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언론과 정치, 힘겨루기의 균형 유지해야
[논설위원 칼럼] 언론과 정치, 힘겨루기의 균형 유지해야
  • 안기석 장로
  • 승인 2023.09.14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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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를 가진 모든 생물은 그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먹잇감을 찾아 한평생을 보낸다. 그 욕구의 본질은 자기 생존이다. 그런데 인간은 생물적 욕구를 넘어서 사회적 욕망 충족을 추구한다. 사회적 욕망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강렬한 것은 권력 욕망이다. 권력을 획득하면 나머지는 모두 전리품으로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수렵 채집 공동체 시대를 마감하고 이른바 농업혁명으로 정착생활이 시작되고 도시가 탄생하고 국가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정치적 지도자는 강력한 권력을 쥐게 되었다. 왕이 등장한 것이다. 구약의 사무엘상을 보면 이스라엘 이웃 국가들의 왕 제도가 부러워 이스라엘 장로들이 사무엘을 찾아와 “우리에게 왕을 세워 우리를 다스리게 하소서”라고 요청한다.

왕이란 존재가 백성들을 어떻게 억압할 것인지 경고해도 하나님 대신 보이는 왕을 요구하니 마지못해 허락한다. 그 후 이스라엘의 역사는 하나님의 뜻을 어기고 전횡하거나 우상숭배하는 왕과 이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예언자의 언행으로 씨줄과 날줄로 엮어진다.

서양 근대사에서는 왕이나 귀족들의 권력독점이나 과점에 대해 시민계급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대변하는 신문이 발행되면서 예언자의 역할을 한다. 영국으로부터 독립전쟁을 겪은 미국은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나라의 근간으로 삼았다. 언론의 자유로 형성되는 여론은 민주주의 사회를 살리는 피와도 같다. 정치나 종교나 자본 등 어떤 권력도 여론 형성을 왜곡하거나 압박하는 경우 그 사회는 질식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일제 때인 기미년 3.1운동 이후 민족의 목소리를 제한적으로 대변하는 신문 발행이 시작되고 해방 직후 우후죽순처럼 다양한 신문이 발간되었지만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정치권력은 언론의 자유를 제압했고 이에 저항하는 언론은 소수였다. 정치권력과 언론의 충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박정희 정권의 동아일보 광고 탄압사태였다. 이때 수많은 시민과 독자들이 백지광고로 동아일보를 응원했지만 사주는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고 끝까지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 저항한 동아일보 기자들은 해직되고 연대했던 조선일보 기자들도 해직되었다. 아직도 복직되지 않은 이들이 ‘지유언론실천재단’을 만들어 ‘언론 자유’의 깃발을 지키고 있다.

정치권력과 언론의 힘겨루기 역학의 방정식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다. 정치권력은 비판적인 언론을 재갈 물리고 싶어 했고 비판적인 언론은 정치권력의 전횡을 견제하려고 했다. 이 역학관계가 적당한 긴장을 이루면 그 사회는 건강한 여론이 소통되는 사회인데 부등식의 관계가 되면 언론은 위축되고 민심은 왜곡된다. 그러나 이 부등식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언론은 국민들이 누려야 할 언론의 자유를 대변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못하는 경우 민심은 거대한 파도가 정치권력을 전복시켜버리고 만다.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린 4.19혁명이 그랬고 전두환 독재를 무너뜨린 6월 시민항쟁이 그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처럼 언론이 정치권력을 밀어낸 경우도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공영방송의 정상화’을 내세우면서 KBS이사장과 사장을 해임하고 MBC이사장을 해임하려다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은 아이러니다. 언론의 기본적인 임무가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인데도 공영방송에 나오는 패널들이 여와 야를 대변하는 동수의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고 불평을 하는 것이다. 조만간 공영방송의 라디오나 TV에서 시사뉴스해설을 진행하는 사회자의 면모가 바뀔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이제는 주류 언론이나 지상파 방송이 독과점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시대는 끝났다. 유튜브 등 각종 SNS를 통해 민심이 흐르고 여론이 형성된다. 물론 가짜뉴스 같은 하수구로 처리해야 할 것들도 있다. 그러나 진영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 다수의 시민과 독자들은 독자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여든 야든 ‘철지난 이념논쟁’이나 ‘선택적 과학논쟁’에서 이긴다고 해서 민심을 얻거나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국민의 삶을 어떻게 보호하고 섬기는지, 군인이나 교사 등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예우하느냐에 따라 민심은 출렁이고 여론은 형성된다. 언론이 정치나 자본 등 힘 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어떤 의혹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언론이 힘없는 개인의 명예나 삶을 침해했을 경우에는 엄중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언론정책을 펼쳐야 정치와 언론의 역학 관계가 균형을 이룰 것이다.

안기석 장로<br>​​​​​​​도서출판 ‘세상의 모든 선물’ 대표
안기석 장로
도서출판 ‘세상의 모든 선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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