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에세이] 함께 회복하는 교회
[목회 에세이] 함께 회복하는 교회
  • 선우준 목사
  • 승인 2023.11.23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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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는 공덕동에서 개척교회의 목사로 섬기다 현재는 은퇴를 하셨다. 그런데 아버지가 처음부터 목사님이셨던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나름대로 엘리트였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께서는 뵐 때마다 내 손을 잡으시고 아버지가 고등학교 시절 전국 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 2등을 했던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셨다. 그리고 서울공대를 졸업하고 당시 잘 나가던 호남정유에 입사했다가 다른 회사로 스카웃 되어서 이직하기도 했다. 그러다 개인사업을 하고 싶으셔서 작은 핸드폰과 인터넷 대리점을 시도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참담했다. 그동안 열심히 모은 돈과 따로 사 놓은 아파트도 모두 날리고 쫄딱 망한 것이다.

난 그래도 아버지가 금방 일어설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알고 있던 아버지는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성실하신 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좀처럼 재기하지 못하셨다. 자신감을 잃어버리셨고 다른 어떤 일에도 의욕을 보이지 않으셨다. 그 시간이 몇 년이나 지속되었다. 그땐 정말 아버지를 많이 원망했다. 가족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아버지가 되어서 왜 저렇게 무기력하게 있을까?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는 몰랐다.

실패는 사람을 절망하게 한다. 자신감을 무너뜨린다. 일어날 힘을 빼앗아 간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개인적인 이야기만이 아니다. 교회도 그렇다. 코로나 이후에 교회들이 힘들어한다.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회복이 힘들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성도들은 무기력해지고, 의욕을 잃어버렸다. 그 안에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아버지가 무너지시고 나서 한참 동안 가정 안에 갈등이 심했다. 나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는 자격지심으로 인해 작은 일로도 화를 내시곤 했다.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갈등이 심해졌다. 아버지를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못살게 굴었다. 가끔은 뭐 하시는 거냐고 원망하고 따지기도 했지만 전혀 변하지 않으셨다. 점점 더 작아지셨다. 난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원망했다. “하나님 우리 아버지 언제까지 저렇게 두실겁니까? 아버지도 힘들겠지만 저도 힘이 듭니다!!!” 그렇게 기도하던 중에 하나님께서 나에게 다른 마음을 주셨다. 지금 아버지는 도저히 일어날 힘이 없으니, 내가 아버지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그때는 하나님께서 주신 그 말씀이 그렇게 싫었다. 집에 가도 무기력하게 누워계신 아버지가 그렇게 미웠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위로해 보려고 했다. 동생을 설득해서 온 가족이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했다. 가족 모두가 인내하고 아버지를 격려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실패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시고 다시 공부를 하셨다. 아무리 젊었을 때 머리가 좋았다고 하더라도 나이가 들어 다시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신학대학원 입시에도 몇 번 실패했지만, 특히 어머니의 위로 속에서 다시 힘을 내셨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이자 목사님이 되셨다. 그리고 우리 가족들도 함께 회복하고 이전보다 더욱 행복한 가정이 되었다.

난 아버지가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로 온 가족이 아버지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왔기 때문이다. 실패를 경험하여 실망한 사람은 혼자서 일어날 수 없다. 도움이 필요다. 온 가족이 하나가 되어 위로하고 함께 일어서야 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세울 수 없다. 목회자 한 사람이 교회를 바로 세울 수 없다. 온 성도가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격려하며 함께 교회를 세워나가야 한다. 또 교회가 교회를 서로 도와야 한다.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내 교회만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와 교회가 서로 함께 회복할 수 있도록 정신적, 제도적으로 함께 해야 한다. 앞으로 성도와 교회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할 세상은 더욱 험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앞으로 온 성도와 교회가 함께 힘을 모아 교회를 회복해 나가기를 꿈꿔본다.

행복한교회 선우준 담임목사. 이경준 기자<br>
선우준 목사
행복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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