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부실목사와 신학교육
[논설위원 칼럼] 부실목사와 신학교육
  • 김승호 교수
  • 승인 2023.12.08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년 전, 한 부교역자가 자신이 사역하던 교회의 담임목사 휴대전화를 빌려 쓰다가 담임목사가 성매매 여성과 화대 등으로 대화하는 내용의 통화녹음 파일을 찾아냈다. 그는 그 통화녹음을 빼내어 안수집사에게 유포하고, 그 안수집사는 다른 2명에게 유포하면서, “돈을 받아 줄테니 함께 하자!”라고 권유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 침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2명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가히 막장드라마라 불릴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담임목사의 성 비위 내용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그 내용을 알게 된 부교역자의 처신 또한 상식을 뛰어넘는다. 담임목사의 비위를 발견한 부교역자는 교회의 장로(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 문제를 해결하거나, 혹은 조용히 사역지를 옮기는 게 일반적이다. 담임목사의 비위에 대한 부교역자의 적극적인 행동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이와 같은 불법 유포 형태가 아니라 ‘내부고발’ 형태가 되어야 한다. 물론 ‘내부고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우리 사회와 교회 내에 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부교역자가 담임목사의 통화녹음을 빼내어 안수집사에게 유포한 사실, 그리고 그 안수집자가 다른 2명에게 그 내용을 유포한 것이 명백한 범죄행위임은 법원의 판결을 통해 알 수 있다. 평소에 아무리 부교역자가 담임목사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다 해도, 담임목사의 비위행위를 발견하면, 이를 당회에 알려 당회에서 처리하게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담임목사에 대한 사적 보복 형태의 통화녹음 유포는 법적으로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임은 자명하다. 이 사건의 핵심이슈는 당연히 담임목사의 성 비위 내용 자체이다. 도저히 현직 담임목사의 행위라고는 믿기지 않는 일이 현실로 나타난 사실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가? 이 사건은 교단의 목회자 양성정책과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대학의 교육 및 목회자 재교육 등을 전반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목회자의 성 비위 사건을 포함하여, 그동안 목회 현장에서 목회자에 의해 저질러지는 다양한 비윤리적 사건들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교회 성장 이데올로기의 부작용이기도 하지만, 한국교회 전체의 대 사회적 공신력을 훼손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는 한국교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은 목회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그 근저에 놓여 있다.

어쩌면, 이제 목회자에 대한 기대는 한국교회 안팎에서 점점 더 약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정 이데올로기에 종속된 목회자들에 의해 야기되는 복음 가치의 훼손은 이제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도달해 있다. 목회자에 의해 복음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비복음적 선포와 비복음적 행동은 한국교회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신학대학마다 자격 미달의 신학생을 선발하고, 자격 미달의 교육을 통하여, 자격 미달의 목회자 후보생을 배출하여, 자격 미달의 목회자를 안수하는, 이러한 비윤리적 비상식적 행태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너도나도 한국교회의 부흥을 열망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신학대학의 존립 자체가 도전받고 있는 현시대에, 지금 목회자 후보생의 자질 여부를 따질 때인가?”라는 질문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학대학은 정원 100%를 채우는 게 중요한가? 목회자 후보생의 자질을 면밀히 따지는 게 중요한가? 아무리 한국교회의 미래를 예측하고 논의한다 해도, 현시대가 요구하는 신실한 목회자를 양성하지 않는 한, 모든 예측과 논의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준비된 사람만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교단과 신학대학들은 궁극적인 차원에서 미래의 한국교회를 책임질 목회자 양성을 위한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김승호 교수 (영남신대,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김승호 교수
영남신대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