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순례] 가장 높은 곳부터 가장 낮은 곳까지 바라본 어린 왕자
[독서 순례] 가장 높은 곳부터 가장 낮은 곳까지 바라본 어린 왕자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3.10.26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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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진의 『생텍쥐페리의 문장들』

유년기의 장래 희망이 비행기 조종사였던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그들은 비행기 조종사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모습이 마냥 멋있게 보여서 그런 꿈을 꾸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는 비행기 조종사란 직업이 세상 그 어떤 직업보다 가장 위험한 직업이었다. 과학기술과 항공 기술의 발전이 아직 더딘 상태에서 비행기 조종사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비행기를 조종하다 죽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마도 지금 우리가 비교적 안전하게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이유도 수많은 비행기 조종사의 희생으로 여러 안전장치가 만들어져서 그러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프랑스의 소설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흔히 소설 『어린 왕자』의 저자로 유명하다. 그런데 생텍쥐페리는 전업 소설가로 활동한 적이 없다. 그는 생계를 위해 온 힘 다해 노동하고 남는 시간에 소설을 집필했다. 그의 직업은 비행기 조종사였다. 그는 1926년 민간 항공 회사의 비행기 조종사로 첫 커리어를 시작하고, 1944년 제2차 세계대전의 연합군 전투기 조종사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약 20년간 비행기 조종사로 살았다. 비행기 조종사와 소설가는 어찌 보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생텍쥐페리의 작품이 지금까지도 생명력이 있는 이유는 그가 비행기 조종사로 겪은 수많은 경험을 그의 소설에 녹여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023년 3월에 마음산책이라는 출판사에서 『생텍쥐페리의 문장들』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작가이자 번역가인 신유진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야간 비행』, 『남방 우편기』 등과 같은 작품에서 직접 문장을 엄선해 만들어졌다. 아무래도 일반인은 생택쥐페리의 모든 작품을 다 읽기 힘들지만, 『생텍쥐페리의 문장들』을 읽는 것만으로 그의 사상이 얼마나 깊고도 높은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첫머리에서 신유진은 생텍쥐페리의 문학이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다음과 같이 논한다.

“감춰진 것,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보는 눈은 생텍쥐페리의 문학이 가진 힘이다. 그의 글에는 본질을 꿰뚫는 시선이 있고, 그 예리한 통찰력은 조종사라는 그의 직업을 통해 단련됐다. 하늘을 난다는 것은 일상적 삶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동시에 더 넓고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수직적 시각을 갖는 것이니까. 사실상 그의 문학은 그의 직업을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11쪽)

생텍쥐페리는 비행기 조종사로서 늘 생명의 위협과 극심한 고독을 마주하며 살았다. 그러나 그는 어떤 어려움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야간 비행』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삶에는 해결책이 없네. 나아가는 힘만 있을 뿐이야. 그 힘을 만들어 내야 해결책이 뒤따라오는 것이지.” 우리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책을 찾지만, 해결책은 그리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 생텍쥐페리는 삶의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앞으로 나아갈 때 해결책이 비로소 뒤따른다고 말한다. 아마도 그는 비행 중 만난 어려움에도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전진할 때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험을 여러 번 하지 않았을까 싶다. 삶이 고단하고 느끼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생텍쥐페리의 치열한 일상과 치밀한 문장을 보며 생의 의지가 다시금 타오르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황재혁 목사<br>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br>​​​​​​​본보 객원기자<br>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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