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서울의 봄〉 - 마이클 샌델의 ‘정의’의 관점에서 본 신군부의 ‘정의’
[영화와 복음] 영화 〈서울의 봄〉 - 마이클 샌델의 ‘정의’의 관점에서 본 신군부의 ‘정의’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3.12.06 1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서울의 봄’은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이 발생한 1979년 10월 26일부터 신군부 계엄군에 의해 광주시민 수백 명이 무참히 학살된 1980년 5월 16일까지 일어났던 민주화 운동을 일컫는 말이다. 유신헌법으로 독재의 길을 택한 박정희의 피살로 민주화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듯했다. 실지로 여러 지역과 분야에서 민주화를 위한 움직임도 일어났다. 하지만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는 군대를 동원하여 군사반란을 일으켰고,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제5공화국 헌법을 공포하고 스스로 대통령이 되었다. 그때 내세운 슬로건이 ‘정의사회구현’이었다. 이는 한국 정치 역사상 가장 역설적이며 조소 가득한 슬로건이 아닐 수 없다.

2014년 출간된 마이클 샌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우리에게 ‘정의’를 다각적인 면에서 생각하고 적용하도록 돕는다. 샌델은 그 책에서 ‘정의는 이것이다.’라고 주장하기보다는 정의의 개념이 어떻게 역사적인 과정을 거쳐 변형/적용되었는지를 밝히고, 이를 현재 여러 상황에 빗대어 독자 스스로가 해석하며 적용하도록 유도한다. 샌델에 따르면, ‘정의’를 이해하는 방식은 세 가지로 나뉘는데 ‘행복’, ‘자유’ 그리고 ‘미덕’이다. 즉, 행복을 극대화하고 자유를 존중하며 미덕을 기르는 행위의 의미와 이와 관련된 이상들이 서로 충돌할 때 어떻게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정의로운 사회가 조금씩 이뤄진다.

이제 ‘정의’와 ‘정의사회’를 최근 폭발적 관심을 일으키는 영화 〈서울의 봄〉과 이를 통해 묘사된 ‘하나회’ 중심의 신군부의 행위와 연관하여 생각해보자. 먼저,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정의로운가의 문제이다. 행복 극대화의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공리주의(功利主義)’다. 최대 다수가 최대 행복을 누리게 할 때, 그게 정의롭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하나회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군사반란과 이로 인한 국가 장악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만족시키는 정의가 아니다. 오히려 소수의 행복과 절대다수의 불행이라는 반대의 결과를 초래했다.

두 번째는, 정의를 ‘자유’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방식이다. 개인의 권리존중을 강조하는 이론이다. 이는 칸트부터 존 롤스에 이르는 근대 정치철학자들의 주장인데, 자유시장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자유방임주의와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공평주의 주장으로 나뉜다. 하지만 어떤 주장을 펴도 신군부의 행위는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다는 측면은 ‘하나회’라는 집단의 이익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에서 ‘개인의 권리존중’은 그 의미를 상실하고, 소외된 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 역시 철저하게 배타적이며 우월주의적인 생각을 지닌 이들에겐 해당하지 않는 이론이다.

마지막으로, 정의를 ‘미덕(좋은 삶)’과 연관 짓는 방식이다. 이는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의 ‘덕(德) 윤리’에 기초한다. 그것은 정의를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며, ‘누가 무엇을 받아야 할지를 알기 위해선 가장 바람직한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간 존재 자체로서 마땅히 받고 누려야 할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이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거짓과 왜곡으로 짓밟히는 상황에서 덕윤리는 이미 그 존재의 의미가 없다.

과거 한국사의 어두운 면을 본다는 건 아프지만 중요한 일이다. 어둡다고 잊거나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면, 비극의 역사는 반복된다. 그런 면에서, 최근 2030 세대들이 영화로나마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울 기회를 얻는 건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다. 과거를 기억하고 이를 통해 깨달은 산 교훈은 제대로 된 미래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선지자 이사야는 “여호와 손이 짧아 구원하지 못하심도 아니요, 귀가 둔하여 듣지 못하심도 아니라. 오직 너희 죄악이 너희와 너희 하나님 사이를 갈라놓았고, 너희 죄가 그의 얼굴을 가리어서 너희에게서 듣지 않으시게 함이니라”(사59:1~2)고 개탄했는데, 이는 “정의가 뒤로 물리침이 되고 공의가 멀리 섰으며, 성실이 거리에 엎드러지고 정직이 나타나지 못하는도다”(사59:14)를 그 이유로 밝힌다. 정의가 사라진 사회, 정의가 불의한 자들로 왜곡된 사회. 과연 그 사회를 하나님께서 그냥 놔두실까? 그렇다면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지금 시대는 또 어떤가? 여전히 공정과 정의가 상식이 되는 시대라 할 수 있을까?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503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