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오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양성평등 절실
[엘레오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양성평등 절실
  • 정무성 교수
  • 승인 2023.10.26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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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하버드대학교의 골딘 교수는 한국의 기업문화가 저출산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기업문화가 세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제학과 교수이기 때문에 기업을 대표적으로 지적했지만 우리 사회 전반적인 조직문화가 아직 전근대적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20세기 후반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보다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룩했는데, 노동시장에서는 이런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나 학교도 이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남성 우월적인 기성세대의 가부장적인 조직문화가 저출산 문제를 야기한 원인이 된 것이다.

아직도 한국에서 일과 가정생활 병행을 위해 남몰래 속앓이를 하며 눈물 흘리는 측은 항상 엄마, 워킹맘들이다.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가 육아의 한계에 부딪쳤을 때 한쪽의 커리어를 포기해야 한다면 그건 으레 아내의 몫이다. 아내들은 아이와 가정을 돌보기 위해 풀타임 정규직을 포기하거나 대신에 비정규직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이는 바로 여성들의 경력 단절로 이어지곤 한다. 현실이 이러다 보니 커리어 유지를 위해 아이를 하나만 낳거나 아예 낳지 않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고질적인 성별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은 인구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지적이 무색하게도 한국의 성별 격차는 줄지 않고 있다.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발표한 ‘성 격차(Gender Gap) 지수’에서 한국은 146개국 중 105위에 그쳤다. 지난해보다도 여섯 계단이나 하락했다. WEF는 경제 참여·기회, 교육 수준, 건강, 정치 권한 등 4가지 항목에서 남녀평등 정도를 평가해 지수화하여 매년 국가별로 순위를 매긴다. 여성의 지위와 권한 자체가 아니라 ‘성별 격차’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한국은 남녀 모두 수치가 낮은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순위가 낮다. 물론 한국뿐 아니라 가부장적 문화가 남아 있는 일본이나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대체로 하위권이다.

반면에 복지제도가 발달하여 육아에 최적화된 북유럽의 아이슬란드·노르웨이·핀란드·스웨덴과 뉴질랜드는 1∼5위를 차지하였다. 이들 국가가 90% 안팎 수준으로 남녀평등을 실현했다면 한국은 68% 수준으로 평가됐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을 자랑하고, K컬처로 문화 강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주소다. 하지만 정치권은 해결 방안을 찾기보다 극단적 혐오를 부추겨 젠더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하고 있다.

저출산은 단순히 특정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사회 전체가 인식해야 한다. 이제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여성인력 활용이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따라 여성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도 하지만, 4차산업혁명시대 산업의 소프트화로 인해 여성들의 섬세한 감수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많아지고 있다. 여성인력의 활용 없이는 저출산 시대도 4차산업혁명시대도 버텨낼 수가 없다. 양성평등을 통해 여성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을 포함한 한국 사회 전체의 과제다.

인구 절벽으로 국가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출산율을 올려야 하고, 그러려면 여성들이 일과 가정생활 병행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아이 돌봄 비용을 낮추고 돌봄 접근성을 높여야 하는데, 한국교회가 아동 돌봄의 지역센터가 되겠다고 자처하고 나선 것은 매우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나아가서 신앙인들의 양성평등 의식 고취를 통해 한국을 육아 친화적인 사회로 만들어 가야 한다.

정무성숭실사이버대학교총장/ 한국사회복지학회 회장
정무성 교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숭실사이버대학교 前총장
한국사회복지학회 前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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