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대전환이 필요하다 (3)
교육 대전환이 필요하다 (3)
  • 김누리 교수
  • 승인 2023.11.24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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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지난 호에 이어)

존엄한 인간

젊은 시절에 ‘성실성’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의 욕망을 참고 그걸 통해서 얻어낸 어떠한 성취라고 보는 거예요. 그래서 더 강하게 자신들의 특권을 요구하죠. 교육을 잘 받은 자일수록 엄청나게 이기적인 자기 특권을 요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거죠. 아무튼 이런 것들이 지금 한국 교육의 큰 문제입니다. 아이들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죽은 지식을 주입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로 교육의 가장 중요한 것, 특히 독일 교육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입니다. 독일 헌법 제1조가 “인간의 존엄은 불가침하다”입니다. 그래서 교육의 목표도 마찬가지로, 존엄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것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자신의 존엄성을 자각하고 타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그러한 아이를 키우는 것이죠. 내가 얼마나 존엄한 존재인지 잘 깨닫고, 또 같은 맥락에서 타인 또한 얼마나 존엄한 존재인지 그것을 인정하는 능력, 이것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12년 간 한국 교육을 받으면 어떤 인간이 될 것 같아요? 최소한 자신에 대한 존엄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한국 교육을 12년 동안 받고 나면 존엄, 자신의 자존감이라고 하는 것이 완전히 깨어져서 나옵니다. 한국 교육에 너무 잘 적응한 아이들은 타인들을 존중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나와요. 그래서 대다수가 아주 오만한 자가 됩니다. 너무 큰 문제인 것이죠. 존엄에 대한 감수성을 세워주는 것이 우리 교육에서 결여된 상태입니다.

세 번째는 자신의 잠재력을 발현하고 개성적, 창의적인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입니다.

네 번째는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기르는 것입니다.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기르지 못하면 민주주의가 유지될 수 없어요. 결국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성숙한 민주주의자들의 연합체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기르지 않으면 그 민주주의는 오래 갈 수 없는 겁니다. 여러분 지금 한국 민주주의가 시련을 겪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에요. 한국 민주주의가 지금 끊임없이 야만으로 퇴행하는 이유는 바로 교실에 있습니다. 교실에서 우리가 성숙한 인간, 성숙한 민주주의를 키우지 못해서 그런 거죠.

한국 민주주의의 근원적 문제

한국 교실에서 12년 동안 교육받으면 성숙한 민주주의자가 될까요? 아니면 잠재적 파시스트가 될까요? 저는 이것이 너무나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지금 한국 민주주의의 근원적인 문제예요. 그 이유를 제가 말씀드릴게요.

첫째, 교사들. 교사들은 현재 정치적 천민입니다. 지금 OECD 국가 중에서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을 완전히 박탈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38개국 중에서 한국밖에 없어요.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교사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정치적인 글에 댓글 하나만 달아도 잘립니다. 정치인을 후원해도 잘립니다. 이런 야만의 나라가 어디 있어요? 여러분? 독일의 경우에는 연방의회에 640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중에 교사가 몇 명일까요? 81명이 교사였습니다. 무려 13%가 교사였어요. 연방의회를 구성하는 직업군 가운데 1위가 법률가, 2위가 교사입니다.

핀란드는 독일보다 더합니다. 핀란드 의회에서는 교사가 20%, 1위예요. OECD 평균, 교사들의 의회 점유율이 몇 프로나 될 것 같아요? 교사들의 의회 점유율 대체로 10% 내외입니다. 우리 여의도에는 300명이 앉아 있죠? 그중에 교사가 몇 명 앉아 있습니까? 제로입니다. 한 명도 없어요. 한국 교육이 지금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세계 최악의 교실이 된 것은 바로 한국의 의회에 교사가 한 명도 없기 때문이에요. 교육 문제가 의회에서 논의되지도 않기 때문에 개혁될 수도 없죠. 이것은 아주 근원적인 문제입니다.

한국의 교실에서는 지금 정치적 금치산자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정치적 금치산자가 어떻게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요? 불가능합니다.

두 번째 이유, 중고등학생들을 정치적 미숙아로 취급합니다. 쟤들이 뭘 알겠냐? 젊은 애들이 오히려 정치에 물들면 안 된다. 이런 논리를 가지고 아이들을 성숙한 민주주의자로 자라는 것을 원천 봉쇄하고 있죠.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소위 정상적이라고 부르는 교육은 완전히 파시스트 교육입니다. 왜 한국에서 가르치는 교육이 파시스트 교육인지 제가 독일의 사례를 가지고 조금 말씀드리겠습니다. 2020년 9월 20일, 베를린에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이 시위는 어떤 시위일까요? 2020년 9월 초에 그리스에 있는 시리아 난민촌에서 화재가 났습니다. 당시 난민들은 화재 때문에 굉장히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독일 정부가 제일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난민 중 2,700명을 먼저 받겠다고 나섰죠. 이틀 후에 독일 40개 도시에서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밀려나왔습니다. 이들이 왜 여기에 나왔을까요? 이들이 요구하는 게 뭘까요?

“수용소를 다 비워라. 인간 존엄에 걸맞은 주거지를 제공해라. 우리는 장소가 많다.”

이들이 시위에 나선 이유는 2,700명이 아니라 “전원 수용하라”는 요구였죠.

저는 시위대의 사진을 신문에서 보고 전율을 느꼈어요.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지구상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굉장히 안도했고요. 그 일이 있고 나서 약 2주 뒤인 2020년 10월 3일은 독일 ‘통일의 날’ 30주년이었습니다. 당시 독일 대통령이 기념사를 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독일 국가 중에서 최고의 독일에 살고 있다.”

무엇이 최고일까요? 지금 독일은 거의 모든 여론조사 기관에서 하는 조사에서 ‘가장 존경할 만한 나라’ 1위를 가장 많이 차지한 국가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저런 의식을 가진 시민이 많기 때문입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죠. 저는 이것을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저 시위에 나온 사람들의 할아버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20세기 독일이 만행들을요. 1차 세계대전 누가 일으켰나요? 2차 세계대전 누가 일으켰나요? 누가 유태인을 학살 했나요? 20세기 최악의 전범 국가가 바로 독일입니다. 그런데 21세기, 모든 여론조사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가, 가장 존경할 만한 나라가 독일로 나오고 있어요. 이걸 어떻게 봐야 해요? 정말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그 요인이 뭘까요? 바로 교육입니다. 교육이 독일을 바꿔놓은 거죠.

핵심은 간단합니다. 경쟁 교육은 야만입니다.

독일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을 보는데요. 아비투어에 붙으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를 원하는 때에 갈 수 있습니다. 1970년부터 이미 50년 이상 독일에서는 경쟁 교육을 시키지 않고 있어요. 여러분 상상해 보세요. 경쟁이 없는 학교를 상상할 수 있습니까? 그런데 독일에선 이것을 해온 지가 이미 50년이 지났어요. 50년 동안 경쟁을 안 시키면 어떤 인간이 될 것 같아요? 우리와는 정반대의 인간이 되겠죠. 지금 한국인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 거기서 자라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경쟁을 심하게 시키는 나라입니다. 독일은 경쟁에 대해서 가장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나라죠. 그것은 두 나라 국민들의 인성과 성격 구조를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왜 독일은 1970년, 교육 개혁을 할 때 “경쟁 교육은 야만”으로 여기며 비판적으로 생각했을까요? 그 원인은 바로 ‘히틀러’ 때문이었습니다. 히틀러의 ‘파시즘’을 말끔히 청산해야 한다고 하는 시대적 요구, “더 이상 아우슈비츠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일념이었죠.

(다음 호에 계속)

김누리 교수<br>​​​​​​​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
중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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