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시대의 영적-도덕적인 전환을 위한 신학교육 : 그 새로운 상상력을 위하여 (3)
대전환 시대의 영적-도덕적인 전환을 위한 신학교육 : 그 새로운 상상력을 위하여 (3)
  • 이학준 교수
  • 승인 2023.12.11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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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상상력

미국신학교의 변화는 대전환의 시대가 가져온 변화의 충격의 크기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교회와 신학교육이 생존하고 적응하기 위해 어떤 시도가 필요한지를 보여줍니다. 한국의 신학교들 또한 앞서 언급한 많은 부분들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노력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런 변화들이 현재의 교회 생태계를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보장된 것이 없습니다.

공룡새가 일으키는 파괴의 힘이 그만큼 크고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대전환 시대에 대한 적응만으로 교회와 신학교가 오늘 시대에 그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적응만으로는 현재 교회와 신학교가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저는 현재 교회의 모습으로는 신자유주의를 이기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는 현재 교회의 영적-도덕적 상상력이 신자유주의를 뛰어넘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에 적응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신학교의 새로운 커리큘럼 방향도 이런 도전 인식이 강하지 못합니다. 환경, 사회정의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것은 분명하지만, 신자유주의의 우상성과 파괴성을 심도 있게 분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나은 신학교육을 위해서는 한마디로 큰 그림을 보며 위의 4가지 위기에 대응하는 상호 일관성을 가진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계는 지금 신자유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문명의 탄생에 목말라 있습니다. “이대로는 큰일 나겠다”는 정서가 널리 퍼져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아래서 성취욕과 생존 경쟁에 내몰려, 자연의 파괴와 사회의 파편화에 좌절하는 현대인들은 종교, 특히 기독교를 향해 개인 삶의 의미와 방향 제시를 넘어, 새로운 문명과 공동체에 대한 비전 등을 가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요청하고 있습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커져가는 생태계의 위기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물질 만능, 적자생존의 신자유주의 논리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인간과 자연, 개인과 공동체, 지역과 글로벌 세계의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를 이끌어 줄 능력 있는 영적-도덕적 리더십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해체성과 변화, 생태계와 인간 위기의 시대에 ‘기독교는 무엇인가?’, ‘교회는 무엇인가?’, ‘신학교와 신학교육이 왜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정말 교회와 신학교육이 필요하다면 어떤 교회와 신학교육이 필요한지 물어야 합니다. 이것이 신학교육의 대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즉 대전환 시대의 신학교육은 신자유주의가 이끌고 가는 대전환 시대 자체를 영적-도덕적으로 전환하는데 초석을 놓는 새로운 상상력의 교육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문명은 “다른 대안이 없다(TINA, “There is no alternative)”를 외치는 신자유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내러티브(narrative)와, 이에 바탕한 새로운 가치와 윤리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지금의 문명이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동시에, 새로운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교회는 물론, 현재 인류에게 필요한 새로운 영적-도덕적 상상력을 만드는 작업, 바로 이것이 우리 신학자들의 독특한 사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학은 리액션(reaction)만이 아닌 프로액션(proaction), 즉 챨스 테일러(Charles Taylor)가 말하는 ‘사회적 상상력’(social imaginary)의 작업입니다. 테일러가 말하는 사회적 상상력은 사회 이론과는 다릅니다. 이는 엘리트들의 전문지식이 아닌, 보통 사람들, 즉 평범한 사람들이 꿈꾸고 상상하는 도덕적 공동체의 모습으로서, 어떤 공통의 비전과 상호 규범의 기대를 통해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지를 통합적으로 그려주는 개념입니다. 저는 개인주체부터 국가통치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허물어지는 오늘의 현실에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상상력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총체적인 비판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 선지자적인 상상력이 신학교육의 변화에 방향을 제시할 것이며, 교회의 변화는 이 상상력을 찾아내고 살아낼 때에 자연스럽게 따라 올 것입니다. 즉, 새로운 상상력이 새로운 신학교육을 만들어 내고, 이것이 새로운 교회를 탄생시키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상상력의 작업은 개인만이 아닌 우리 공동의 학문적 작업이자, 하나님의 부름에 기도와 영성으로 응답하는 구도적 작업입니다. 이 상상력은 이사야와 같은 구약의 선지자들과 예수님과 사도들에게서 보여지는 인류를 위한 새로운 비전입니다. 또한 우리 문명의 한계와 허구성을 깊이 인식하는 것과 대안의 문명을 모색하는 것에서 비롯한 산물이자, 영적-도덕적-공동체적 산물입니다.

기독교 역사에서도 신학자들이 문명의 물줄기를 바꾸는 산파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어거스틴은 로마의 쇠퇴와 몰락에 대한 책임을 기독교에 돌리고자 하는 로마 사람들에게 성경을 바탕으로 한 정치철학, 신국론을 제시했습니다. 루터와 칼빈은 개인 양심과 성서의 권위를 강조하고 만민 제사장론 등을 제창하는 새로운 신학적 상상력을 통해 대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헌법 등 민주주의의 정신적 기초를 놓았습니다. 이 상상력이 신학교육에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를 주었고, 이러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새로운 교회와 공동체를 탄생시켰습니다. 이 신학자들은 새로운 시대적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로서, 나름대로 한 손에는 성서를,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 들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언약적 상상력

우리 신학자의 고유 사명이 선지자적인 진리의 발현과 새로운 상상력이라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적 상상력(social imaginary)은 무엇일까요? 물론 다양한 신학자들을 통한 다양한 상상력의 작업이 필요하고, 이 작업을 통해 신학은 더 건강해지고, 그 통찰력은 더 깊어질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성경적인 사회적 상상력(social imaginary)은 ‘언약 공동체’, 우리 고유의 말로는 ‘상생’입니다. 성서의 언약은 관계적 메타포로 하나님-인간, 인간-인간, 인간-자연 (땅)을 의와 사랑의 관계로 엮어주는 말입니다.

성서의 언약은 신본만도 인본만도 아닌, 신-인간-땅이 함께하는 공동체의 상상력입니다. 무엇보다도 언약은 개인주체와 공동체, 민주주의와 통치를 통합해 주는 사회적 상상력(social imaginary)입니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백성은 언약 백성입니다. 성서의 가장 큰 두 사건, 즉 구약의 출애굽 사건과 예수의 십자가-부활의 사건 이후에 등장한 공동체가 언약 공동체입니다. 성경에서 언약은 편중된 권력과 부의 지배구조 대한 대안입니다.

애굽의 바로 시스템에 대한 대안이 시온산의 언약과 언약/안식일의 경제였습니다. 또한 예수님과 초대교회의 새 언약의 나눔과 공유, 돌봄의 경제가 로마 시저의 착취 시스템에 대한 대안이었습니다. 종교개혁, 특히 개혁 전통의 경우 구약의 언약을 재발견함으로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틀을 구축했습니다. 이런 성서의 언약은 오늘날 신자유주의와의 지배구조에 대한 대안으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종교개혁의 사회적 상상력인 언약의 공동체를 이제 우리는 사회 전영역과 전차원에 상생으로 확대, 심화해야 합니다. 즉 무엇보다 생태적이고, 유기적인 언약, 즉 지구와의 언약, 타인과의 언약, 타종교와의 규범적 언약을 통해 세계화에 걸맞은 평화와 정의의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자연과 지구의 웰빙을 인간의 웰빙과 같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인본주의는 근대사회가 갖고 있는 한계이며, 신자유주의는 이를 극대화 시켰습니다. 생태계 보전과 동시에 우리는 민주주의, 인권, 시민사회, 법치주의를 더 세계적으로 확대 심화해야 하며, 경제적 인권을 선택이 아닌 정치적 인권 못지않은 기본인권으로 존중해야 합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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