되었고, ‘사유와 열정의 오선지에 우주를 그리다’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마르틴 게크의 『베토벤』은 베토벤의 생애를 연대기로 설명하지 않고 베토벤의 사상을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설명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베토벤에게 영향을 준 인물과 베토벤에게 영향을 받은 인물이 무려 30명 넘게 소개되었다. 흥미로운 건 마르틴 게크가 『베토벤』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인물이 바로 나폴레옹이라는 것이다. 이는 베토벤의 음악 세계에 나폴레옹이 미친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

“베토벤이 음악의 나폴레옹이라는 인식은 그의 작품, 특히 교향곡에서 두 가지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베토벤의 작품은 당시 사람들이 듣기에 프랑스 혁명 음악 혹은 나폴레옹 혁명 음악의 메아리로 들을 수밖에 없었던 요소들로 가득하다. 물론 이러한 혁명 음악은 19세기 초 시대적 취향을 일부 반영한 것이므로 베토벤만의 고유한 양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반면 베토벤 교향곡 일부에서는 베토벤 고유의 ‘거인주의’가 나타나는데 이는 궐기하는 나폴레옹 시대의 지배적 분위기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22쪽)

연말이 되면 베토벤이 작곡한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여기저기서 많이 공연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영화 ‘나폴레옹’을 보고,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으며 나폴레옹과 베토벤이 꿈꾼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인지 질문해 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황재혁 목사<br>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br>​​​​​​​본보 객원기자<br>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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