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대전환이 필요하다 (마지막 회)
교육 대전환이 필요하다 (마지막 회)
  • 김누리 교수
  • 승인 2023.12.08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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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우열, 지배”
교육이 나라를 바꾼다

(지난 호에 이어)

파시스트들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소셜 다위니즘(Social Darwinism)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소셜 다위니즘은 나치즘만이 아니에요. 일본 제국주의, 이태리 무솔리니의 파시즘도 포함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제 때 교육받으신 분들은 여전히 대다수가 소셜 다위니스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힘을 키워서 적을 막아내고, 또 힘을 키워서 우리를 확장해야 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소셜 다위니즘에 근거하고 있죠. 이 기본 원리를 잘 생각해 보세요. 세계를 어떻게 보는 건가요? 기본적으로 이 세계는 경쟁의 장소이고, 우월한 자와 열등한 자로 나뉘어 있다고 봅니다. 항상 우열을 나누죠. 또한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를 지배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질서라고 생각합니다. ‘경쟁, 우열, 지배’ 이 세 가지가 파시즘의 핵심적 이념입니다.

지금 한국 교실을 보십시오. 교실의 영혼은 무엇입니까? 바로 이 세 가지입니다. 아이들을 끝없이 경쟁시키고, 우열을 나누고, 우월한 자가 지배하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지금까지 그것을 너무 당연한 것으로 교육받아왔고, 당연시하는 바로 그것이 바로 파시스트적 논리입니다.

이 부분을 우리가 깨닫고 고치는 것이 매우 시급합니다. 성숙한 민주주의자들은 이 세계를 자유롭고 평등한 자유의 왕국이라고 생각하고, 그 왕국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곳이라고 봅니다. 우열을 나누고, 우월한 자가 지배하고, 늘 경쟁하는 세계로 보는 것 자체가 파시즘적 세계관입니다.

지금 한국 교육은 철저하게 파시즘의 세계관에 의해서 지배받고 있습니다. 이걸 깨야 합니다. 깨지 못하면 한국 사회는 계속 파시스트를 길러내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일수록 파시스트적 성향이 강합니다. 지금 한국의 엘리트들처럼 이렇게 파시스트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어디 있나요? 이 세계를 당연한 경쟁의 장으로 보고 자기들은 이 경쟁에서 이긴 자이기 때문에 엄청난 특권을 누려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성향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것이 의사, 판검사들입니다. 소위 학교 다닐 때 전교 1등을 했다고 하는 사람일수록 거의 예외 없이 파시스트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우리가 아주 눈여겨봐야 할 것은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것, 한국인들은 교육을 경쟁이라 생각하고, 당연히 우열이 있으며, 그들이 지배하는 것을 당연시 여깁니다. 때문에 우리가 병들어 있다고 인식하기 어려운 것이죠.

이것을 에리히 프롬 같은 사상가는 Pathology of Normality라는 표현을 썼어요. ‘정상성의 병리성’, 즉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그것이 다 병들어 있다는 거죠. 이 말이 지금 한국 교육처럼 정확히 들어맞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쟁으로 우열을 나누고, 우월한 자가 지배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자체가 파시스트적 특성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하면 독일에서는 경쟁 교육을 없애고, 역으로 성숙한 민주주의자가 성장하는 게 가능한 공간을 ‘교실’에서부터 만들었습니다. 그러한 교육을 50년 간 지속하다보니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성숙한 민주주의자들이 많은 국가가 된 것입니다. 교육이 한 나라를 바꾼 거죠.

지금 한국은 교실이 어떻습니까? 첫 번째 파시즘 이데올로기, 즉 경쟁, 우열, 지배라고 하는 이러한 관념 체계 속에서 아이들을 여전히 가르치고 있고요. 또 거기서 가르치는 교사들은 민주적 시민권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정치적 미술가입니다. 다시 말하면 민주적 시민권을 상실해버린 교사들, 정치적 천민으로 전락한 이들이 정치적 미술가들을 파시스트적 교육 이념에 따라 지도하는 교실, 이곳에서 어떻게 성숙한 민주주의자가 나오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사회가 제도적 민주주의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는 여전히 파시즘적 논리가 관철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한국 사회가 후기 파시즘 사회에 속해 있는 원인이죠.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지금 말한 네 가지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에듀케이션, 아이들의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다. 두 번째,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감각을 길러주는 것이다. 세 번째,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인간을 기르는 것이다. 네 번째, 성숙한 민주시민을 기르는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앞장서서 이런 교육을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오늘 이야기에서 한 가지 빠진 내용이 있는데 바로 ‘대학’입니다. 지금 제일 참담한 현장이 대학이라고봅니다. 지금 한국에는 대학이 없습니다. 저는 대학이 ‘죽었다’는 글을 약 20년 전부터 쓰고 있는데요. 지금 독일 대학들 안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한 것들로 엄청나게 많은 논쟁, 시위, 집회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한국 대학에서는 그런 걸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한국대학은 완전히 탈정치화 되어 있습니다. 그냥 직업훈련소죠. 국내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거기에 대해 학생들이 진지하게 생각하고, 인류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요.

비루하게 사망한 대학이 지금 한국대학의 현실이고요. 그래서 미래에 대한 불안, 우려가 매우 큽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어서는 한국 사회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건 불가능합니다. 정말 너무나 부끄러운 일입니다.

교육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관련된 책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낍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더 확인하게 되었어요. 여기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극한 경쟁에 내몰리는 현실, 이러한 배경에 잘 적응한 아이들은 턱없이 오만한 아이들로 자라는 현실, 경쟁에서 도태된 아이들이 느끼는 열등감, 패배감, 무력감, 좌절감. 아이들은 불행 의식을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내면화해서 평생을 살아갑니다. 도대체 이런 사회가 어디에 있습니까?

한국에서 교육을 바꾸는 문제는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이라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손잡고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누리 교수<br>​​​​​​​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
중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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