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이오스] 교회를 세습한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할 수 있겠는가?
[텔레이오스] 교회를 세습한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할 수 있겠는가?
  • 정종훈 교수
  • 승인 2023.08.17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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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명성교회

명성교회에서 개최되었던 98회 총회가 폐회하던 2013년 9월 12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대들은 교회 세습의 금지를 결의했다. 이듬해 2014년 9월 99회 총회에서는 소위 세습금지법을 교단 헌법에 신설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예장통합 교단은 우로나 좌로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유지함으로써 한국 교계의 모범이 될 수 있었고, 대기업의 소유주라도 자식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세상과 어느 정도의 상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4년 3월 명성교회는 멀지 않은 하남시에 새노래명성교회를 개척하고,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세웠는데, 이는 세습금지법 파열의 암시였다. 김삼환 목사와 김하나 목사, 두 부자 목사가 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면,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와 관계없이 개척하거나 다른 기성교회를 자신의 임지로 삼아야 했다. 2017년 3월 명성교회가 새노래명성교회와 합병하고,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결의한 것은 부자세습의 압권이었다.

2017년 9월 서울동남노회의 고덕시찰회는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안’을 상위기관인 노회에 제출했고, 서울동남노회는 반려했는데, 이때부터 명성교회에 의한 진흙탕 싸움이 시작되었다. 2017년 11월 12일 교계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할 때 거행된 김하나 목사 위임식은 개혁을 우롱했다. 2018년 8월에는 총회재판국이 김하나 목사의 청빙을 유효하다고 판결했음에도, 2018년 9월 103회 총회가 그 판결을 무효화시켰던 것은 그나마 멋진 반전이었다. 그러나 2019년 9월 104회 총회가 “헌법을 잠재하고”라는 기상천외한 편법적 수단을 동원해서 ‘명성교회 수습안’을 통과시키자,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를 잠시 떠나는 제스처를 취한 후, 2021년 1월 위임목사로 당당하게 복귀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명성교회의 세습은 머슴을 자처하면서 실제는 교황이나 재벌 회장만큼 큰 특권을 누렸던 아버지 김삼환 목사와 자신의 독자적인 목회보다 위임목사를 안일하게 승계한 아들 김하나 목사의 욕심이 주요 원인이었다. 두 부자 목사의 욕심은 공교회의 결정을 무시했고, 교회 헌법을 부정했으며, 총회나 노회, 명성교회 관계자들이 신앙적이고 상식적인 결의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두 부자에게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과 바른 신앙을 추구하는 열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명성교회의 세습에는 적지 않은 조연자들도 있다. 김삼환 목사가 예장통합 총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등 교계의 큼직한 직함을 차지했을 때 호가호위하던 측근자들, 명성교회로부터 재정적인 도움을 받았거나 받고자 했던 교회나 기관 관계자들, 표와 지지를 얻기 위해 명성교회에 들락날락했던 파렴치한 정치권력자들, 교회법과 일반 상식을 외면하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법을 왜곡한 법조인들, 김삼환 목사의 카리스마와 ‘가스라이팅’으로 신앙의 본질을 외면하고 어떤 비판도 할 수 없었던 소속 교인들 등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 조연자와 함께 마지막 방점을 찍으려 하는 것이 예장통합 108회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개최하겠다고 결정한 총회 임원들이 아닐까. 이들은 세습 관련한 심각한 문제를 교계에 야기하고도 전혀 회개한 적이 없는 부자 목사와 화해하고 교단의 치유와 일치를 도모하겠다고 한다. 풍족한 명성교회의 교인 동원 능력과 재정 능력을 활용하겠다고 한다. 교회 정치꾼들과 손을 맞잡고 교단과 한국교회를 흔들면서, 한국교회에 가해질 세상의 질타와 황폐화될 교회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예장통합 총회 임원들은 총회를 개최하기도 전에 불법세습의 추인과 공고화 의심으로 거룩한 총회의 공교회성을 깨뜨리는 108회 총회의 장소 명성교회를 변경해야 한다. 이는 한국교회의 양식 있는 목회자들과 교인들의 명령이다. 최근에 총회 장소를 제공하고 필요한 비용을 책임지겠다고 제안한 일곱 교회가 있지 아니한가. 만일 총회 장소를 변경하지 않는다면, 각 노회는 총회 참석을 거부할 것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총대로 선정된 목사와 장로들은 불참함으로 총회를 무력화시켜야 한다. 신사참배 때처럼 들러리를 서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할 때, 예장 통합교단은 맘몬의 우상을 물리치고, 주님의 몸된 교회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순수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정종훈 교수 <br>​​​​​​​연세대학교
정종훈 교수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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