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100일간의 막을 올렸다. 10여 일 전후면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정기총회가 3~4일 일정으로 열린다. 정기국회의 3가지 역할이라면 한해의 국가 살림을 점검하고 주요 법안을 제정하며 새해 예산을 정하는 것이다. 교단 총회 역시 구조적으로는 정기국회와 대동소이하다. 차이점이라면 새해 예산보다는 신구 임원 교체와 차기 임원을 선출하는 것이다. 국회와 총회의 공통분모는 대의제(代議制)라 할 수 있다. 대의제는 구성원(국민, 교인)의 의사를 반영할 대표자를 선출하여 그들(국회의원, 총대)이 구성원을 위해 활동하도록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현실적 한계와 장단점이 있음에도 대의제는 수백 년 근대국가와 개혁교회 역사를 통해 널리 채택되고 지지를 획득한 제도이다.
정당정치로 실현되는 대의제 국회는 현재 거대 양당 중심으로 극한의 갈등과 대치 정국을 이어오고 있다. 여야 모두 자유 정의 평화 국민 민생 등을 내세우지만 자신들의 정치적 노선과 입지를 위한 방편으로만 활용하는 형국이다. 스스로의 불완전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한정된 경험적 지식과 정파적 이념이 성취해야 할 시대 과제로 둔갑한 현실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흉상 이전 등의 논란은 정치권에서 개인 생활에까지 합리적 논의는 사라지고 진영논리를 강요하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10.29 참사의 피해는 심각한데 진지한 원인 규명도 부족하고 책임자 없는 책임 공방만 여전하다. 국민과 국가를 위한 대의제는 사라지고 정파적 이념과 목적을 위한 갈등과 대결이 일상화되었다.
올해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정기총회 안건 중에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 성폭력 예방 매뉴얼, 기후 위기의 목회적 동참방안 등’ 발전적인 내용도 있지만, ‘세습금지법 개정과 목사·장로 정년 연장 등’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거나 지엽적인 사안들도 상당수 보인다. 특히 예장통합은 총회 장소 문제가 총회 안건 이상으로 이슈화되어 있다. 10여 년 전 세습금지법을 통과시킨 곳에서 다시 총회를 개최하면서 주요 안건 중 하나로 ‘세습금지법 개정’을 다룬다고 한다. 교회 세습으로 한국교회 안팎의 분란과 갈등을 가져온 바로 그 교회에서 굳이 총회를 개최하려는 총회 임원진의 의도가 무엇인지?
대의제(代議制) 정치는 당파적 목적 이상으로 국민과 국가의 대의(大義)를 추구하는 것이 본질이다. 지역교회의 유익이 한국교회 전체의 유익이라는 대의(大義)와 충돌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교회의 자치가 교회법에 부합하지 않고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면? 정권을 쥐고 힘과 권력이 있다고 자신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보편적 윤리적 합리적 시대적 가치를 거스른다면 어떻게 되겠나? 신앙공동체인 공교회(교단)가 대의(大義)를 접어두고 저마다의 유익과 신념에 따라 각자도생의 길을 가겠다면? 혹은 하나님 나라와 에클레시아를 위해 권한을 위임받은 총회가 성경의 대의(大義)보다 개인의 신념에 따라 행하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