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에세이] 학생들의 동네목사
[목회 에세이] 학생들의 동네목사
  • 선우준 목사
  • 승인 2023.08.22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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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부 목사님과 길을 걷다 보면 교복 입은 아이들이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낸다. “반가워. 학교 생활은 잘하고 있지?” 청소년부 목사님은 덩달아 반갑게 안부를 묻고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시원한 음료를 하나 사주며 인사합니다. “다음에 또 보자.”

반갑게 인사하고 헤어졌지만, 목사님은 그 학생의 이름을 모른다. 청소년부 학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상한 일처럼 보이겠지만 피시방을 가도, 카페를 가도, 놀이터를 지나가도 아이들은 청소년부 목사님을 알아보고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응암동 청소년들에게 동네목사가 된 것이다.

8년 전 청소년부 목사님을 스카웃(?)하면서 꿈꾸던 일이었다. 2017년 행복한교회 청소년부 평균 출석은 3명에 불과했다. 목사님 혼자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말 그대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중에 청소년부 목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목사님, 제가 동네에 돌아다니면 교복 입은 학생들이 먼저 인사할 수 있는 사역자가 되면 좋겠어요.”

무작정 거리로 나섰다. 교복을 입은 학생이 지나가면 다가가 말을 걸고, 간식을 사주었다. 피시방을 찾아가 게임 하는 아이들에게 라면을 사주고, 함께 게임도 했다. 매일 같이 피시방에 출근 도장을 찍던 어느 날, 남자아이 한 명이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다. “교회가 어디에 있나요?” 6개월의 노력 끝에 3명의 새 친구가 청소년부에 찾아오게 되었다. 시작이었다.

등록한 아이들은 모두 교회 근처에 위치한 영락중학교 학생들이었다. 곧바로 아침 등교 시간을 확인하고, 학교 정문으로 찾아갔다. 사탕을 나눠주고, 아이들의 명찰을 보고 반갑게 이름을 불러주었다. 물론 아이들은 경계했다. 출근하시는 선생님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열정은 또 다른 길을 열어주었다.

목사님은 용기를 내어 교목실을 찾아갔고 교목으로 섬기는 목사님께 교내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목사님은 흔쾌히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미션스쿨과 연계 사 역이 시작되었다. 채플 시간에 설교를 하기도 하고, 지역 교사로 수업 시간을 통해 학생들과 만날 수 있었다. 입학식이 되면 부스를 설치해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피시방, 노래방 등등 학생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그 결과 목사님은 몰라도 목사님을 아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탕을 주면 경계하던 아이들이 사탕을 달라고 한다. 스스로 교회를 찾아오는 아이들도 생겼다. 찾아오는 아이들에게는 더없는 사랑을 부어주었다. 학생들이 행복해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부모님도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8년이 지난 지금 평균 18명의 학생이 예배를 드리고, 약 3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기도 했다.

최근 등록한 부부가 있다. 청소년 사역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왜 장년부 등록 이야기인가 할 수 있다. 이 부부는 청소년부에서 자라 지금은 청년이 된 학생의 부모님이다. 청소년 시절 교회에 가는 것을 반대하던 부모님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이가 청소년 시기를 잘 보내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교회 덕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셨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자녀의 소원이 부모님과 함께 교회 다니는 것이라고 하자 흔쾌히 교회로 나오셨다. 어느 날 보니 학생 아버지께서 교회 주차장 청소를 몰래 하고 계셨다. 우리 교회는 자녀를 통해 부모님이 교회를 오시는 일들이 종종 있다. 자녀들이 교회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교회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뀌시고, 예배까지 참여하게 된 것이다.

흔히들 청소년 사역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이야기한다. 냉정하게 경제적으로 이야기하면 청소년들은 투자 대비 결실이 없고, 온다 한들 교회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부 사역이 곧 장년 사역이다. 청소년은 한국 사회와 교회의 미래다.

선우준 목사<br>행복한교회
선우준 목사
행복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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