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그분에게 캐스팅될 수도 있다는 상상
[예술과 목회] 그분에게 캐스팅될 수도 있다는 상상
  • 조성진 감독
  • 승인 2023.09.07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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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는 말은 중력을 이용해서 지금 내가 딛고 있는 땅을 ‘걷어내’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사람의 몸은 대부분의 감각 기관이 앞을 향하도록 되어있다. 우리는 매일매일 앞으로 나아간다. 시간이란 내가 앞으로 나아가며 맞이하는 새로운 공간을 의미한다. 적어도 내 몸이 맞이하는 시간은 그런 것이다. 이 푸른별 지구 또한 자전과 공전을 하며 움직인다. 이렇게 움직이며 생기는 공간의 변화가 시간이다. 변화가 생명의 요체다. 멈춰 있는 것은 죽은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수구라 부른다. 변화를 경계하는 보수와는 다른 개념이다. 같은 공간에 멈춰 있는 것이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허락한 약속의 땅 가나안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도착했지만 광야에서 기득권을 누리던 사람은 아직 가나안에 도착하지 않았다. 지배층을 이루고 있는 그들은 풍요의 가나안을 아직 궁핍에 찌든 광야인 것처럼 말한다. 그들의 낡은 권력을 지키기 위함이다. 소위 반동이다. 시대의 변화에 역행하는 사람들. 사실은 역행이기보다는 멈춘 것이다. 그들과 엮여 함께 살다 보면 멈춰 있는 삶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어제 뜬 해와 오늘의 해는 다를 것이 없다. 해는 시간이고 변화다. 어쩌면 그들은 해를 쏘아 떨어뜨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들 사이에선 변화를 수용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뿔이 나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성서는 드라마다. 약속의 땅을 찾아가는 드라마이고, 하나님 나라를 향해가는 진군이다. 누가 이집트로 돌아가려 했으며 광야에 남으려 했는지를 드러내는 드라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연출되는 드라마는 수구의 참모습을 드러내는 드라마다. 그들은 이 드라마에서 벌거벗고 나온다.

“내가 그 수구올씨다. 내가 친일이며, 반민주이며, 통일을 반대하는 자이며, 거짓말과 갑질을 일삼는 자고, 서로의 이익을 챙겨주며 민중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나라의 경제를 거덜내며, 불법을 합법이라 우기고, 내 자식의 학폭을 감추는 자들이오.”

그들과 어울려 살다 보니 그들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는 위치에서 권위 있는 모습을 하고 있던 자들이었다. 역사는 멈춰 있으려 하는 것들을 드러낸다. 함께 춤출 때는 보이지 않는다. 거리를 두고 하나의 드라마로 볼 때 그 인식을 공유하고 확인할 수 있다. 드러날 것이 드러나는 중이다. 치유의 과정이다.

의례는 희랍어로 드로메논(dromenon)인데 이는 ‘행하여진 것, 하나의 행동, 혹은 행동’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이 무대 위에서 이루어지면서 드라마(drama)가 된다. 이것은 ‘행하여진 것’이 ‘바라보는 것(spectacle)’ 즉 어떤 사태에 대하여 미적 거리를 갖게 된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문적 과정이다. 받아들이기 힘든 세상일을 매일 뉴스로 접하며 답답해하고 분노하면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즉 하나의 드라마로 봐야 한다. 드라마의 배경과 결말을 유추하고 나의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

얼마 전부터 정치 이야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이보다 더 스펙터클한 드라마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작가의 의도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물론 작가는 하나님이다. 매일 아침 그분의 뜻을 묻는다. 중요한 것은 그분의 뜻이지 나의 도덕적 관념이 아니다. 나의 이념이 아니다. 당장의 나의 손익계산서가 아니다. 나의 안위나 밥그릇이 아니다. 덕분에 나의 세상을 보는 눈은 매일 달라진다. 이 드라마는 결방이 없다. 점점 복선은 복잡해지고 캐릭터들의 본질이 드러난다.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지금 벌어지는 모든 것이 계시다. 그렇게 세상 보는 눈이 밝아진다는 사실보다 의미 있는 것은 이 드라마를 이 땅을 함께 걷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기독교인이란 성서를 통해 하나님의 구속 역사를 공유하는 사람이며, 그로 인해 세상을 거리를 두고 보는 관점을 갖게 된 사람이다. 하루도 그분의 역사하심에 눈을 떼서는 안 된다. 성서의 드라마는 지금도 상영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사인에 예민해져야 한다거나, 공부를 해야 한다는 등의 소위 의식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일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가지라는 거다. 의미의 멍에는 너무 무겁기만 하다. 뉴스도 보고 유튜브도 접하며 그분과 대화하기를 즐기라. 기왕이면 그분이 경영하는 세계를 크게 들여다보고 동행하는 삶을 권유한다. 나아가 내가 세상일에 참여하는 드라마를 상상해보라. 난 종종 권력자들에게 하늘의 뜻을 전하며 일침을 가하는 예언자로 분하며, 상처받은 이들 곁에 함께 서 있는 도시의 천사로 분하기도 한다. 언젠가 그분에게 캐스팅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며.

조성진 이사장<br>한국영성예술협회<br>마임이스트<br>
조성진 감독
한국영성예술협회
마임이스트
예목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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