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끝자락에서> 서광(瑞光) 정순돈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이리저리 나 뒹구는 술병들이
눈인사를 합니다
인생 낙오한 지친 중년의
하루 삶 속에서 지나간 회한에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칠 때
이렇게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온갖 상념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고
산다는 건 밟으면 터질 것 같은 지뢰밭을 걷는 심정으로 또 하루를 견뎌 냅니다
하루하루 연명한 나의 삶은
한발 헛디디면 그저 천 길 만 길 낭떠러지 떨어지는
떨리는 마음으로 살고 있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숨어 있을 희망을 찾아 저 높고 드넓은 하늘을 향해 꿈같은 기적이 일어나길
지나가는 바람 한데 빌어봅니다
내 앞에 운무가 짙게 깔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내 허무한 인생길 되돌아 가려해도 시작도 끝도 안 보이는 나는 눈 뜬 장님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억 겹에 세월을 보내야 한번
인간으로 태어나는 소중함을
알지만 버거운 내 삶 속에 한 끼 쓰라린 속을 달래주는
라면과 소주를 대할 때면
소매 끝 눈물 털어내어도 차오르는 눈물은 내 삶을 억장을
무너트리고 추한 생을 마감하고자 낭떠러지에 서서 바람 불기만을 기다리는다 떠오르는 가족 얼굴 눈물 짜는 어미와 딸 생각에 차마 질긴 목숨 못 끝내고 나 뒤돌아서서 이 앙다물고 소매 끝 눈물 참아도 차오르는 눈물 발등을 적실 때
그래 이렇게 모진 목숨 죽지도
못 할 거면 살아 봐야지 두 주먹
불끈 쥐고 허공을 힘차게 날아오르는 독수리처럼
인생 끝자락에 비상을 꿈꾸며
화살에 희망의 활 시위를 힘껏
당겨 저 높은 하늘에 쏘아봅니다
입안에 맘 놓고 밥숟갈 밀어 넣고 웃는 내일이 찾아오고 편안한 삶 살고픈 내 심장과녁에 명중하기를 빌어봅니다.
* 매일 성경 말씀 묵상 중에 자기를 찾는 시 한편을 세상 밖으로 던지는, 감옥으로부터의 기도
* <편집자 주: 기고자는 현재 수감 생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