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들보] 성탄을 반추하는 대림절
[티와들보] 성탄을 반추하는 대림절
  • 조태영 목사
  • 승인 2023.12.18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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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대림절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대림절과 함께 한 해가 저물고 마침내 성탄을 맞으면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구유에 탄생하는 한 아기를 선물로 받는다. 성탄을 통하여 주님은 우리에게 당신을 한 아기로 주신다. 그리스도인들은 심령의 지성소에 이 선물을 품고 새해를 새롭게 시작한다. 그들은 한 아기를 품고 그리스도의 삶을 새롭게 출발한다. 이 아기는 우리를 다스릴 평화의 왕이시다.

평화의 왕인 한 아기를 안고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은 모름지기 이 왕을 경배하는 걸음걸이로 하루하루 살아갈 것이다. 별을 보고 찾아온 동방의 현자들처럼, 베들레헴 들에서 천사의 지시를 받고 찾아온 목자들처럼 나 우리 안에 태어난 평화의 왕을 경배하는 경이롭고 신비한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품에 안았던 시므온처럼 평화의 왕을 자기 심령 가운데 품은 사람들은 이 평화의 아기가 다치지 않도록, 아기의 평화가 상하지 않도록 지극한 경외심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 그를 모실 것이다. 그들은 평화의 왕을 성심으로 자기 안에 모시고 겸허하고 경건하게 살 것이다. 그들은 온 세상이 평화에 무릎 꿇는 영혼의 새 날을 열 그이를 날마다 자기 안에서 기름 부어 왕으로 세울 것이다. 평화의 왕으로 평화의 권능을 가지고 나 우리 안에서 통치하도록 그 아기를 온 정성을 기울여 기를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인 한 아기가 참된 나이고 우리이다. 성탄과 함께 참된 나 우리가 탄생한 것이다. 사람으로 나신 그이가 나 우리 안에서 참 나가 되시고 우리가 되신다. 제 스스로 나이고 제 스스로 우리인 ‘제 나’와 ‘제 우리’는 사실은 ‘참 나’라, ‘참 우리’라 할 수 없다. 제 나요 우리인 그와 그들을 우리말은 원칭대명사를 써서 ‘저’라 부르고 ‘저희’라고 부른다. 참에서 먼 존재인 것을 가리켜 저 저희라는 원칭을 사용한 것이 우리 민족이 가진 참 앞에서의 자기 인식이다. 이 원칭은 높은 존재 앞에서 자기를 낮추어 부르는 비칭으로도 사용한다. 존대하는 이를 참에 가까운 자리에 두고 부르는 반면 자기를 참에서 먼 존재로 낮추어 부르는 것이다. 그리스도가 나시자 나 우리 안에서 저와 저희는 종처럼 물러서고, 그리스도만이 나 우리로 높이 계신다. 그리스도가 참 나 우리의 자리에 계시면 제 나와 우리는 사라지고 주님이신 나 우리가 오로지 사신다. 둘이 하나가 되었고, 홀로이신 ‘하나’가 사신다. 그이가 참인 나 우리이시다.

우리 가운데 오신 그이는 예수라는 한 역사적 인간으로서 일생 그 ‘하나’의 길을 가셨다. 그이는 한 사람의 장성한 인격으로서 ‘하나’의 자리인 십자가를 향해 가셨고, 십자가에서 그 ‘하나’의 일을 완전히 이루셨다. 그의 삶이 완전한 길이 되었다. 그 삶을 살고 그 길을 가기 위해 한 아기가 태어났다. 그이가 태어난 것을 천상에서 천군과 천사들이 찬양하였다. 그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온 우주가 뛰놀고 춤추며 경축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그이가 내 안에 태어나시지 않는다면 성탄이 나에게 최상의 기쁨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이가 한 역사적 인간으로 태어난 사실만으로는 내가 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는 그이와 나는 여전히 둘이고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이가 내 안에 태어나기를 원하고 그이와 하나가 되기만을 바라기 때문에 만일 그이가 한 역사적 인간으로 태어나 자기 안에서 ‘하나’의 길을 가고 ‘하나’의 삶을 살고 마쳤을 뿐이라면 나는 그를 존경하고 따를지언정 그를 ‘주님 나’라고 부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이가 한 여자인 어머니 마리아에게 잉태되어 한 아기로 태어난 것이 그 일이 나에게서 일어나기 위해서라는 사실 때문에 나는 기뻐 죽는다. 그이가 나에게 태어나시기 위해 한 여자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셨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기뻐 뛸 수밖에 없다. 성모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신 이가 나 우리 안에 나셨다.

지구 양편에서 미사일과 첨단무기들로 참혹한 살육을 벌이는 무자비한 학살극의 때, 이천 년 전 당신이 태어나셨던 베들레헴과 지척인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그리고 이스라엘 정착촌의 무고한 민간인들에게 무차별로 포탄이 쏟아지는 때에 그리스도가 다시 한 아기로 우리 안에 태어나시려고 이 암흑의 땅에 뛰어드신다.

평화의 왕, 한 아기를 뵈오러 구유교회를 찾아가는 대림절. 객지에서 짐승의 우리를 빌어 아이를 낳아야만 한 환대받지 못한 가련한 젊은 부부와, 동방에서 천신만고하여 먼 길을 찾아온 몇 사람의 나그네들과, 한밤에 양을 지키던 목자들과, 몇 마리의 짐승들이 둘러서 평화의 메시야인 한 아기를 예배한 구유교회. 이것이 최초의, 가장 감동적인, 신비로운 그리스도의 교회였다.

그리스도께서 나 우리 안에 태어나시도록 나 우리의 영혼 가운데 있는 구유, 짐승의 밥그릇을 깨끗이 치우고 정결하게 준비하는 대림절의 신비여.

조태영 목사<br>한신대학교 명예교수(국문학)<br>한국고전번역원 이사<br>​​​​​​​경기중부NCC 고문
조태영 목사
한신대학교 명예교수(국문학)
한국고전번역원 이사
경기중부NCC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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