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평] KBS 신임 사장의 이상한 사과
[뉴스 비평] KBS 신임 사장의 이상한 사과
  • 김기태 교수
  • 승인 2023.12.04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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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박민 신임 사장이 출근 첫날 납득하기 어려운 이상한 사과를 했다. 지난 11월 14일 박 사장 등 새 임원들은 그동안의 불공정 방송을 사과한다면서 단상에 올라가 머리를 숙이는 퍼포먼스와 함께 장문의 사과문을 낭독했다. 이날 박 사장은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오보, 고 장자연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한 윤지오 씨 출연 보도, 오세훈 시장 생태탕 의혹 보도 등을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로 들면서 일부 진행자의 특정 진영 편들기와 편향된 패널 선정 등을 문제 삼았다. 불공정 사례로 지적한 보도들이지만 이 보도들이 과연 신임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사과할 정도의 대단한 불공정 보도 사례인지도 불분명하고 선정한 기준이나 근거도 모호하다. 불공정 사례를 특정 진영에 불리한 보도로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박 사장이 문화일보 논설위원 시절 현 정부와 대통령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칼럼을 쓴 것으로 사장 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 지적된 사실을 새삼 떠오르게까지 했다.

사장을 비롯한 신임 임원들이 취임하면서 공영방송인 KBS의 공정성을 다짐하고 그동안의 잘못을 사과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과의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사과의 내용과 대상 그리고 사과의 목적 등이 분명해야 한다. 특히 사과 후에 무엇을 어떻게 개선하고 변화할 것인지가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과 퍼포먼스는 다소 뜬금없는 행위로 받아들이기 쉬운 모양새를 띠고 있다. 그동안의 모든 잘못을 전임 집행부의 탓으로 돌리고 마치 점령군처럼 KBS를 새로 접수하는 형국이다. 전격적인 간부급 인사에서부터 대대적인 일반 직원 인사에 이르기까지 모든게 속도전이다. 대표적인 뉴스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비롯하여 각 프로그램 제작진을 일사불란하게 교체하고 있으며 그동안 주요 프로그램 제작을 주도했던 간부들과 직원들을 이른바 한직으로 인사발령하고 있다. 통상적인 공영방송 인사라고는 볼 수 없는 정치적인 보복인사 성격이 짙다.

게다가 주요 불공정 방송의 경위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 백서를 발간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직원들을 겁박하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진정한 의미의 자성과 반성이 아니라 전임 집행부가 행한 모든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보도를 부정하고 불공정으로 모는 마녀사냥과 다름 아니다. 공영방송 KBS가 특정 정치 진영의 하수인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동안의 모든 방송 제작 행위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근절 또는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KBS 신임 집행부의 최근 행동에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는 없다. 1980년대 수신료거부운동을 벌였던 암울했던 그날이 떠올려지는 요즈음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벌써 수신료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아무쪼록 국민의 방송 KBS가 주인인 국민의 품 안으로 들어오길 기대한다. 상식적인 수준의 공영성을 회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KBS는 시청자가 만들어야 할 것이다. 좋은 시청자가 좋은 방송을 만들기 때문이다.

김기태 교수 <br>본보 논설위원장<br>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br>서울 문화교회 장로<br>전 한국미디어교육학회 회장<br>전 CBS기독교방송 재단이사
김기태 교수 
본보 논설위원장
시사문화평론가
언론학 박사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서울 문화교회 장로
전 한국미디어교육학회 회장
전 CBS기독교방송 재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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