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아메리칸 뷰티〉 - 가식을 벗어내는 순간 비로소 보이는 진짜 아름다움
[영화와 복음] 영화 〈아메리칸 뷰티〉 - 가식을 벗어내는 순간 비로소 보이는 진짜 아름다움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3.10.10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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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멘데스 감독의 〈아메리칸 뷰티〉는 쇼킹한 매력이 가득한 영화다. 막장도 이런 막장 가족이 없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치고 어느 하나 정상으로 보이는 인물이 없다. 죄다 겉과 속이 다르고 과도하게 포장되어 있다. 잡지사 직원인 레스터 번햄(케빈 스테이시)의 삶은 무기력하다. 가족에게 무시당하고 불필요한 존재로 인식된다. 삶의 유일한 분출구는 딸 친구 안젤라를 상상하고 성적 판타지에 빠지는 순간뿐이다. 아내 캐롤린(아네트 베닝)은 잘나가는 부동산 업자지만 성공에 대한 집착만 가득하다. 게다가 자신의 부동산업계 라이벌과 불륜 관계를 맺고 있다. 딸 제인(도라 버치)은 부모에게 반항하는 전형적인 10대 청소년이다. 아빠를 무시하다 못해 혐오한다. 주변 인물도 마찬가지다. 레스터 번햄의 옆집에 이사 온 릭키(웨스 벤틀리)는 범생이처럼 보이지만 제인을 도촬하는 취미를 가졌고 대마초 불법영업으로 용돈을 번다. 그의 아버지 피츠(크리스 쿠퍼)는 군인 출신으로 지나칠 정도로 가부장적이며 폭력적이다. 제인의 친구 안젤라(미나 수바리)는 너무 일찍 성에 눈을 뜬 되바라진 10대 소녀다.

그런데 심각한 건 이들 모두가 겉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미국 중산층을 대표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들의 가려진 내면에는 꿈틀대는 욕망에 휩싸인 가식과 위선이 뒤엉켜 있다. 원래 내면이 약한 사람이 보이는 겉을 강한 척 포장하기 마련이다. 그 대조를 강조하기 위해 영화는 각 캐릭터에 강한 막장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과도한 어필은 뭔가 숨겨진 약점을 감추기 위함인 경우가 많다. 이중 부정이 강한 긍정을 내포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 다른 반전이 인물마다 숨어있다.

영화가 전개되면서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이유가 밝혀진다. 가장이지만 그에 부합하지 못한 삶의 무게에 짓눌린 레스터 번햄은 뭔가 현실을 벗어날 돌파구를 찾고 싶어 한다. 성공에 대한 강렬한 욕망은 캐롤린을 겉만 화려하게 치장하게 만들고, 아빠가 자신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봐줬으면 하는 마음의 반작용이 제인의 어긋난 행동의 원인이다. 반항할 엄두조차 못 내게 만드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피츠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가 아들 릭키에겐 대마초 불법유통이며, 한 번도 진실한 사랑을 나눠본 적이 없기에 안젤라는 사랑 따윈 신경도 안 쓰는 척한다. 아들과 아내에게 유독 엄격한 피츠 대령의 내면은 동성애 성향으로 가득 차 있다. 결국, 그들 모두는 일탈을 통해 내면의 욕망과 바람을 왜곡되게 표출하고 있던 셈이다.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진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진실의 거울 앞에 자신을 바로 세우고 똑바로 바라볼 때 가능하다. 솔직해야 한다. 치장과 가식을 버리고 자신의 부족함과 모자람, 바라는 바를 고백하며 표현해야 한다. 세상엔 다 가진 사람도 완벽한 사람도 없다. 누구나 무언가는 부족함을 느끼며 살기 마련이다. 인간 존재의 육체성 그 자체가 결여와 불완전을 상징한다. 결국, 그 부족함을 가리기 위한 거짓과 위선의 치장보다는 떳떳하고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바와 욕망하는 바를 인정하고 살아갈 때 오히려 참된 해방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영화 제목이 ‘아메리칸 뷰티(American Beauty)’다.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미국의 아름다움’이나 ‘전형적인 미국의 미인’이기도 하고, ‘워싱턴DC를 상징하는 장미’이기도 하다. 영화에는 이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진짜 아름다움은 뭘까? 그것이 미국의 아름다움이든, 다른 어느 나라 혹은 누군가의 아름다움이든 말이다. 그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열심히 달려가야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의 주변에, 흔하고 작은 물건에, 매일 반복하며 마주하는 그곳에 숨어있다. 단지 가식을 버리고 잠잠히 앉아 보고자 하는 자에게만 그 존재를 드러내는 마법 같은 속성이 있을 따름이다.

우리 주변에 감춰진 진짜 아름다움을 찾아보자. 매일 걷는 거리에서, 차창으로 보이는 인도와 차량을 인도하는 신호등에서, 어린아이의 작은 미소에서, 동네 편의점 직원의 상냥한 미소에서, 떨어지는 잎에서, 바람에 날리는 비닐봉지 하나까지! 그리고 함께 부대끼며 매일 대하는 그 사람의 흔하디흔한 내음에서 발견할 수 있다. 보물은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게 진가를 드러내는 법이다. 천국도 그러하지 않을까?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지만, 너무 거창한 것으로만 생각하여 막연한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에겐 요원한 일일 수 있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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