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오만과 편견〉 - 오만한 남자와 편견에 사로잡힌 여자?
[영화와 복음] 영화 〈오만과 편견〉 - 오만한 남자와 편견에 사로잡힌 여자?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3.11.23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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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Jane Austen)은 영국에서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주로 결혼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서구 문학계를 평정한 여류 소설가이다. 그녀는 비교적 이른 나이인 42세(1775~1817)로 생을 마감했는데, 특히 『오만과 편견』은 『이성과 감성』과 더불어 당대 영국 사회의 물질주의적 세계관과 허위의식을 ‘결혼’이라는 사회제도로 풍자한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결혼’은 거의 인간 사회의 형성과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공동체나 어떤 체제 자체의 존립과 존속을 위한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성경에서도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를 ‘돕는 배필(suitable helper)’이라는 명목으로 결혼을 제정하신다. 그뿐 아니다. 결혼은 한 인간의 생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가문’으로 포장된 친족체제 유지에도 필수적이다. 그래서 당사자는 물론 가족 구성원 모두가 ‘결혼’이라는 사회적 결합에 관심을 가진다. 그렇지만 결혼은 또한 인격적 존재인 인간에게 ‘사랑’이라는 신비로운 감성 작용이 더해질 때 그 위대한 가치가 드러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도로서의 결혼’과 그 안에서 ‘작용하는 힘으로서의 사랑’이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다. 순수한 사랑만으로 결혼에까지 이르기는 쉽지 않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만과 편견〉은 조 라이트(Joe Wright) 감독이 제인 오스틴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제작한 작품으로, 사랑으로부터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당시 영국 사회제도의 배경에서 개인의 감성적 충돌과 화해의 과정으로 묘사한다. 아름답고 웅장한 대저택과 멋진 풍경, 그 안에서 펼쳐지는 근대의 아기자기한 문화와 소품은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오만으로 가득한 남자와 편견에 사로잡힌 여자가 벌이는 줄다리기, 이에서 발생한 상호 교감과 이해의 과정들은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결정적으로, 순간순간 감탄을 자아내는 각 캐릭터 간의 대화와 감미로우면서도 시대적 감성을 반영한 명대사들은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영화는 편의상 남자 주인공 다아시(매튜 맥퍼딘)를 ‘오만(pride)’의 상징으로, 여자 주인공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를 ‘편견(prejudice)’의 상징으로 내세웠지만, 사실 이 두 개념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오만의 핵심은 ‘자기 중심성’이며 편견의 핵심은 ‘치우침’이다. 이 둘의 결합은 상호이해에 치명적 왜곡을 유발한다.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사랑만이 해답이다. 사랑은 이타심과 배려 그리고 아량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에서도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던 사랑의 마음이 꼬였던 오해가 풀리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하고 행복한 결말로 이끈다.

‘오만과 편견’은 연애와 결혼 같은 개인 간의 문제에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공동체에는 진영싸움으로 발전하여 더욱 심각한 해악을 미친다. 특히, 양극단으로 나뉜 한국의 정치판은 오만과 편견의 최정점의 비극적 상황을 보여준다. 여기에 불신과 오해가 더해져 있으니, 그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떤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성골과 진골 출신의 신앙 이력, 재력, 사회적 영향력을 배경으로 한 오만과 직접 경험보다는 타인에게 주워들어 왜곡되거나 치우친 지식으로 판단하면서 발생하는 편견은 공동체의 훼손과 균열을 초래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한번 어긋난 서로에 대한 악감정은 정상상태로의 회복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유무형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예방이 최고다. 겸손과 배려의 가치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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