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그래도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열어야만 하는가?
[특별 기고] 그래도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열어야만 하는가?
  • 김인주 목사
  • 승인 2023.08.23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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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주 목사(제주노회 총대)
명성교회
명성교회

8월 17일에 올라온 곽재욱 목사의 “제108회 총회에 바란다”는 글을 주의 깊게 읽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수습하고 총회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는 일부 공감하면서도, 그 해법에서는 의견을 같이할 수 없기에 생각을 정리하여 본다.

글이 나온 이후 상황에 조금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임원회는 총회 회집 장소를 명성교회라 공고하였다고 확인하며, 전혀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 사안을 중점적으로 논하려 한다.

주제위원장으로서 곽 목사는 이제 모든 논의가 끝났으니, 편한 마음으로 명성교회에 모이자고 한다. 특별한 뜻을 고려하지 말고, 단순한 개최장소라고 생각하면 편하긴 하다. 이는 다수 총대들의 아픔이나 괴로움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주장이다.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기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존재요, 나약한 인간들이다. 버튼 하나로 리셋하면 모든 일을 잊어버리고, 다시 초기 설정에서 출발하는 컴퓨터가 아니다. 명성교회에서 원만하게 총회가 개최되려면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게 5년이나 10년으로 해결될지, 아니면 더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하는지 단언하기 어렵다.

중세 유럽에서 꼽히는 순례의 목표는 예루살렘, 로마와 더불어 산티아고가 꼽혔다. 가해자는 순례의 길을 걸으며 속죄하고, 피해자나 가족은 분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화해는 빠를수록 좋다고 하지만, 당사자들이 적절하게 준비되었을 때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하나님께서 죄인들을 무조건 용납하시고 받아주시는 사랑을 상기시키며, 우리들도 그렇게 용서하자고 부총회장은 제안한다. 이를 통하여 명성교회의 세습에 대한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셈이다.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 있는가? 치유하려고 나섰지만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꼴이 되어버렸다.

총회를 어디서 모이든지 상관없이, 이제 명성교회는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위기의 시대에 위험요소를 하나라도 더 제거하고 안전하게 운항하여야 할 텐데, 왜 일부러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위험 항로를 택하여야 하는가? 잠시 후에 배가 난파당할 것을 직감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하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서 말이다.

맘몬의 전당이 되어버린 명성교회에서 모이는 것은, 새만금에서 모였다가 난국을 맞았던 스카우트의 잼버리보다도 더 무모한 발상이다. 성장기의 젊은이들이야 모험하며 위기 극복의 경험을 축적하고 인생의 자산으로 삼을 수 있다. 총회 대의원들에게 어찌 이를 요구하는가?

장소와 시기를 정하는 것은 분명 부총회장의 권한이다. 하지만 회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길로 인도하여야 한다. 갖은 분란과 불평을 예견하면서도 감행한다면, 이는 무책임한 권한의 남용일 뿐이다. 그 권한에는 무한한 책임이 따른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

명성교회는 세습 과정에서 총대들에게는 쓰라린 상처만 안겨주었고, 신앙인들에게는 형언할 수 없는 굴욕을 심어주었다. 하나님은 없어지고 대신 김하나 목사만 있는 곳, 맘몬의 전당에 모이는 일에 거부감을 숨기지 못하고 강하게 반발하는 대의원들의 심정을 헤아려주기 바란다.

총회를 강행한다면, 이는 총대들과 전국 교회를 굴복시키려는 계획으로 여길 것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명성교회의 선한 뜻마저 왜곡될 수 있다.

명성교회를 총회의 장소로 선택하면서, 만명을 모으는 치유집회에는 적합한 유일한 공간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 집회를 총회 이후로 미뤘는데도, 굳이 명성 총회를 고집할 이유가 있는가? 헌법에 규정된 회집의 절차에 따라 공고하였고, 다른 대안을 구하고 철회하기에는 시기를 놓쳤다고 한다.

하지만 총회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에서부터 명성교회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줄기차게 제기되었다. 대안들도 나왔지만 일축하였다. 명성 아니면 안 될 이유가 무엇인가?

반대의견이 있으면 노회를 통하여 헌의하라고 점잖게 타이르지만, 언제 그럴 기회를 주었는가? 8월 1일에 모인 노회장과 서기들의 연석 모임에서도, 애써 준비해 온 세 노회장의 간언과 질의에 성의를 보이며 응답하지 않았다. 질문의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묵묵부답이다.

노회의 임원 혹은 총대들이 모여 총회 소집을 두고 걱정하는 일이 백십일 년 총회 역사에 처음 아닌가? 성의 있게 소통하는 총회장을 보고 싶고,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목양자를 총회 대표로 세우기를 원한다.

이 소망이 시대착오인가? 바닥 교회의 정서에는 무관심하고, 권위를 내세오며 군림하려는 인물이라면 거부하고 싶다. 판단력이 흐려져서 상황파악이 안 되는 목회자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도리다.

또한 김의식 목사는, 총회 장소를 바꾸지 못하는 이유로, 이미 인근에 숙소를 정한 노회들이 있어서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봄에서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부총회장은 이를 내세우고 있으니, 어쩌다가 나온 가벼운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느 노회에서 저간의 형편을 그렇게 하소연하였는지 분명히 밝히기를 바란다. 예약된 숙소를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서도 해약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위약금을 다소 낼지 모른다. 여러 차례 노회가 머물렀던 곳이라면, 충분히 양해하며 다음 기회에 오시라고 할 것이다.

설마 옹색하게 지어낸 구실이라고 보고 싶지는 않다. 상식으로 생각한다면, 총회의 행정력을 동원하여 점검을 하고 내린 결론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분명하게 정리하여 알려주기 바란다. 어느 노회에서 나온 이야기인가?

이 질문이 해소되지 못한 채로 총회를 연다면, 거짓으로 지어낸 이야기로 단정하겠다. 진실한 인품을 갖춘 목양자가 총회장이 되어야 한다. 치유의 능력은 차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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