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평] 팬덤정치 넘어서는 법
[뉴스 비평] 팬덤정치 넘어서는 법
  • 윤정국 이사
  • 승인 2023.08.10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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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정치란 일부 강성 당원들만 바라보고 하는 정치를 말한다. 요즘 팬덤정치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졌다.

우리나라에서 팬덤정치의 시작은 2000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열풍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당시 20대 대학생들이 초고속인터넷망의 보급과 함께 본격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집단을 이뤄 활동했으며,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당시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전의 한국 정치사에서는 보기 힘든 현상이었다. 물론, 그 전에 지역주의 정치로 대표되는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시절에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열광했던 분위기가 지금의 팬덤정치로까지 발전했다고도 볼 수 있다. 어쨌거나 노사모의 영향을 받아 그 후 ‘명박사랑’, ‘박사모’, ‘문팬’, ‘재명이네 마을’ 등이 생겼다.

이들 팬덤문화는 연예인 팬클럽의 문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90년대 1세대 아이돌 그룹인 젝스키스와 HOT 두 그룹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들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대형 합동무대에서 젝스키스 팬들은 노란 풍선을, HOT 팬들은 하얀 풍선을 제각기 날리며 세 과시를 하던 모습도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두 그룹 팬들의 선의의 세 대결과 경쟁은 그래도 낭만적이고 순수한 측면이 있었다.

오늘날 팬덤정치는 여기에서 많이 벗어났다.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나 이념, 정책을 특정 정치인을 통해 실현하려 하기보다는 지지하는 정치인의 모든 행위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과 반대 입장인 정치인과 정치세력을 배척하고 이들에게 실력행사를 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또,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반대정당을 향한 공격보다는 당 내부의 반대파에게 더 격렬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스마트폰과 SNS의 대중화로 이러한 팬덤정치가 훨씬 더 용이해진 측면이 있다. 활동공간이 오프라인에서 익명 활동이 가능한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점점 더 노골적이고 거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팬 없는 정치인은 없겠지만, 오늘날 팬덤정치는 그 수준을 한참 넘었다.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다 보니 상대 당과의 소통과 협상이 될 리가 만무하다.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안건을 단독 처리해 본회의에 직회부하고 대통령이 이에 대해 국회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여야가 협상을 못하고 아예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정치가 국민의 갈등을 해소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국민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마디로 정치 실종이다. 세계적으로 한국은 스페인 브라질 멕시코와 함께 정치 양극화가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나라로 꼽히고 있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정치 양극화를 가져오는 팬덤정치를 완화할 방법은 없을까?

현재로선 내년 4월 총선이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는 항상 중도층과 부동층을 누가 더 많이 가져오느냐의 싸움인데, 내년 총선도 다를 바 없다.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중도층은 어느 한쪽을 무조건 지지하기보다 정책으로 당이나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크다. 즉, 특정 지역이나 특정 팬덤만 바라보는 정당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고정 팬덤층만으로 지지율 과반을 넘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총선 국면을 활용해 팬덤 정치의 폐해를 막을 방안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내년 총선에서 일반 유권자들은 정당이나 후보가 자체 팬덤을 향해 내세우는 극단적 정치구호는 외면하고 정책이나 비전을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정당과 후보는 극단적 구호와 선동 등 쉬운 전략을 포기하고 국민을 위한 정책 경쟁으로 승부를 겨룰 것이다. 언론은 정치인의 분열적이고 자극적인 SNS 워딩 인용 기사를 줄여야 한다. 대신, 여야 간 타협과 협치를 위해 숨은 노력을 하는 정치인들을 주목해야 한다. 나아가 정치인들이 정책 개발 등 서로 잘하기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유권자와 언론이 이것만이라도 실천하면 정치가 회복되고 국민이 정치에서 희망을 보기 시작할 것이다.

윤정국 문화기획자<br>​​​​​​​​​​​​​​김해문화재단 前대표이사
윤정국 이사
예술경영가
전 김해문화재단 대표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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