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의 리딩누크] 소명 의식이 흔들리는 설교자에게
[설교자의 리딩누크] 소명 의식이 흔들리는 설교자에게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3.09.04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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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E. 월리스의 『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

때때로 목회자를 힘들게 하는 건 목회자 외면에 있지 않고, 내면에 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혹독한 내적 갈등이 목회자를 지치게 합니다. 특히 목회자는 소명 의식이 흔들릴 때 삶의 뿌리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목회자로 부르셨음을 확고히 믿기에 그 어떤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목회의 길을 걸었는데요. 만약에 목회자로서 소명 의식이 흔들린다면 굳이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목회를 이어갈 동기와 동력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는 르네상스 시기의 천재 예술가로 사람들이 기억합니다. 그가 제작한 ‘피에타’, ‘다비드’, ‘천지창조’와 같은 작품들은 세계적인 문화예술로 사람들에게 인정받습니다. 그런데 미켈란젤로가 생의 말년에 그 누구보다 굳건한 소명 의식을 가지고 예술 활동에 전념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미켈란젤로 권위자인 윌리엄 E. 월리스는 『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이라는 책에서 미켈란젤로를 끝까지 사로잡았던 사명감을 집중적으로 분석합니다. 그렇다면 노년의 미켈란젤로는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창작 활동에 몰입했을까요?

 

미완의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71세에 바티칸 최고 건축가로 발탁되어 무려 17년 동안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을 건축하는데 헌신했습니다. 16세기 유럽의 남성 평균수명을 고려한다면요. 미켈란젤로는 80대 후반까지 살았기에 상당히 장수한 편입니다. 특히 미켈란젤로는 어릴 적부터 몸을 고되게 쓰는 조각가로서 살았는데요. 그가 이렇게 장수했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건강한 신체를 타고났는지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노년에 접어든 미켈란젤로는 젊은 시절과 비교했을 때 뒷심이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가 여러 가지 작품에 손을 댔지만, 끝까지 마무리 지은 게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고령의 예술가가 처한 역설과 마주한다. 그는 아직 완성하지 못한 작품이 많이 있었는데도 작품에 헌신하는 데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고, 그렇게 하여 당대의 미술과 건축에 지속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처럼 미켈란젤로의 만년 작품들은 전반기의 업적들과는 크게 다르다. 우리는 이런 사실 앞에서 그 후기작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완성된 작품들이 없다는 사실 앞에서 이 예술가의 위상과 권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더욱 중요하게는, 미켈란젤로가 생애 만년에 죽음, 죄악, 구원의 문제에 몰두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예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7쪽)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의 문제는 너무 높게 겨냥해서 빗나가는 것이 아니라 너무 낮게 겨냥해서 명중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어찌 보면 미켈란젤로가 생애 만년에 미완성 작품을 그토록 많이 남긴 것은요. 그가 처음부터 너무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아마도 미켈란젤로에게 미완성이라는 단어는 단지 실패가 아닌 일생을 넘어서는 궁극의 비전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미켈란젤로, 하나님의 건축가

『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의 영어 원제는 ‘Michelangelo, God’s architect’입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미켈란젤로의 본모습은 ‘하나님의 건축가’로서 충실한 미켈란젤로입니다. 미켈란젤로가 말년을 보냈던 로마는 그의 고향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원래 고향은 꽃의 도시 피렌체였습니다. 그런데 로마에 있는 미켈란젤로는 그의 가족이 머무는 피렌체를 거의 방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고향과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는 고향에 있는 조카에게 이런 편지를 썼습니다.

“내가 피렌체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자꾸 지연시키는 것은, 이런 사전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로마를 떠나기에 앞서 성 베드로 대성당의 공사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진척시켜야 한다는 것 말이다. 그래야 나의 설계가 앞으로 훼손되거나 변경되지 않을 것이고, 또 도둑이나 강도들이 현장에 나타나 평소 그들이 하던 대로 현장 물건들을 훔쳐가지 못할 테니 말이다. 나는 언제나 이 공사에 성실하게 일해 왔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고 또 나 자신도 그리 생각하는데 하나님께서 나를 여기에 두신 것이다.” (373쪽)

미켈란젤로는 ‘하나님께서 나를 여기에 두신 것이다’라는 소명 의식에 사로잡혀 고향을 방문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그의 몸이 점점 약해지고 죽음의 두려움이 밀려올지라도 그는 로마에 머물며 하나님의 건축가로서 자신의 소명에 충실했습니다. 소명 의식이 흔들릴 때 우리는 주변 환경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께 시선을 고정해야 합니다. 비록 우리를 둘러싼 상황이 만만치 않더라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여기에 두셨음을 믿으며 묵묵히 사명을 감당할 때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겁니다.

황재혁 목사<br>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br>​​​​​​​본보 객원기자<br>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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