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이오스] 길 잃은 별들이 내는 길을 따라
[텔레이오스] 길 잃은 별들이 내는 길을 따라
  • 장헌권 목사
  • 승인 2023.12.18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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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유튜브 채널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100일의 기록' 영상 갈무리.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유튜브 채널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100일의 기록' 영상 갈무리.

선지자 예레미야를 통해서 말씀하신다. “라마에서 슬퍼하며 크게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니 라헬이 그 자식을 위하여 애곡하는 것이라 그가 자식이 없으므로 위로 받기를 거절하였도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멀쩡하게 길을 가던 시민 159명이 숨졌다. 참사가 일어나기 3시간 40분 전부터 시민들은 외쳤다. “압사!” “쓰러졌다!” “큰일 날 것 같다.” “대형사고 직전.” “죽을 것 같다.” 세월호 참사 때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대한 저항이다. 알리고 신고했다.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그때 국가는 부재했다. 참사 발생 이전과 이후에도 국가는 없다. 책임회피와 거짓 증언, 괴물 같은 존재로 둔갑했다.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는 ‘사망자’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리본은 근조 없이 했다. 책임져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의 책임은 철저하게 부인했다. 비통한 유가족을 외면했다. 지금까지 이태원 참사 축소와 은폐, 지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외면과 탄압이 유가족의 깊은 슬픔과 분노가 시민 사회 단체와 연대의 걸음이 되었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애도할 공간도 머물 장소도 거리밖에 없다는 사실이 한없이 억울하다. 참사 이후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유가족들은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며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필요한 특별법이 필요한 것을 알았다.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애도에 대한 근거를 위한 법률적인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월호처럼 ‘왜’로 시작하여 ‘왜’로 끝나는 것처럼 이태원 역시 ‘왜’라는 질문이다. 왜 사전에 대비하지 않았나. 왜 출동한 경찰은 적극적이지 못했나. 왜 치안 종합상황실은 대응하지 않았나. 책임지는 자는 왜 하나도 없는가. 도대체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등 희생자 159명은 여전히 묻고 있다.

필자는 광주와 전남에 있는 유가족에게 손 편지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거기에는 자녀에 대한 추억이 눈물로 젖어있다. “…이 세상과 바꿀 수 없는 우리 연희 너무나 허망하게 하늘나라로 보내서, 너무나 가슴 아프다. 아빠가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내 목숨 다하는 날까지 진실을 꼭 밝혀내고 우리 큰 딸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오지연 아버지의 다짐도 있다. “…아빠는 요즘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단다. 눈을 감으면 혹시 네가 와서 갈까 봐 또 한편으로 억울하고 미안해서 쉽게 잘 수가 없단다. 가슴이 답답하고 혼자 있으면 자꾸 눈물이 난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많단다. 보고 싶은 해린아.”

“…며칠 전 유가족 간담회 참석하러 서울 갔다가 광주에 내려오면서 기차를 타는데 아들 생각이 너무 많이 나 혼자 울었단다. … 재강아, 재강아, 아무리 불러봐도 아빠 엄마의 가슴은 먹먹하기만 하다”는 재강이 아버지의 절절함을 읽을 수 있다.

내성적인 지애 아버지는 그동안 딸과 카톡으로 나눈 내용을 통째로 보냈다. 필자는 부녀간의 대화를 읽을 수 없었다. 얼마나 꼼꼼하게 딸을 생각하면서 딸은 아버지를 마치 친구처럼 생각하면서 소소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또한 불편한 몸으로 변호사 아들을 잃은 현욱이 아버지는 고통의 침묵으로 속을 삭여가면서 함께 걸었다.

진실과 정의길에 동행하고 있는 발걸음은 절박했다.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기 위한 길 잃은 별들이 내는 길을 따라간 것이다.

성탄절을 앞두고 유가족들은 지금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특별법을 위하여 추위와 함께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 라마에서 슬퍼하는 소리가 들리듯 성탄절에 이태원 가족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장헌권 목사 (서정교회 담임. 시인)
장헌권 목사
서정교회 담임
시인
광주기독교회 협의회 인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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