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대전환이 필요하다 (1)
교육 대전환이 필요하다 (1)
  • 김누리 교수
  • 승인 2023.11.14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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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 교육에서 존엄주의 교육으로
Zoom으로 진행된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특별강좌.
Zoom으로 진행된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특별강좌.

* 본 글은 한국기독교 목회지원네트워크 2023 하반기 이사회 특별강좌, 김누리 교수의 강의 내용에서 발췌, 요약한 것이다._편집자 주


능력주의는 폭군이다

저는 한국 교육은 ‘적당히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너무나 근원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주장한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대학 입학시험을 없애라, 대학 서열 체제를 없애라, 대학 등록금을 없애라.’

이 세 가지를 없애면 한국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4-5년 전에 제가 이 이야기를 처음 꺼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저 교수가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고, 과격하고, 이상주의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했죠. 그런데 이제 제 주장이 사회에서 상당히 비중있는 의제로 떠오른 것 같습니다.

놀랍게도 미국에서도 똑같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에 나온 이야기인데, 저자는 마이클 샌델 교수로, 한국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많이 알려진 분이죠. 이분은 하버드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입니다.

이 책에서 제 주장과 거의 같은 얘기를 하고 있어서 정말 놀랐습니다. 최근에 나온 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또 미국 사회에 대해서 굉장히 깊이 있는 분석을 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이 한국 사회에 대해서도 커다란 울림이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이 좀 너무 이상해요. 한국에서 번역을 한 건데 원제목의 의도를 너무나 왜곡시키고 있어요.

원 제목은 ‘더 타이러니 오브 메리트’(The Tyranny of Merit: Can We Find the Common Good?)입니다. 원래 제목은 ‘능력의 폭정’, 우리말로 좀 쉽게 옮긴다면 ‘능력주의는 폭군이다’ 정도가 좋을 겁니다.

우리도 미국 사회를 최근 몇 년 동안 지켜보면서 많은 분들이 놀랐을 겁니다. 특히 트럼프의 미국을 보면서 한국인들처럼 깜짝 놀란 사람들도 없을 거예요. 미국이란 나라가 어떻게 저렇게까지 야만적일 수가 있을까?

코로나에 대응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트럼프 이후 미국의 정치 미국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정도로 야만성을 보였죠.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에 몰려가서 때려부수고 난동을 부리고 하는 것을 전 세계 사람들이 봤습니다.

여러분 이걸 보고 가장 놀란 사람이 누구였겠어요? 마이클 샌델이 그중에 하나였겠죠. 미국 정치가 저렇게 바닥을 치는 것 그것을 보고 샌델 자신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샌들은 어디에 원인이 있는지 탐구했고 이 책이 그 결과입니다.

미국 정치의 야만성, 특히 트럼프 정부와 정치 행태의 야만성을 분석한 책이죠. 능력주의라고 하는 것이 미국 사회의 공공의 선을 붕괴시킨 원흉, 폭군이라는 것입니다.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야만적인 정치 체제로 변화시킨 것은 ‘능력주의 경쟁 교육’이었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가 이게 정상적인 사회입니까? 아이들이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한국 사회는, 능력주의 경쟁 교육이 한국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공의 가치를 다 때려 부수고, 그 결과 끔찍하고 야만적인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

극단적 오만

야만적인 사회를 만든 첫 번째 요소는 ‘휴브리스와 휴밀리티’(hubris and humility)입니다. 휴브리스란 말은 그렇게 자주 쓰이는 말이 아닙니다. ‘극단적 오만’이라는 뜻인데, 거의 ‘정신병적 오만’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휴브리스 히틀러스, 히틀러스 휴브리스”라는 말을 많이 써요. 히틀러가 보였던 그런 종류의 정신병적인 오만이라는 의미죠.

그러니까 지금 미국 사회는 소수 엘리트들의 정신병적 오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굴욕감으로 사회가 완전히 갈라져 있다는 겁니다. 아주 오만 방자하기 이를 데 없는 엘리트들, 일상적으로 굴욕감을 내면화하고 사는 대중들로 미국 사회를 완전히 갈라놨다. 그 원인이 바로 ‘능력주의’입니다.

그래서 백인 노동자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이었는데 이들이 트럼프를 지지함으로써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거죠. 이러한 현상을 샌델 교수는 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이 느끼는 굴욕감과 분노가 계급적 증오보다 더 컸다고 분석을 하고 있어요.

절망으로 인한 죽음

두 번째 분석도 굉장히 중요한 분석이에요. 이것도 지금 한국 사회와 똑같습니다. ‘절망으로 인한 죽음’ 이게 이제 미국 사회를 갈라놓고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사회가 지금처럼 불평등한 구조를 가진 적은 없었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40년 동안 진행되면서 인류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불평등을 겪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미국은 아주 심각한 상태인 거죠.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인들은 거기에 저항하거나 새로운 체제를 모색하거나, 말하자면 혁명을 꿈꾸지 않습니다. 그게 놀라운 거죠. 지금 미국은 3명의 개인이 가지고 있는 부가 미국인 절반이 가지고 있는 부보다 많다고 합니다.

아마 여러분들이 그 세 명의 이름을 아시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선 어떠한 변혁의 시도도, 어떠한 혁명적 기획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분석을 한 거예요. 왜 미국인들은 비판하지도 저항하지도 혁명을 모색하지도 않는가? 거기에 대한 답이 좀 전에 이야기한 그것입니다. ‘절망사’(Death of Despair).

미국인들은 기존의 권력에 대해서 비판하거나 저항, 혁명을 꿈꾸지 않고 그 대신 자기 자신을 죽입니다. 절망으로 인한 죽음이죠. 다시 말하면 이들은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완전히 포획되어 모든 불행의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절망사’는 한국이 더 많아습니다.

지금 한국이 세계에서 자살률 1위인 거 아시죠? 19년째 1위입니다. 중간에 2018년 한 해만 2등을 했어요. 왜 한국인들은 이렇게 많이 자살할까요? 저는 그 근본에는 능력주의라고 하는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 한국도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불평등 사회가 됐는데 거기에 대해서 한국인들은 혁명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죽입니다. 왜? 불행의 원인은 나에게 있다고 한국인들은 생각해요. 잘못된 사회 구조, 한국의 약탈적 자본주의가 자신의 불행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이게 지금 한국 사회에서 능력주의가 갖는 의미와 미국 사회에서 능력주의가 갖는 사회적 의미가 거의 같은 거죠. 미국 사회에서 이 절망사가 어느 정도 될까요? 2018년 한 해 동안 약 15만 8천 명이 절망사로 죽었습니다.

이 절망사라고 하는 것은 자살만 뜻하는 게 아닙니다. 마약 알코올로 인한 죽음도 결국 절망으로 인해서 죽음에 이르게 되는 그러한 것이기 때문에 합쳐서 절망사라고 부릅니다.

(다음 호에 계속)

김누리 교수
중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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