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평] 갈등(葛藤) 사회 넘어서기
[뉴스 비평] 갈등(葛藤) 사회 넘어서기
  • 지형은 목사
  • 승인 2023.11.21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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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때 어느 마을에 자매가 살았다. 언니 홍화와 동생 청화는 남달리 정이 두터웠다. 18세, 16세가 된 자매의 아름다움이 빼어났다. 정월 대보름에 자매는 말달리기 구경을 하다가 한 화랑 낭도에게 반했다. 둘은 각각 남몰래 그를 연모했다. 전쟁이 났다. 그 낭도와 젊은이들이 전장에 나가게 되어 사람들이 격려하며 전송하는데 홍화와 청화도 거기에 있다가 비로소 둘이 한 청년을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 낭도가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자매는 함께 연못에 몸을 던졌다. 연못가에 두 그루씩 한 쌍인 등나무 네 그루가 자랐다. 그 후 죽은 줄 알았던 낭도가 승전하고 돌아왔는데 자매의 소식을 듣고 그도 연못에 몸을 던져 죽었다. 나중에 연못에 팽나무가 자랐고 등나무들은 팽나무를 휘감았다. 경주 현곡면 오류리에 있는 용등이라는 오래된 등나무에 얽힌 민담이다.

등나무꽃의 꽃말이 사랑에 취함, 끌어안음, 반갑게 맞이함이다. 등나무는 그 줄기가 질기고 오래도록 길게 자란다. 등나무는 여름에 더운 햇볕을 가리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등나무처럼 생명력이 강하고 줄기가 계속 뻗어 자라는 것이 칡이다. 칡의 줄기는 거의 20미터까지도 자란다. 등나무꽃이 보라색이고 칡꽃도 같은 계열이다. 연한 자줏빛인데 흰색도 있다. 칡꽃의 꽃말은 사랑의 한숨이다.

갈등(葛藤)이란 단어는 칡과 등나무를 말한다. 인간관계나 사회적인 상황에서 일이나 사정이 복잡하게 뒤엉켜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관점이나 이해가 상충하는 것을 말한다. 갈등은 심리학 용어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내면에서 서로 다른 힘이 충돌하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심리적인 분열 상태를 가리킨다.

우리 사회는 가히 갈등 사회다. 사회갈등지수가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지하는 정당, 경제적 계층, 보수와 진보, 남녀와 연령 등에서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 가는 것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갈등 사회를 넘어서는 길은 무엇인가? 어디에 먼저 지렛대를 놓아야 하는가? 관점에 따라서 해법도 다양할 테다. 경제적 격차 해소하기, 공정을 세우고 불평등을 줄이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하기, 법치의 공공성을 세우기, 종교와 언론이 제 역할 하기, 교육과 직업에서 경쟁 구도 완화하기, 사람됨의 가치를 주목하기 등 긴급한 것만 따져도 얼른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갈등 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토대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갈등이란 단어는 역설적으로 긍정적인 상징이 될 수 있다. 두 나무의 꽃말에 사랑이 공통이다. 칡과 등나무가 서로 감기면서 더욱 든든해진다고 관점을 바꿀 수 있다. 다름이 어우러지면서 다양성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해질 수 있다. 특히 종교, 언론, 교육이 오늘날의 사회를 이런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형은 목사(한목협 대표회장,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br>
지형은 목사
한목협 대표회장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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