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나폴레옹〉 - 황제의 대관식과 조세핀
[영화와 복음] 영화 〈나폴레옹〉 - 황제의 대관식과 조세핀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3.12.19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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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근대사에서 절대왕정이 지배하던 구체제에서 자유와 평등의 기치를 내건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던 것이 프랑스 대혁명(1789년)이다. 18세기 말, 프랑스는 무능하고 무력한 국왕 루이16세 부부의 사치와 엄청난 국가 부채에 시달리면서도 세제개혁의 실패로 시민들의 삶은 피폐해진 상황이었다. 여기에 불평등한 계급구조와 삼부회(귀족, 성직자, 평민)의 불합리한 의사결정 구조는 평민들의 의견이 수렴될 가능성마저 보이지 않았다. 이에 성난 군중들은 바스티유감옥 습격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회를 제안하여 왕정을 무너뜨리고 혁명정부를 구성하는 데 성공한다. 이어 급진파인 로베스 피에르가 잠시 집권하기도 하였으나 지나친 공포정치로 민심을 잃었고, 당시 툴롱전투에서 최고의 판단력과 지휘력으로 승리한 나폴레옹이 혜성같이 등장하여 제1통령이 된다. 그는 변방 코르시카 출신임에도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아졌고, 결국 정권을 잡고 나폴레옹 법전을 편찬하는 등 제도적으로도 프랑스 대혁명을 완성하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아무리 입지전적 인물로 탁월한 공적을 남겼다 하더라도 그림자는 있기 마련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나폴레옹〉에서 그가 가진 치명적 한계를 두 장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장면1. 황제의 대관식

국민적 영웅이 된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은 스스로 황제가 되기로 결심한다. 대관식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교황 비오7세의 집도로 진행된다. 장엄한 분위기 가운데 꿇어앉은 채로 교황으로부터 기름부음을 받은 그는 왕관을 수여 받기 직전 일어선다. 그리고는 자신이 직접 왕관을 가져다 머리에 쓰며 외친다. “나는 프랑스의 시궁창에 버려진 왕관을 발견하고, 내 칼끝으로 그것을 주워 정화하여 국민의 투표에 따라 내 머리에 쓴다.” 이어 자신의 아내이자 황후인 조세핀(바네사 커비)에게 직접 왕관을 씌워준다. 이 장면은 국왕이 종교적 권위에 의해 왕권을 인정받는 게 아니라, 한 인간이 스스로 왕이 된다는 측면에서 인간중심주의의 절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황제가 된다는 것 자체가 절대왕권을 무너뜨린 프랑스 대혁명의 기치를 저버리는 행동이었으며, 스스로 왕관을 쓰고 황후에게 씌우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신의 권위를 거부한 태도였다.

장면2. 조세핀 불륜 사건 후의 만남

전 세계를 정복하고 호령한 탁월한 군사 전략가이자 황제였지만, 그는 자신의 연인 조세핀에겐 한없이 나약한 인간에 불과했다. 조세핀의 불륜 소식을 들은 그는 전쟁 중이던 이집트에서 급히 귀국하여 심한 분노의 말을 쏟아낸다. 하지만 이도 잠시뿐, 이내 그는 초라한 모습으로 조세핀에게 남아달라고 간구한다. 조세핀은 그런 나폴레옹에게 이렇게 말한다. “위대해지고 싶겠지. 하지만 당신은 나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야. 말해 봐!(You want to be great. You are nothing without me. Say it)” 누구보다 강하다고 여겼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지로 그렇게 행동해 온 나폴레옹이었지만, 실지로 그를 좌지우지한 사람은 조세핀이었다. 영화에서 나폴레옹은 끝없이 조세핀을 그리워하고 그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물론 이는 실제 역사라기보다는 감독의 의도일 수 있다).

영화 엔딩 자막엔 ‘나폴레옹의 마지막 말’이라는 문구와 함께 다음의 단어들이 열거된다. ‘프랑스, 군대, 조세핀’ 이는 나폴레옹 생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세 단어이다. 그는 변방 출신으로 발음조차 어눌했지만, 프랑스에 대한 사랑만큼은 지극한 애국자였다. 또한, 탁월한 군사 지휘관이자 전략가로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했던 국가적 영웅이었다. 하지만 그의 아킬레스건은 연인 조세핀이었다. 그리고 이를 자극한 건 겸손하지 못하고 스스로 절대군주가 되려는 교만에 사로잡힌 욕망이었다. 절대자(하나님과 국민)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태도와 뒤틀린 욕망에 사로잡힌 권력자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당시 타락한 교회의 허위와 위선에 가득한 권위의 남용도 문제였겠지만, 하나님 없이 스스로 최고가 되겠다는 건, 파멸로 향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때 나폴레옹에게 필요한 말은 다음과 같은 것이지 않았을까? “You are special in God.”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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