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이오스] 권력이란 무엇인가?
[텔레이오스] 권력이란 무엇인가?
  • 김희룡 목사
  • 승인 2023.11.07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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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31일 제17차 거리기도회.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개신교 대책위원회 페이스북 갈무리.
2023년 10월 31일 제17차 거리기도회.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개신교 대책위원회 페이스북 갈무리.

필자는 올해 2월부터 성문밖교회 교우들과 한 달에 한 번 한 시간은 독일 신학자 칼 바르트의 『교의학 개요』를 읽기로 했습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책의 내용이 사도신경을 해설하는 것이어서 신앙의 핵심을 공부할 수 있고 책의 저자가 20세기 신학의 교부라고 불리는 인물이니 읽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읽기를 시작하니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는 의견이 터져 나왔습니다.

저는 동기 부여를 위해 칼 바르트 신학 강의를 신학자에게 듣는 교회는 있어도 칼 바르트의 신학책을 목사와 교우들이 한 줄 한 줄 함께 읽어가며 씨름하는 교회는 우리가 유일할 것이라는 말과,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책을 읽는 것은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쓰는 것과 같아서 힘들긴 하지만 건강에는 좋다는 말로 약해지려는 서로의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격려하며 신학책 읽기를 계속하던 중 칼 바르트 『교의학 개요』 제7강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 주제는 ‘전능하신 하나님’이었습니다. 칼 바르트는 강의의 핵심을 다음과 같은 명제로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권능은 의로운 권능이라는 점에서 무능과 구분되고 다른 모든 권력보다 우월하며 ‘권력 그 자체’에 승리하면서 대립한다.”

칼 바르트의 말에 따라 하나님의 권능을 기준으로 보면, 정의를 실현하는 권능만이 권능이고 정의를 실현하지 않는 권능은 오히려 무능입니다. 그리고 권력의 우열은 계급과 직급이 아니라 ‘누가 과연 정의를 실현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결정되는 겁니다. 하나님의 권능이란 개념은 이처럼 ‘권력에 관한 우리의 통속적인 관념 그 자체’에 승리하며 대립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권능에 관한 칼 바르트의 글을 읽고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벌써 2년째 세종호텔 정문 옆에 농성장을 꾸려 놓고 부당한 해고에 저항하며 농성 중인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이었습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모두 세종호텔에서 20년 또는 30년이나 호텔의 호황기를 이끌며 성실히 일해온 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종호텔 사측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호텔 불황을 이유로 수십 년간 호텔을 위해 일해온 노동자들을 한순간에 해고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호텔업계가 불황을 맞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해고를 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마련해 놓은 지원금이 있었고 호텔 호황기에 축적해 놓은 회사의 자산이 충분했으며 호텔의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고자 호텔 경영 자금의 10%를 부담하겠다는 노동조합의 제안까지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6월 코로나19가 공식적으로 종료된 후 호텔 경영은 이미 코로나 이전 상태의 호황으로 돌아섰습니다. 해고의 명분 자체가 소멸한 상황입니다. 만약 세종호텔이 정부의 지원금과 회사의 자산과 노동조합의 제안을 잘 활용했다면 아마도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한 가장 아름다운 경영 사례를 남길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세종호텔 사측은 이 모든 방법을 거부하고 노동자를 해고했고 복직마저 거부하는 상황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인 우리 사회에서 돈은 불가능을 모르는 권능으로 인정받고, 세종호텔 같은 회사는 우리 사회의 경제 권력으로 인정받습니다. 그러나 회사와 노동자를 함께 살리는 상생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자본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 많은 자본이 상생의 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이처럼 무능하다면, 세종호텔이라는 경제 권력이 상생의 정의에는 관심조차 없다면 그러한 자본의 권능이나 경제 권력을 참된 의미에서 권능이나 권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세종호텔 앞에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과 호텔 경영진이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매주 이 ‘세종호텔 개신교 대책위원회’의 기도회에 참석할 때마다 “과연 권력이란 무엇인가?” 묻게 됩니다. 그리고 부디 우리 사회의 자본과 우리 사회의 경제를 끌어가는 경제 권력이 하나님의 권능을 닮아 상생의 정의를 실현하는 권능과 권력의 길을 가게 되기를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김희룡 목사<br>​​​​​​​(성문밖교회)
김희룡 목사
성문밖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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