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죄 용서-역사 반성은 기억 투쟁
[논설위원 칼럼] 죄 용서-역사 반성은 기억 투쟁
  • 임희국 교수
  • 승인 2023.08.30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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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은 1945년 독일과 일본이 각각 패전함으로써 종결되었다.

패전국 독일의 동부지역(영토⅓)이 소련과 폴란드에게 양도되었다. 이 나라에서는 나치 정권에 저항한 고백교회가 ‘바르멘 선언’(1934)에 기반하여 사회적 권위를 가졌다. 8월에 트라이사(Treysa)에서 고백교회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모인 회의는 교회가 나아갈 새 길을 모색했다.

새로이 조직된 독일 개신교(EKD)에게 주어진 선결 과제는 세계 교회들과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EKD는 나치 독일이 전쟁 기간에 저지른 죄악을 가장 먼저 고백하기로 했다. 1945년 10월 18, 19일에 EKD가 외국 교회 대표들을(프랑스, 영국, 화란, 스위스, 미국 등) 스튜트가르트로 초청했고, 이 자리에서 “죄책 고백”(Schuldbekenntnis)을 낭독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1970년 12월 7일 독일(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를 방문한 기간에 독일 나치에 희생된 유대인을 기리는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참회했다. 이 장면이 전 세계인에게 큰 놀라움과 충격을 안겼다. 독일의 보수 우익 세력이 총리를 맹렬하게 비난했지만 총리는 자신의 참회가 과거사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라고 확신했다. 그 이후에도, 독일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폴란드에게 사죄했다.

패전국 독일과 달리, 일본은 한국 식민 지배에 대한 참회와 사죄가 없었다.

그런데, 올해(2023년) 3월 6일 현 정부는 일제 강점기에 강제 동원을 당한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하여 강행했다. 강제 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직접 사과가 없고 또 일제 전범기업(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니시마쓰, 하나오카 건설 등)의 사죄가 없는데도 우리 정부가 나서서 제3자 변제를 강행했다.

이 해법은 2018년 대한민국 대법원이 최종 확정판결한바 일제 전범 기업의 “손해배상(위자료) 책임” 인정과 접점이 없었다. 더욱이, 현 정부의 해법은 국제 인권법의 대원칙인 피해자 중심주의와 정면 부딪쳤다.

그동안, 일제의 대한제국(한국) 식민 지배가 ‘합법’이라는 일본의 주장과 ‘불법’이라는 대한민국의 입장이 맞부딪쳐 왔는데, 현재 한국 정부의 이번 해법은 일본의 입장에 손을 들어준 외교⸱행정 행위로 해석된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전문에 명시했고, 또 대법원은 2018년 “대한민국 헌법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일제 강점기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불법적인 강점(强占)”이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현 정부의 이번 해법은 자국의 헌법에 반하고 또 자국의 입장을 철회해서 일본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한, 일본의 외무부장관 하야시는 일제의 “강제 동원이 없었다”며 사실(fact)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였고 이에 문제의 해결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일본은 –독일 빌리 브란트 수상처럼- 일제의 불법 한국 식민 지배와 강제 동원 징용을 사실로 시인하고 배상함으로써 과거사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뿐만이 아니라 전쟁범죄 국가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용서의 기회를 날려 버렸다.

죄 용서는 지난 일(과거)에 대한 깊은 성찰, 반성, 뉘우침, 회개를 통해 일어난다. 과거 역사에 대한 진지하고 철저한 반성이 없으면, 그 역사는 앞으로 언젠가 또다시 반복되기에, 역사에 대한 반성 없이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역사 반성은 기억 투쟁이다.

<strong>임희국 교수</strong><br>장로회신학대학교<br>​​​​​​​교회사
임희국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명예교수
​​​​​​​본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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