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가해지는 다양한 통제 유형은 언론학 연구의 주된 관심사였다. 언론의 자유와 책임이라는 고전적인 연구 주제를 관통하는 논제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경제적, 법적, 사회적, 정보원 통제 등 다양한 통제 유형 중 과거에는 주로 정치적 통제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경제적 통제가 가장 일반적인 언론통제 유형이었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권위주의 정권이나 군사독제체제하에서는 정치적 언론통제가 주로 행해지지만 정치적으로 안정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이보다는 다양한 유형의 경제적 통제가 대세를 이루는 경향이 있다. 광고에 의한 통제라든가 언론사주의 사적 이익을 대변하는 소유에 의한 통제 등이 대표적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언론도 하나의 기업이라는 생존 논리가 작동하기 때문에 정치보다는 경제적 언론통제가 더욱 강화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에 대한 권력의 정치적 통제는 매우 이례적이고 후진적이며 반민주적이다. 언론자유 측면에서 보면 민망한 수준의 심각한 민주주의 퇴행 현상이다.
언론과 권력은 태생적으로 대립과 갈등 관계이다. 간혹 협력적이고 협조적인 경우도 있지만 매우 예외적이다.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면서 건강성을 유지하는게 언론과 권력의 숙명적인 존재 양식이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 언론 자유라는 명제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 제3대 제퍼슨 대통령의 ‘신문없는 정부보다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주장 속에 민주주의와 언론의 역할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런만큼 정부 즉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공격은 매우 자연스럽다.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정부 권력을 항상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이 바로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고 의무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선출되지 않은 언론의 또 다른 권력 남용이나 오류는 언론의 책임이라는 차원에서 끊임없는 자정 노력과 자율적 통제를 요구받는다. 일차적으로는 언론사 스스로의 자율적 통제에 의지하되 명백한 언론 윤리 위반이나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법으로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언론에 대한 법적 통제는 매우 신중하면서도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언론제도를 채택한 정부 권력의 기본자세다.
최근 권력의 언론통제 양상이 언론탄압 수준으로 점점 격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수십 년 전 군사독재정권 시대에서나 있을법한 언론통제와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검찰이 언론사의 심장부인 편집국과 현직 언론인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팩트체크라는 이름으로 언론의 취재, 보도 과정을 수사대상으로 삼고 있다.
취재 내용의 보도 여부는 언론의 고유 권한인데도 이를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비민주적이고 심각한 언론통제이다. 만약 취재, 보도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일단 언론 윤리 차원에서 다루어져야할 문제이지 권력의 일방적인 판단과 평가에 의거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대처할 문제가 아니다.
검찰이 언론사와 언론인을 압수수색하는 순간 대한민국 모든 언론은 권력의 압력과 통제가 시작되었다는 현실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일부는 저항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권력에 맞서겠지만 대부분 언론은 권력 감시에 소극적이거나 눈을 감게 될 것이다. 아예 정부 권력의 입장에 서서 문제를 감추거나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관제, 부역 언론도 등장할 것이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있는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일은 결국 권력의 불행한 결말을 재촉하는 일이 될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과 역할을 강제적으로 차단했던 모든 권력은 불행한 결말을 맞았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현 정부나 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도 인정하고 오히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성숙한 대응을 기대하는 것은 허망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