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책 도둑〉 - 책, 죽음을 넘어 삶으로 인도하는 창
[영화와 복음] 영화 〈책 도둑〉 - 책, 죽음을 넘어 삶으로 인도하는 창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3.10.26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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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소녀 리젤(소피 넬리스)에게 죽음은 무척 익숙하다. 양부모에게 입양되기 위해 친엄마와 함께 떠나는 기차 안에서 시름시름 앓던 남동생이 죽었다. 기찻길 옆 이름 모를 공동묘지에 동생의 장례를 치르고, 무덤 파는 사람이 우연히 떨어뜨린 검은색 책을 주워 품에 안는다. 마침내 양부모 한스(제프리 러쉬)와 로사(에밀리 왓슨)가 사는 마을에 도착하여 리젤의 낯선 삶은 시작된다. 학교에 새롭게 입학하고, 자기소개 시간에 선생님은 이름을 칠판에 쓰도록 지시한다. 글을 읽고 쓸 줄 몰랐던 리젤은 칠판에 ‘XXX’만을 표시하고 돌아온다. 수업이 끝난 후, 운동장에 둘러선 같은 반 친구들은 리젤을 ‘저능아’라 놀려댄다. ‘죽음’과 ‘문맹’은 현재의 리젤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이다.

그래서 그럴까? 영화는 ‘죽음’이 내레이터 역할을 하며 리젤을 소개한다. 마치 ‘죽음’이 리젤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1938년의 독일은 리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죽음’이 곁에 있던 시대였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공습 경고와 폭격, 느닷없는 징집명령과 사망 소식, 겉으로는 아군의 진군과 승전보로 위장하고 있지만, 그 뒤에 감춰진 진실은 서서히 패망해 가는 독일의 불안한 현실이었다. 어디에나 절망만이 가득하다.

그런 리젤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준 건 ‘책’이다. 입양되어 낯설고 두려워하는 리젤에게 양아버지 한스가 다가온 방식은 책을 읽어주는 것이었다. 비록 시신 매장과 관련된 내용이었지만, 리젤은 주워 온 그 책을 한스와 함께 읽으며 처음으로 다른 세상이 있음을 경험한다. 이에 한스는 리젤이 글을 익힐 수 있도록 지하실 벽면에 알파벳을 활용하여 단어를 조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한스는 자신의 은인의 아들 유대인 맥스(벤 슈네처)가 슈투트가르트에서 발생한 수정의 밤(나치당원들의 유대인 회당과 가게에 대한 약탈·방화사건) 사건을 피해 집으로 도망쳐 오자, 지하실에 숨겨준다. 이를 계기로 리젤과 맥스는 친해진다. 리젤은 맥스에게 바깥세상을 알 수 있는 신문이나 책을 구해주고, 맥스는 리젤에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도록 권유한다.

폭격이 있던 어느 밤, 지하실 대피소에서 불안에 떠는 사람들에게 리젤은 읽었던 책 『투명인간』의 내용을 말해준다. 사람들은 큰 위안을 얻고, 공습이 멈추자 기쁜 듯 밖으로 뛰쳐나온다. 리젤에게 책은 어느새 무지와 문맹에서 자신을 탈출시켰을 뿐 아니라, 사람들을 위로하고 도움을 주는 도구로 변해 있었다. 도처에 도사리는 죽음의 상황에서 리젤은 책을 읽고 쓰고 말해냄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사람을 위로하며 소통한다.

글(책)을 읽고 쓴다는 건 세상을 보는 눈을 갖는 것이다. 그것은 세상을 내 방식으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그것을 전달하는 것이며, 생각과 감정을 증명하는 것이다. 요즘 문해력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이 글은 읽지만 무슨 뜻인지 모른다. 영상에만 익숙한 나머지, 글이 조금만 길고 어려우면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독서를 포기하고 학업에 흥미를 잃고 학력 격차가 심해진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깊이 있는 사고력과 풍성한 상상력에 치명적인 약점이 발생하고, 결국 창의적이며 주체적인 성인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팬데믹을 거치며 이는 더욱 심화되었다.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와 위험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성경읽기’는 매우 유익하다. 구원과 건강한 신앙인을 위한 길이기도 하지만, 세상과 소통하는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책(성경)은 인간에게 운명과는 같은 죽음을 향한 길에서 생명의 길로 전환하는 지침서이자, 그 길을 사는 지혜를 알려주는 도구이다. 가을이 깊어간다. 죽음을 넘어 삶으로 인도하는 창으로써의 책을 가까이함이 좋을 때 아닌가!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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