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순례] 최고 속도가 아니라 적정 속도를 지키는 삶
[독서 순례] 최고 속도가 아니라 적정 속도를 지키는 삶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3.09.04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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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의 『적정한 삶』

얼마 전 독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지인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독일의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은 속도제한이 없어서 시속 200km까지 초고속으로 운전하는 차량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나는 한국에서 운전하며 시속 120km를 넘겨서 운전해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우토반에 속도제한이 없더라도 운전자가 목숨을 걸고 초고속으로 차를 몰아야 하는지 약간 의아했다. 운전을 잘한다는 건 거창한 게 아니다. 최고 속도가 아니라 적정 속도를 유지하며 교통사고를 내지 않는 게 운전을 잘하는 것이다. 삶도 비슷하다. 자신만의 적정 속도를 유지하며 모두에게 평안과 행복을 선사하는 게 진정 잘 사는 삶 아닐까?

최근에 필자는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가 지난 2021년에 집필한 『적정한 삶』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일 때 출판된 책이라 현재와 같은 엔데믹 시점에서 읽으니 약간의 시차가 느껴졌다. 그러나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이 책이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우리는 이제 ‘최고의 삶’이 아니라, ‘적정한 삶’을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가 아닌 적정을 선택한다는 것은 우리보고 질이 떨어지는 삶을 살라는 의미는 아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 우리가 외면하고 포기했었던 일상의 만족감을 다시 되돌아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간 잠들어 있던 감정을 깨워서 가장 적당한 수준으로 연마해야 한다. 나의 불안과 결핍을 제대로 감지하고 정확히 이해하듯, 만족감 또한 다른 감정처럼 섬세하게 다듬어서 가장 친근한 심리로 만들어 내야 한다. 이 기술이 바로 앞으로의 행복한 삶을 쟁취하는 무기가 될 것이다.” (10쪽)

지난 2016년에 나는 인도 콜카타에서 머물며 빈민촌을 잠시 방문했다. 당시 방글라데시에서 넘어온 수많은 불법 체류민이 콜카타에 빈민촌을 형성했었다. 그런데 그 빈민촌은 기찻길과 기찻길 사이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기찻길과 기찻길 사이는 매우 위험하고 시끄러워서 사람이 살기 적당하지 않은 편이다. 공교롭게도 불법 체류민이 콜카타에서 자리잡을 수 있는 곳은 그런 버려진 공간뿐이었다. 나는 그들의 삶이 안타까워서 근심과 걱정을 마음에 안고 그곳을 방문했다. 그러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 일행을 매우 환한 얼굴로 맞이하였다. 기찻길과 기찻길 사이에 있는 빈민촌 사람들이 세상 그 누구보다 더 행복한 모습으로 우리를 환대한 것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삶에 만족감을 느끼며 살았기에 그런 미소를 보이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4장에서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라고 고백했다. 이는 그가 복음 안에서 적정한 삶을 추구했기에 가능한 고백으로 보인다. 어느덧 여름의 무더위도 지나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 가을에 복음으로 말미암아 적정한 삶이라는 선한 열매가 우리와 함께하길 기대한다.

황재혁 목사<br>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br>​​​​​​​본보 객원기자<br>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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