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과 함께 생명 평화의 길로
민중과 함께 생명 평화의 길로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3.11.10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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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예수회 40주년 기념 행사 개최
“예수의 길을 걷는 사람들”
일하는예수회 40주년 기념행사 현장.
일하는예수회 40주년 기념행사 현장.

일하는예수회 40주년 기념(준비위 공동대표 손은하, 이근복) 행사가 “예수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주제로 지난 11월 8일 영등포산업선교회 울림홀에서 개최됐다.

예배는 유승기 목사(돌베개교회)의 인도로 김상은 목사(노동교회), 변혜숙 전도사(만복이네 공부방 센터장)가 기도, 임현주 집사(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의진씨 어머니)가 현장의 증언, 이근복 목사(한국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가 말씀을 전하고, 허연 목사(대전빈들교회)가 봉헌 기도를 드린 후 손은하 목사(생명살림터)의 축도로 마쳤다.

이어진 순서는 서덕석 목사(시인, 열린교회)가 축시를 발표하고 인명진 목사(갈릴리교회 원로)가 격려사를, 곽은득 목사(작은교회 은퇴), 박진석 목사(본보 상임이사)가 회고사를 전한 후 김태웅 목사(예장농목회장), 정대일 박사(기장생명선교연대)가 축사를 전했다.

인명진 목사는 격려사를 통해 “일하는 예수회의 40년 역사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지만 그 시간을 지켜온 것이 장한 일”이라고 치하하며 “40년 동안 우리의 믿음, 가난한 사람이 없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라 갈릴리에 세워진 교회라야 진짜 교회라 굳게 믿어온 사람들로 출발한 우리가 ‘지금도 여전히’ 갈릴리에 머물러 있는지, 갈릴리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다며 자신 있게 증언할 수 있는지 돌아보자”고 전했다. 이어 “예수를 믿기만 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21세기 면죄부를 파는 종교 장사꾼들의 호객 속에서, 돈이 아닌 하나님을 사랑하고 갈릴리의 예수를 사랑해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 진정한 복음을 크게 외치면서 이제 40년을 뒤로하고 앞을 향해 나아가자”고 권면했다.

“문명 전환기의 생명공동체를 향한 목회와 선교”를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는 신승원 목사(일하는예수회 회장)가 좌장을 맡았고 정건화 교수(LAB2050 이사장), 황홍렬 교수(선교적마을목회연구소장), 김민아 박사(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집행위원장)가 발표를, 정병진 목사(여수 솔샘교회), 구본철 집사(한무리협동조합 꿈꾸는 사람들 대표), 류제민 청년(영등포산업선교회 노동훈련 2기 수료)이 토론을 진행했다.

정건화 교수는 “생태문명과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진행한 발표에서 기후위기로 심각한 위기의 오늘날의 현실을 진단한 후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는 ‘성장 일변도의 경제 시스템’의 분명한 한계를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 세계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 시장의 한계와 국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고 지역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홍렬 교수는 “문명 전환기의 생명공동체를 향한 한국교회의 목회와 선교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생태계 위기와 기후붕괴 속에서 생명교회, 생명목회, 생명 선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한 구체적 방향으로 ‘마을목회’를 제시하며 “소외와 배제, 승자독식의 사회관계가 아니라 소통과 나눔, 상호 호혜의 이웃 관계를 지향하고 로컬 푸드, 대안 에너지 운동, 그린 비즈니스 등을 통해 마을을 생태적으로 재구성하는 생태마을을 지향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민아 박사는 “민중교회 운동과 현장”을 주제로 발표하고 지난 민중교회 운동 역사를 고찰하면서 “민중교회 운동의 현장은 어디인가?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진단, “민중교회의 현장도 교회 그 자체일 수 있는지, 현재 민중 교회에 민중이 있는지, 지역운동으로서의 민중교회 운동은 민중의 창발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시혜적인 복지 사업에 머물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민중교회 운동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에큐메니칼 운동의 수도권 중심성을 넘어 민중교회가 에큐메니칼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함께 성찰해볼 것”을 도전했다.

아래는 “40주년 선언문” 전문.


민중과 함께 생명 평화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입니다

일하는 예수회가 40주년을 맞았다. 돌이켜 보면 지난 40년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약속의 땅을 향해 걸었던 광야의 40년과 같이 ‘연단과 은혜의 시간’이었다.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섬기라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공단과 빈민지역에 교회를 세우고 지역선교와 민중선교를 감당해 오며, 때로는 자본과 정권의 감시와 억압을, 때로는 기성교회로부터 냉소와 질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일하는 예수회 회원들과 함께 교회를 섬기는 교우들과 선교동역자, 지역사회에서 민중운동에 함께 동참한 많은 분들의 헌신과 사랑도 받았다.

일하는 예수회는 여러 번 명칭이 바뀌었지만 한결같이 민중교회운동을 전개해 왔다. 처음에는 영등포산업선교회의 영향이나 선교 실무자들과의 연합 조직으로 ‘노동선교연합’으로 출발했다가, 노동목회자 훈련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많은 노동/민중목회자들이 배출되면서 ‘예장노동목회자연합(예노목)/예장민중교회목회자연합(예민목)’으로 변화되었다. 예노목에서 예민목으로의 변화는 노동목회훈련을 받은 목회자뿐만 아니라 빈민목회 훈련을 받은 목회자들이 합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변화였다.

민중교회운동은 또한 에큐메니칼의 URM(도시농어촌선교) 전통을 따르는 것이기도 해서 ‘예장민중교회협의회’(예민협)를 통해 농촌교회들과의 연대 활동도 90년도 들어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면서 농촌의 민중교회에 대한 고려를 통해 노동/빈민교회를 도시민중교회로 정리하게 되면서 ‘예장도시민중교회목회자연합’으로 바꾸었다. 이후 목회자중심 조직에서 교회운동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게 되면서 평신도와 연합하는 ‘예장민중교회선교연합’(예민선)으로 바뀌었고, 2000년대 이후 사회적 변화와 민중목회의 다양성이라는 시대적 변화와 함께 현재의 ‘일하는 예수회’로 변경된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명칭변경은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민중교회의 정체성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이 나타난 것이다.

일하는 예수회가 민중교회운동에 있어서 특별히 기여한 것은 노동목회 훈련과정을 만든 것이다. 노동목회훈련은 84년에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시작되었는데, 그 과정은 10개월간 노동현장에 들어가 노동자의 삶을 체험하고, 이후 3개월간 목회훈련을 받은 뒤 지역을 선정하고 교회를 개척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몇 년을 거친 뒤 이런 형태로 정식화되었고, 훈련의 내용도 산업선교에서 사회선교와 지역선교로 확대되긴 했지만, 훈련의 기본적인 방식은 변화되지 않았다.

그리고 1984년에 두 명의 목회자로 시작되었던 훈련 프로그램은 이후 20년 가까이 진행되어 수많은 민중목회자들을 배출했고, 이들 대부분이 민중교회를 개척하거나 민중선교에 투신했다. 이렇게 양성된 민중목회자들은 민중교회의 개척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기독교운동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목회자운동과 기독교사회운동 그리고 다양한 지역운동과의 연대에도 열성을 다했다. 훈련받은 목회자들을 전국의 여러 지역에 골고루 분산 배치를 할 수 있었던 것도 훈련의 성과였고, 이는 지역기독교운동의 활성화를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실 민중교회운동만큼 한국교회사에 있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교회운동도 드문 것 같다. 민중교회는 교단과 지역에서 노동선교와 빈민선교, 그리고 지역선교운동을 활발히 수행했으며 다양한 선교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많은 민중교회들이 시행했던 탁아소와 공부방은 1990년대 초에 영유아보육법 등을 통해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로 법제화되었다. 이주민선교에 참여했던 교회들은 법무부나 고용노동부를 통해 고용허가제를 법제화 하는데 기여했고, 이주민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나아가 이주민, 장애인, 소외된 지역주민, 가출 청소년, 실직 노숙인 등에게 그리스도의 현존과 사랑으로 다가가서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 나라를 미리 맛보게 하고, 민중교회가 하나님나라의 표징이요, 증인됨을 보여주었다.

2000년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통해 지구적 자본주의가 편만해지면서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이는 자본의 지구화가 더불어 나타난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 양상은 더 극단적이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산업 구조의 개편과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날로 더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중들의 삶은 심화되는 불평등에 무방비상태가 되었다. 그러기에 일하는 예수회가 그동안 해온 민중목회와 선교의 사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오늘의 상황은 지구라는 행성의 지속가능성이 문제 되는 비상 상황이다. 매년 심각한 기상이변을 통해 기후위기의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우리는 생태적 전환을 요청받고 있다. 우리는 또한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사건이 휩쓸고 간 자리에 서 있다. 이제 교회는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깊은 반성과 회개, 그리고 전환을 요청받고 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선교적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제 40주년을 맞이하는 일하는 예수회는 이 시대를 분별하며 고백적 신앙으로 새로운 사명과 각오를 다짐한다.

하나, 기후변화와 불평등의 위기는 새로운 신앙적 고백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는 생명 평화교회를 통해 생명평화선교를 실천하는 생명평화의 신학을 고백하며, 타자에 대한 사랑과 연대의 일치를 향한 ‘마음의 에큐메니즘’(제11차 WCC총회)으로 복음의 가치를 심화 확대해 나갈 것이다.

하나, 우리는 문명전환기에 민중과 함께 생명공동체를 일구는 목회와 선교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소수의 엘리트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 생명과 평화, 정의의 사역을 생명평화교회의 목회와 선교를 통해 계속해 나갈 것이다.

하나, 우리는 40주년을 맞이하여 지나 온 민중목회와 선교의 발자취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대적 과제를 감당해 갈 수 있는 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아시아와 세계교회와의 생명평화선교의 국제적 연대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주여, 우리를 도우소서!

2023.11.9. 일하는예수회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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