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시대의 영적-도덕적인 전환을 위한 신학교육 : 그 새로운 상상력을 위하여 (2)
대전환 시대의 영적-도덕적인 전환을 위한 신학교육 : 그 새로운 상상력을 위하여 (2)
  • 이학준 교수
  • 승인 2023.11.24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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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있는 정물(Still life with Bible), 1885, oil on canvas, 65.7x78.5cm, Van Gogh Museum, Amsterdam
성경이 있는 정물(Still life with Bible), 1885, oil on canvas, 65.7x78.5cm, Van Gogh Museum, Amsterdam

(지난 호에 이어)

달라진 교회와 신학교육의 생태계

구조적 변화는 신학교의 생태계인 교회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교회는 가정, 이웃, 학교와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1차 집단의 하나인데,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1차 집단들은 오늘 액체화, 파편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디지털화, 세계화 그 어느 것도 기존의 교회 형태에 우호적인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세계화로 사람들의 이동과 변화가 심해지는 동시에, 종교와 영성의 선택은 다양해지고, 다원적 디지털화로 물리적 나눔의 공간이 사라지고, 신자유주의의 물질주의, 쾌락주의의 영향에서 사람들은 영원한 가치보다는 당장의 쾌락을 찾고 있습니다. 이것은 급속한 MZ세대의 탈종교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거기에 세계화로 인한 다문화-다종교 사회가 모든 종교들을 상대화시키고 있습니다. 즉 기독교 성경의 권위와 진리성이 절대적이라는 주장이 더 이상 먹히지 않습니다.

이젠 교회당 밖이 곧 선교 현장입니다. 사람들은 어느 한 종교에 귀속하기보다는 종교 쇼핑을 하며, 자신만의 영성을 스스로 창조하고 구성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무종교인의 비율이 30%를 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가나안 성도의 비율이 30%에 육박합니다. 탈조직화의 액체 사회에서 탈종교화는 이미 문화적 대세이며, 사람들은 조직적 종교보다는 개인 영성을, 그리고 도덕적 권위보다는 개인의 감성만족을 찾고 있습니다. 팬데믹은 이런 부정적인 경향을 더 가속화 시켰으며, 교회는 이런 변화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년에 약 6000개의 교회가 사라지고 있으며, 약 3500개의 교회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신학교육 역시 교회의 생태계가 흔들리면서 같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한국 상황은 더 어렵습니다. 한국의 신학교들은 대부분이 속한 교단 교회들에게서 주요 재원과 신학생들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의 위축과 감소는 신학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게다가, 개신교회는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고, 내부 관습을 따라가며, 양적 성장에 관심을 둡니다. 이러한 모습으로 인해 민심이 교회에 등을 돌린 지 오래 되었습니다. 가뜩이나 조직종교 일반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시대인데, 한국교회는 세습, 도덕적 부패, 양적 성장에 대한 지나친 관심, 목회자에 신뢰도 하락 등의 문제로 그 생태계를 더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한국 신학교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것이 되었고, 암담한 현실과의 싸움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신학교가 현존하는 생태계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고민입니다.

미국내의 신학교육의 최근 동향

미국교회도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신학교들도 그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유동성의 시대에서 조직은 그 변화에 반응하는데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30년간 교회가 이 유동성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지만 특별한 반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교회들 간의 빈익빈 부익부는 더 커졌습니다. 물론 미국은 여전히 기독교 인구가 절반이 넘고, 아직도 인터바시티 (InterVarsity)와 같은 캠퍼스 선교단체가 활동하고 있으며, 남부의 기독교 세력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미국 신학교육은 전통적인 성서학, 교회사, 조직신학, 실천신학 중심의 틀 속에서 대전환의 시대에 대응하는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신학교들의 위기에 대한 반응을 간단히 살핀다면,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온라인과 대면수업을 겸하여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저녁시간과 주말 수업을 개설하는 등, 학생들의 편의에 최대한 신경을 쓰는 모습입니다. 동시에 학생들의 학비 및 수업일수와 이수학점을 최대한 줄이고 있습니다. 즉 전통적인 3년 과정의 목회학 석사(M.Div) 과정을 최대한 간소화하고 있습니다. 목사 안수를 위해 목회학 석사를 요구하지 않는 교단에 속한 학생들은 3년 과정 대신2년 과정의 신학석사를 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회중 목회보다는 더 안정적인 채플런시(chaplaincy)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과, 비영리단체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한국과는 다른 풍토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졸업생들에게 졸업 후에도 일부 과목을 무료로 청강할 기회를 주는 평생 교육으로서의 신학교육을 제공하는 학교들도 늘고 있으며 ,평신도를 위한 비학위 (Certificate)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확충되고 있습니다. 미국 대학내에 자리잡은 신학전문대학(Divinity School)의 경우는 그 장점을 살려 신학석사와 경영학, 신학과 법학, 신학과 사회 복지 등의 이중학위 프로그램(Dual-Degree Programs)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식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커리큘럼을 보면 특히 영성형성, 사회정의, 환경, 대중문화, 공공신학, 선교적 교회와 다문화와 같이 지역 현장을 중요시하는 교육을 실시합니다.

이에 더해 신학과 과학, 무신론적 상황에 대한 비판과 기독교적 변증에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이는 실천신학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신학분야인 성서학, 조직신학, 교회사의 교수방법과 내용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교과과정에서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앞서 설명한 4가지의 맞물린 위기 (개인주체, 공동체, 정의/민주주의, 통치)에 대입하여 분석한다면, 우선 개인주체의 관점에서는 학생들의 심리 상담, 신학생들의 영성형성, 디지털 제자도, 학교 내에서는 공동체 형성, 영성형성, 지식제공과 더불어 사제 간, 급우 간 친밀한 관계형성이 많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공동체적 관점에서는 예배갱신, 교회갱신(church renewal), 상황신학(Contextual theology)등이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으며, 구도자 예배, 이머징 처치, 선교적 교회, 셀 처치, 마이크로 처지등과 같은 새로운 교회론이 꾸준히 탐색되고 있습니다. 교회를 떠나가는 젊은이들을 위해 세대간 격차를 좁히는 사역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역내의 시민단체와 교회를 연결하는 신학교육으로 ‘지역사회 조직화’(Community organizing), ‘기독교 공동체 발전’(Christian Community Development)과 같은 과목 및 학위 과정이 제공되고 있으며, 또 지역적 독특성을 살린 과목들이 계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워싱톤 시에 있는 웨슬리언 신학교의 “종교와 미국 대통력직”(Religion and the American Presidency)"이란 과목이 대표적입니다. 정의/ 민주주의의 영역에서는 흑인신학, 여성신학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해방신학과 공공신학이 여전히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개교회 사역만이 아닌 다양한 사회 이슈들과 관련된 과목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신학, 사회정의 및 실천을 주제로 독자적인 2년 과정 석사학위 프로그램을 신설한 학교들도 있습니다.

또한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여러 비영리종교단체 설립과 운영과 관련된 과목과 훈련들을 제공하는 학교들도 여럿 있습니다. 통치와 관련해서는 공공선, 평화와 갈등해결(Peace study/conflict resolution), 민주주의, 정치 양극화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보이며, 세계화 문제에 대해서는 종교 간의 대화, 에큐메니컬 운동, 세계윤리(global ethic)등 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이학준 교수<br>Fuller Theological Seminary<br>
이학준 교수
Fuller Theological Semi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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