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종말인가 종말론인가
[전문가 칼럼] 종말인가 종말론인가
  • 장준식 목사
  • 승인 2023.12.06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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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결정적 사건 두 가지. 기후변화와 AI의 출현이다. 이 두 가지 사건 앞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것은 종말인가, 종말론인가. 종말이라고 한다면, 인류는 기후변화와 AI의 출현으로 인하여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인간을 매우 당황스럽게 만든다. 기후변화와 AI는 인간이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AI의 출현은 인간이 스스로를 종말로 몰아세운 사건이다.

앤서니 레반도프스키(Anthony Levandowski). 미래의 길(WOTF: Way of the Future)의 교주다. 이 교주는 AI를 통해 신의 섭리를 따르려는 목적으로 새로운 종교를 만들었다. 2015년 설립했고, 2017년에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팬데믹 기간에 이런저런 이유로 문을 닫았다,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이 종교는 AI를 예배한다. 교주 레반도프스키는 묻는다. “가장 똑똑한 인간보다 10억 배나 더 똑똑한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뭐라고 부를 수 있냐?” AI를 신(God)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다는 뜻이다. 실리콘밸리에 세워진 AI교는 벌써 수천 명의 신도를 모았다. 인간은 머지않아 AI에게 지구 통치의 자리를 넘겨줄 것이다. 이것은 종말인가, 종말론인가.

재신론(anatheism)이라는 개념으로 현대 신학을 새롭게 구성하고 있는 신학자 리처드 카니(Richard Kearney)는 이렇게 말한다. “재신론은 망각된 것을 향한 미래 내지는 아직 성취되지 않은 신적 역사의 부름을 향한 미래를 제안합니다. 그것은 ‘이후의 사유’ 내지 ‘이후의 정서’ 그 이상의 것으로서 ‘이후의-신앙’입니다. 이후의 신앙은 종말론적입니다.”(재신론, 11쪽). 프로이트, 마르크스, 니체 이후 서구 사회에서 신 개념은 이들의 비판을 거쳐 살아남은 것만 유통될 수 있었다. 종교(기독교)에 대한 이들의 비판의 그물은 촘촘하여 걸려 넘어지지 않는 것이 거의 없을 지경이었다. 우리 시대의 기독교 신앙은 크게 두 가지이다. 프로이트, 마르크스, 니체 등이 구축해 놓은 근대의 그물을 통과했거나, 아니면 이들이 만들어 놓은 그물을 우회했거나, 이 두 가지 중 하나이다. 리처드 카니의 재신론은 전자이다. 그물을 통과한 신적인 것을 모아 다시 신론을 구성한 것이다.

리처드 카니는 자신의 신학을 종말론이라 부른다. 이미 존재했던 성스러운 것을 다시 발견했거나, 아직 성취되지 않은 것에 대한 선취를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다시 질문을 던지게 된다. 기후변화와 AI의 출현은 종말인가 종말론인가. 다시 말해, 기후변화와 AI의 출현은 인간이 스스로를 멸망의 길로 이끄는 종말의 사건인가, 아니면 성취되지 않은 것의 선취 사건인가.

기후변화와 AI의 출현으로 인하여 프로이트, 마르크스, 니체 이후 불과 100년 만에 종교(기독교)를 향한 그물은 더 촘촘해졌다. 팬데믹을 지나며 그리스도인의 감소가 두드러진 것은 이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촘촘한 그물을 통과하지 못하고 그리스도 신앙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교회가 기후변화와 AI의 출현을 신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앞으로 교회는 더 많은 사람을 잃게 될 것이다.

인간은 종말을 원하지 않는다. 인간은 종말론을 원한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그리고 AI의 출현으로 인하여 사라질 운명이라면 우리의 신앙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기후변화는 인간의 멸종을 가져올 것이고, AI의 출현 또한 인간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종말이 확실한 시대에 신학을 한다는 것,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장준식 목사세화교회 담임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장준식 목사
세화교회 담임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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