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참 선한 아름다움이신 Jesus Christ
[예술과 목회] 참 선한 아름다움이신 Jesus Christ
  • 심광섭 목사
  • 승인 2023.11.21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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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자 그리스도, 라벤나대주교성당(6c)
승리자 그리스도, 라벤나대주교성당(6c)

1991년 3월부터 서리 전도사로 파송 받아 30대 중반에 목회를 시작했다. 동시에 대학에서 강사도 시작했다. 목회자에게 예배, 설교와 기도회 인도는 기본이지만, 기본은 늘 잘하기 어려웠고, 심방, 각종 주례, 회의 주관, 교회 행정, 교회 교육(특히 세례 교육) 등은 열심히 배우면서 익혔다. 매주 금요 심야 기도회가 있었고, 한 달에 한 번은 삼각산에 올라 철야 기도회를 하는 것이 교회의 전통이 되어 있어, 그걸 인도해야 했다. 어떤 때는 몸과 영혼에서 자발적 기운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많은 경우 의무감이 더 컸다. 특히 새벽기도회가 어려웠다. 새벽 4시 20분쯤 일어나 몸 가지런히 하고 20분 걸어 교회에 도착, 5시에 시작하여 기도회 인도가 끝나면 계속 기도하지 못하고 졸기 일쑤였다. 나이 50이 넘으면서 새벽에 깨고, 지금은 새벽 세 시에도 깨지만, 그때는 정말 새벽기도회가 없었으면 했다. 처음 일 년은 강의하고 오면, 교회 분위기로 빨리 전환이 안 돼 2~3시간 사무실에 그냥 멍때리고 앉아 있었다.

담임 목회 5년 6개월 & 부목 5년 6개월, 11년이 나의 목회 경험이다. 부목 생활은 고인이 되신 조영민 목사님과 이제 구순이 되시는 박이섭 목사님의 친절한 배려로 부분 목회만 하고 강의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다. 11년 시간강사 했는데, 강사 5년 차부터는 매 학기 5개 정도의 대학에서 보통 20~25학점 강의했다. 어느 요일은 오전, 오후, 야간 강의까지 수도권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이동하면서 진행했고, 지하철이 독서할 수 있는 짬이기도 했다. 지하철에서 독서하면 몰입이 쉽게 된다. 지금도 그 버릇이 남아 있다. 강의하는 기계 같았다. 이중 직업, 양다리 걸친다는 생각에 늘 마음이 께름칙했다.

『돈 일 교회』(2019)를 내 경험처럼 읽었다. 목회 외에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3, 40대 목회자들의 현장 경험은 나의 시간강사 경험을 되뇌이게 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몸에 고장도 많이 났다. 안면근육 마비가 두 차례 찾아왔고, 복시(複視)와 어지럼증이 불청객이 되어 나타났고, 두통은 30대 후반부터 7년은 지속되었다. 이 지독한 통증은 고단한 몸도 새벽에 깨운다. 송곳이 찌르는 듯 아프니까 통증을 분산시키기 위해 벽에 뒤통수를 들이박곤 했다.

어느 날 주님께서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시며 말씀하셨다. 네가 처음 예수를 만났을 때 넘치는 기쁨으로 신앙생활 하지 않았더냐? 그때(대학 1년) 교회 가는 게 기뻐 새벽 기도회를 자발적으로 갔고, 성경도 읽기 시작했는데 복음서 말씀이 너무 벅차, 빨리 읽고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 노트에 쓰기 시작했지. 목사님이 우리 집에 심방 오시는 날, 수업을 빼먹고 심방 예배에 참석했잖니. 그때 그렇게 즐겁고 기뻤던 예수 사랑, 지금은 오로지 그것만을 하라고 하는 건데 왜 이리 힘들어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어느 날 주님의 환한 얼굴이 잠깐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고, 그때부터 의무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끌려가는 힘,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후 아름다움 점점 신앙과 신학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되었다. 1998년 여름 6주간 아름다움을 매번 설교 제목에 넣어 설교했다. 이렇게 나의 『예술신학』(2011년)은 설교 강단에서 시작되었다.

야로슬라프 펠리칸은 교리나 신학 등, 이념의 역사만이 아니라 예수에 대한 그림들도 그리스도론의 원전라고 말한다. 펠리칸은 6세기 라벤나(Ravenna) 대주교 예배당의 인상적인 <싸우는 그리스도(Christ Militant)> 상(像)에 주목한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두 발로 세상 권세의 상징인 사자와 뱀을 밟고 계신다. 그분은 오른손에 승리의 십자가를 어깨에 메고 왼손으로는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EGO SUM VIA VERITAS ET VITA)”(요14:6)는 말씀을 들고 계신다.

펠리칸은 여기서 ‘길’은 ‘아름다움’으로서 “그 자신의 상과 비슷하게 우리를 새롭게 조형하였다”는 닛사의 그레고리를 인용하고, ‘진리’에서 그리스도는 모든 진리의 성취이며 실현이며, ‘생명’은 ‘착함’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생명은 “모든 본래적인 善의 원천”이라고 해석한 아우구스티누스를 인용한다. 펠리칸은 교회가 일찌감치 그리스도의 복음을 진(眞)과 선(善)만이 아니라 아름다움(美)으로도 읽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 가치인 길(美 the Beautiful), 진리(眞 the Truth), 생명(善 the Good)의 원형인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참 생명의 길이요, 참 선한 아름다움이 되시는 분이다.

그동안 주요 신학자들의 그리스도론과 역사적 예수와 예수 세미나 등 예수운동과 관련된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보냈다. 가톨릭 신학자들이 쓴 예수는 너무 두껍다. 웬만하면 700쪽 분량이다. 독신으로 살기 때문에 이렇게 많이 쓰나 속으로 생각한다. 나에게는 보그, 크로싼, 펑크나 타이센의 예수보다 과르디니의 『주님』과 로핑크의 『예수 마음 코칭』, 에벨링의 『기독교 신앙의 교의학』 제2권 그리고 발터 카스퍼의 『예수 그리스도』가 더 좋더라. 전자가 지성적이라면 후자는 마음을 울린다. 레오나르도 보프와 혼 소브리노 그리고 엘리자베스 피오렌자의 그리스도론도 빼놓을 수 없다.

심광섭 목사 전 감신대 교수(조직신학/예술신학)예목원 연구원
심광섭 목사
한국영성예술협회_예술목회연구원 원장
전 감리교신학대학 교수/조직신학, 예술신학
공공선거버넌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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