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들보] 오늘의 판단의 자리
[티와들보] 오늘의 판단의 자리
  • 조태영 목사
  • 승인 2023.10.10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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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땅을 심판하러 임하실 것”이요, “의로 세계를 심판하시며, 그의 진실하심으로 백성을 심판하실 것”이다(시96:13). 오늘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극심한 혼돈을 볼 때, 이제 우리 사회에 판단의 아노미가 극에 이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촛불항쟁의 불꽃이 치솟았을 때 우리 사회는 잠시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황홀경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고 불꽃은 곧 사그라져 버렸고, 바뀐 정권은 판단의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개혁이 지지부진하다가 끝내는 오히려 심판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정세는 급반전하여 모든 개혁이 뒤집히고 만세 전으로 회귀하였다. 시민사회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무기력에 빠졌고 지리한 결단 유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 판단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혼돈을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지금 판단의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다시 긴 난파와 표류를 면치 못할 것이다.

예수는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 그리스도인들을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하셨고, 스스로 진리와 은혜셨다. 진실과 거짓, 의와 불의를 판단하는 진리의 빛, 세상을 살맛 나게 만드는 은혜의 소금. 그것들의 담지자가 그리스도인들, 곧 교회이다. 그리스도가 그들 안에 계시고, 그들이 그리스도 안에 머물러 있으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교회는 세상의 중심에 서서 판단의 빛이 되고 은혜의 담지자로서의 활동을 다하고 있는가? 세상이 “저들은 예수의 제자들이다”라고 하면서 빛으로 모여들고 있는가? “저들은 예수의 맛을 지닌 사람들이다”라고 하면서 교회에 빠져들고 있는가?

지난 9월 초에 전주YMCA에서 기획한 북‧중‧러 접경 지역 평화기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에서 독립과 평화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의 독립은 부자유와 불평등의 상태에서 해방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독립은 이러한 해방을 통하여 삶에 통일과 평화가 실현되는 일이다. 자유와 평등이 통일되고, 자유와 평등이 일치된 평화가 실현된 상태, 그것이 궁극적 의미에서 독립이리라. 이런 의미에서 우리 민족에게 아직 독립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독립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역사에서 민족의 독립된 인격을 온전히 실현하지 못하였다. 아직도 분열과 혼돈 상태요, 여전히 전쟁 상태다.

일제하 독립투쟁은 일제의 국권 침탈과 압제로 잃어버린 민족의 자유와 평등을 되찾고 실현하기 위한 평화의 항전이었고, 그 시대에 민족이 짊어진 십자가였다. 불행하게도 해방 후 민족은 분단되었고, 남북이 평화의 반쪽씩만 분점하고 외눈박이가 되어 상극하고 있다. 평화가 통일되지 않은 것이다. 반쪽짜리 평화이고 반쪽짜리 독립이다. 민족 공동체가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를 세워 자주적으로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 이것은 놀랍게도 남북 겨레에게 여전히 간절한, 현재의 꿈이요 오늘의 과제이지 않은가? 잠깐 현기증 나는 역사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분단 체제를 살아가는 오늘 우리 겨레에게 평화와 독립은 여전히 더욱 복잡하고 교묘한 상태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서야 할 판단의 자리, 우리가 지켜야 할 판단의 중심은 어디인가?

그리스도인의 판단의 자리는 그리스도이고, 그리스도의 심판의 자리는 십자가이다. 십자가는 상하, 좌우, 처음과 끝이 교차, 수렴하는 자리이며, 시간과 영원이 맞창나는 자리요, 삶과 죽음이 합일하는 자리이고, 영원이 세상으로 뚫고 들어오는 자리이다. 그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가 못 박히셨다. 거기에서 그리스도의 심판이 이루어진다. 거기에서 하나님의 판단의 빛이 흑암을 헤치고, 혼돈을 가르고, 공허를 밀어낸다. 그리스도인들, 곧 교회는 그 중심에 서서 판단의 중심이 되어 세상에 빛을 비추어야 하고, 은혜를 나누어 소금을 치듯 세상에 고르게 맛을 내야 하는 것이다. 오늘의 교회는 이 판단의 자리,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자리에 분명 진실하게 서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나 우리의 십자가를 확인하고, 과연 나 우리의 얼굴이 십자가의 피와 땀에 젖었는지 예수 그리스도의 거울에 비추어 보아야 할 것이다.

조태영 목사<br>한신대학교 명예교수(국문학)<br>한국고전번역원 이사<br>​​​​​​​경기중부NCC 고문
조태영 목사
한신대학교 명예교수(국문학)
한국고전번역원 이사
경기중부NCC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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