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명성 말고 다른 곳으로...아직도 늦지 않았다
[특별 기고] 명성 말고 다른 곳으로...아직도 늦지 않았다
  • 김인주 목사
  • 승인 2023.09.14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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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김인주 목사 (봉성교회, 제주노회 총대)
명성교회
명성교회

총회 장소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이, 개회를 바로 앞두고서도 잦아들지 않는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바꿀 수 없다며, 명성교회에서 개최하기를 임원회는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천재지변 이상으로 혼란스럽고, 총회는 휘청거리고 있다. 이를 수습할 방안을 강구하지 않고서 방관한다면, 시간은 흘러가고 격랑 속에 총회는 표류할 전망이다. 어느 누구도 바라지 않던 길로 가기를 바라는가? 아니라면, 지혜를 모아서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

명성 총회의 부당함을 이미 많은 총대들이 지적하였고, 전 총회장들도 간곡하게 충고하였으며, 신앙인과 신학생들마저 이러한 대열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성교회에서 열리는 총회가 얻을 것은 과연 무엇이 있는지 묻고 싶다. 경우의 수를 따져 보자.

첫째, 어려움을 뚫고서 총회가 열리고,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가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총회장직을 승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최악의 길이다. 지도력을 상실한 총회장은 이제 아무 일로 벌이지 못하고, 수습할 수 없는 국면에서 총회는 난파하기 쉽다. 이미 적지 않은 교회가 더 이상 협력하기를 거부한다고 선언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고서야 총회장이 된 것을 후회하려고 하는가?

솔로몬처럼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한 때다. 두 여인이 모두 엄마라고 주장하며 팽팽하게 대립하니, 아이를 나눠가지라고 명하였다. 다급한 상황에서 진짜 엄마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이를 살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모든 것을 양보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명분과 실리를 계산하기 전에 총회를 살리는 길을 택해야 하지 않겠는가?

둘째, 총회가 개회되지만, 대의원들의 불신임 열기가 고조되고 김의식 목사가 총회장직에 오르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는 차악의 길이다. 차기총회장의 기대를 안고 준비한 입장에서야 절대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총회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다. 또한 김의식 목사에게도 첫째 결론보다는 나은 선택이 되리라고 본다. 아쉽게도 두 가지 길을 모두 갈 수 없기에, 가지 못한 혹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총회의 헌법에 따라서 수습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미리 짚어서 이곳에서 논할 성질의 주제는 아니다. 어떠한 경우를 만나더라도 원만하게 회무가 처리되고, 회기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는 임원진이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총회가 대의원들의 참여 거부로 인하여 총회가 무산되는 경우다. 현행 헌법과 규칙에는 목사와 장로 총대가 각각 과반수 모여야만 총회가 개회될 수 있다. 이에 이르지 못하면, 임시총회로 다음에 모일 시일만 정하고 흩어져야 한다. 이는 차차악의 경우가 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총회가 조직되지 못하는 것을 목표로 애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총회 개회를 목전에 두고서도 왜 이러한 극한의 대립이 해결되지 못하는가? 임원회는 모든 책임을 지고서 이를 해소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설명으로는 대의원들의 의구심을 잠재우지 못한다. 총회를 살리는 길을 찾아내야만 한다.

마침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1938년 제27회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가결하여 치욕의 날로 기록된 바로 그 날이다. 그 시절에야 일본 제국의 강압 속에서 많은 총대들이 구금되거나 불참하는 가운데, 파행적인 회의 진행을 통하여 굴복하였다. 힘이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 그런 대로 통하였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다르지 않은가? 배금주의 풍조가 우리 총회마저 뒤흔들도록 방치할 것인가? 한국 개신교의 품위와 상식으로 통하던 우리 총회가, 어쩌다 이런 일로 고민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느 드라마의 대사가 회자된다: “빼앗긴 것은 도로 찾을 수 있지만, 내어준 것은 찾아올 수 없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명성 총회를 저지하고 활로를 찾기 위해서 천재지변을 내려달라고 기도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지구촌이 이상기후에다 지질변동으로 많은 지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의 위협과 핵오염물질에 관한 논의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러한 시기에 총회마저 자존심과 사소한 이득 계산으로 흔들린다면, 겨레와 사회를 향해 무슨 변명을 할 수 있을까? 왜 명성교회에서만은 총회를 열 수 없다고 하는가? 이 질문은 이미 제기되었던 다음 질문과 거의 같은 논리이다: 왜 김하나 목사만은 명성교회의 후임 목사가 될 수 없는가?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교단 산하의 신앙인들뿐만 아니라, 개신교 전체와 한국 사회가 우리 총회를 주목하고 있다. 더 이상 부끄러운 선택은 없어야 한다.

아직도 임원회가, 그리고 김의식 부총회장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 명성교회 총회를 고집하여 파행을 자초할 것인가? 아니면 많은 반대와 권면을 감안하여 새로운 장소를 택할 것인가? 이제 더 늦기 전에 다시 숙고하고 새로운 답을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김인주 목사
김인주 목사
봉성교회
제주노회 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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