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목사님, 하나님께 물어 보세요”
[특별기고] “목사님, 하나님께 물어 보세요”
  • 남택률 목사
  • 승인 2023.10.15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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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남택률 목사(예장통합 제108회기 헌법위원장)
명성교회에서 열린 예장통합 108회 총회 개회예배 현장. 가스펠투데이 DB.
명성교회에서 열린 예장통합 108회 총회 개회예배 현장. 가스펠투데이 DB.

꽤 오래 전 노회간의 경계 문제로 총회가 엄청난 내홍을 겪은 때가 있었다.

내가 속한 노회도 한 교회가 군부대를 옮기고 새롭게 형성된 상무지구라는 곳에 교회를 건축하여 이전한 일이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이웃노회 경계 안이었다. 이 일로 양 노회 간 분쟁이 생겼고 나는 경계위원장을 두 번이나 맡으면서 원만하게 조정 해결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가슴 아픈 기억 하나가 있다. 그것은 이웃노회에 고소를 당해 지방법원에 출두한 일이다. 나는 5.18 민주화운동 이후에 부당하게 옥살이를 하고 있는 5.18부상자의 변호를 위해 증언석에 서 본 것 외에 법원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

이유야 어떻든 목회자 신분으로 법정에 선다는 것은 무척 부담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그날 양 노회 재판을 심리한 판사가 우리에게 이런 말을 했다. “목사님 하나님께 물어보시지 왜 여기까지 오셨어요?” 나는 그 말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판사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새파란 여자 판사였다. 아마도 그 판사가 교회를 다니고 있는 청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한지 서둘러 법정을 빠져 나왔던 기억이 있다.

당시 경계문제는 총회결의 사항이고 재판건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고 총회는 전권위원회를 통 해 경계문제가 일단락되었다. 이 일을 경험하면서 소송만이 능사가 아니며 얼마든지 우리 안에 자정능력으로 문제를 해결 해 가는 예측 가능하고 성숙한 공동체로 거듭나길 기도한다.

108회기 헌법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본 교단 헌법이 추구하는 목표와 실현방법을 추구하되 헌법이 훼손되거나 법 정신이 손상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교단과 노회 간에 그리고 지역교회의 평안함을 상호 유지토록 최선을 다해야 될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

가장 기본적으로 추구해야 될 점은 교단의 화평과 일치를 이루기 위해 교단 최상위법인 헌법이 손상되면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근래에 들어 우리교단이 헌법에도 없고 법리(法理)에도 맞지 않는 법을 잠재(潛在)하고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듯 해 깊은 우려가 있다. 오죽하면 법을 잠재하고서라도 특별법을 만들었겠냐마는 결과적으로 법을 잠재하고 만들어낸 그 법들이 교단 환경을 얼마나 어렵게 만들었으며 공동체의 일체성을 무너뜨렸는지는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아무리 법을 잘 제정하고 최선을 다해 시행해도 언제나 문제는 발생하고 문제점이 드러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예외 없는 법이 없다는 말이다. 아무리 잘 만들고 최선을 다해도 모든 법이 다 완벽하거나 온전할 수 없다. 완벽하게 만들고 최선을 다해 만들어도 모든 법은 시행하다 보면 사각지대가 드러나게 된다. 교단 헌법도 상위법인 헌법이 있지만 헌법에 다 담지 못하는 조항이나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헌법시행규정을 제정한다.

상위법 우선의 원칙이나 신법우선의 원칙, 특별법 우선의 원칙이라는 말들이 법들 간의 입법취지와 배경이 충돌되고 상치될 때 우선 적용해야 할 법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교단최상위법인 헌법을 습관적으로 잠재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적용순서는 총회헌법, 헌법시행규정, 총회규칙, 총회결의, 노회규칙(정관, 헌장, 규정 등 명칭을 불문한다.) 등의 순이며 상위법규에 위배되면 무효이므로 개정하여야 하며 동급 법규 중에서는 신법 우선의 원칙을 적용한다.(개정2012.9.20.)의 법 적용순서를 잊어선 안 된다. 그래서 다시는 우리교단에서 ‘법을 잠재하고’라는 말이 자주 통용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총회에서 결정하는 결의을 물론 존중되어야 하지만 총회회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 있고 아무리 총대들이 원한다고 하더라도 합법적인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 할 준법정신이 분명히 필요하다. 상대가 있고 다툼의 소지가 있는 민감한 내용일수록 법리적으로 접근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절제된 법치행정을 총회가 수호해야 하고 헌법위원회에서도 그런 방향으로 총회를 섬겨야 된다고 생각한다.

총회만능주의 혹은 총회결의만능주의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언급하게 됨을 용서하길 바란다. 언제부터인가 총회가 민감하고 예민한 사안을 원칙과 절차를 따르는 법치를 외면하고 총회기간 동안 총대들의 결의로 결정하고 시행하려는 분위기가 있었고 그런 우려는 작년이나 올해도 현실이 되기도 했다. 헌법위원회의 고유영역인 헌법해석조차도 정무적인 판단으로 시행을 보류하고 총회에서 해석의 옳고 그름을 결정하려한 경우도 있어서 이런 일은 정말 바로 잡고싶다.

마지막으로 노회나 교회에서 헌법위원회에 해석을 의뢰하는 주요 내용들을 심도 있게 다루어 최상의 서비스로 섬기길 원한다. 30년 가까이 총회임원 국내선교부장 선거관리위원장 헌법개정위원등을 섬기며 경험했던 토대위에 헌법위원장이라는 사역을 총회를 섬기는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오래전 법정에서 젊은 판사가 “목사님, 하나님께 물어보세요“라고 한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우리 모두 소송을 생각하기 전 하나님께 먼저 물어보는 기도가 선행되길 바란다.

남택률 목사예장통합 제108회기 헌법위원장
남택률 목사
예장통합 제108회기 헌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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