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자르다니를 애도하며 피조물의 탄식을 기억함
[전문가 칼럼] 자르다니를 애도하며 피조물의 탄식을 기억함
  • 이상목 교수
  • 승인 2023.09.04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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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다니, 그는 몇 개월 전 시리즈 마지막 편이 개봉되었던 영화 <존 윅>의 주인공이다. 영화 제목의 '존 윅'은 그의 영어 이름이며, 자르다니는 벨라루스 출신인 주인공의 본명이다. 이 영화는 4편을 마지막으로 완결되는 이야기를 전개한다. 1편은 사랑을 위해 청부살인을 떠났던 주인공이 다시 폭력과 살인으로 돌아오는 계기와 과정을 그린다. 2편부터 4편은 잔혹한 살인의 세계로 복귀한 주인공이 다시 그 세계를 떠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과 결과를 보여준다.

필자가 영화 <존 윅>에 대해 궁금하게 된 것은 2편이 개봉된 후였다. ‘자기 개를 죽였다고 그렇게 살인과 폭력을 저지르는 미친 사람’이라는 어느 영화 평론가의 농담 섞인 촌평을 접하고 과연 존 윅이 대수롭지 않은 이유로 살인을 서슴지 않는 인물인지, 이 영화가 단순히 폭력을 시간 죽이기용으로 제공하는 영화인지 궁금해졌다. 아이들에게서 영화 존 윅이 흥행에 성공한 영화라고 들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니, 영화 속 자르다니의 행적은 사랑과 자유를 향한 그의 갈망을 보여주었다. 악당들이 해친 강아지는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가 자르다니를 위해 남긴 사랑의 선물이자 아내의 흔적이었다. 그는 아내의 선물을 파괴한 자들에게 분노하고 사랑을 위해 복수한다. 하지만, 일단 과거의 세계로 복귀한 주인공은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살인의 세계에 남도록 강요받는다. 자유를 얻기 위한 마지막 결투에서 그는 승리하지만, 치명상을 입는다. 영화 마지막 장면, 지친 표정의 자르다니가 결투 장소인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 계단에 앉아 쓰러지는 몸을 가누지 못하며 숨을 거둔다. 스러지는 자르다니를 보며 마음 깊은 곳에서 연민과 애도의 눈물이 솟았다.

살인청부업자를 위한 애도라니 가당치 않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존 윅>은 악인의 비극적 결말과 함께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한다. 4편은 자르다니가 살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삶의 이야기를 언뜻언뜻 보여준다. 그는 고아였고 범죄 조직에 의해 선택되어 살인 기계로 조련되며 자랐다. 남다른 실력으로 살인의 세계에서 인정받은 후에는 묵묵히 주어진 대로 살았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만난 후 그와 인생을 함께하기 위해 모진 대가를 치르고 살인을 떠났다. 아내가 죽은 후, 그에게는 사랑만이, 사랑하는 아내만이 영원히 기억하고픈 삶의 의미였다. 그는 그 기억을 위해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

영화를 보며 한 가지 의아스러운 점이 있었다. 살인자들은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 속 어디에나 있었고 살인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행되었다. 칼과 총탄이 난무하는 곳에서도 행인들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평온하게 길을 지나갔다. 마치, 이 세상이 곧 살인의 세계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르다니의 삶과 죽음은 악한 세상 속에서 고통받는 피조물의 탄식을 떠올리게 한다. 악의 세상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살았지만, 아내와의 사랑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던 한 인간의 이야기. 사랑을 기억할 자유를 갈망하였지만 결국, 그것을 얻지 못하고 쓰러진 자르다니. 회복을 기다리는 피조물의 고통과 탄식은 자르다니의 애처로운 최후 속에서 다시 한번 목소리를 드러낸다. 자르다니가 스러진 곳이 바로 대성당 앞이라니. 그를 향한 하나님의 연민과 긍휼을 묵상한다.

이상목 교수<br>평택대학교 피어선신학전문대학원 연구교수<br>신약학<br>
이상목 교수
평택대학교 피어선신학전문대학원 연구교수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신약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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