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이중직 목회 논란
[논설위원 칼럼] 이중직 목회 논란
  • 김승호 교수
  • 승인 2023.08.04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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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적인 이중직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됐다. 최상현 기자.
목회자들이 이중직 상담을 받고 있다. 가스펠투데이 DB.

최근 이중직 목회에 대한 이재철 목사의 부정적인 언급이 교계를 뜨겁게 달구었다.

이중직 목사의 현실을 외면하는 자기중심적 편견이라는 비난에서부터, 소명 의식 부족한 목사들의 정신을 일깨우는 소신 발언이라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SNS를 도배했다. 그동안 전임제 목회만을 목회의 전형으로 여겨온 한국교회 상황에서, 이중직 목회는 목회자가 목회에 전념할 수 없는 구조적 결함이 있는 목회 유형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특히 교단마다 목회자 수급 정책의 실패로 인한 신학생 과다 선발 및 배출은 소명 의식 부족한 목회자를 양산하는 데 일조한 측면이 있다. 교회 개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다수의 목회자를 이중직 목회라는 척박한 환경으로 내모는 현실도 부정할 수 없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목회직 수행에서 벗어나, 소위 ‘먹고 사는 일에 치중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중직 목회자에 관한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교회 각 교단 총회는 이중직 목회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경향은 단지 갈 데 없는 목회자의 진로를 열어주자는 취지 때문만은 아니다.

이중직 목회를 변화된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유형의 목회로 수용하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근 한국교회의 주요 관심사인 ‘선교적 교회,’ ‘교회의 신선한 표현들’(FX교회), ‘작은교회운동’ 등은 이중직 목회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시도들이다. 이중직 목회 논의는 이것이 최근 한국교회에서 시작된 목회 유형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오랜 세월 서구교회가 시행해 온 목회 유형으로, 현재 유럽과 북미의 개신교 교단들은 대부분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중직 목회를 장려하고 있다. 상당수의 북미 신학대학들은 오래전부터 ‘이중직 목회자 과정’을 개설하여, 다수의 이중직 목회자를 배출해 왔다.

아마존닷컴(Amazon.com) 사이트에서 ‘이중직 목회’(bivocational ministry)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다수의 이중직 목회 관련 영문 저서가 뜬다. 국내에서도 필자의 저서 <이중직 목회>를 포함하여, 몇몇 이중직 목회 관련 저서와 각 교단의 연구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연구물은 대부분 이중직 목회의 성경적, 신학적, 역사적 근원 및 장단점과 사례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북미의 경우, 해마다 이중직 목회자를 위한 콘퍼런스가 열리고 있으며, 다양한 사례 및 정보 교환이 이중직 목회자들 사이에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에서 비롯되었든지, 전통적 목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였든지 간에, 국내 이중직 목회 논의는 비교적 최근에 시작되었다.

전임제 목회가 그렇듯, 이중직 목회 역시 장점만이 아니라 한계와 단점도 분명 갖고 있다. 그런데, 전임제 목회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이중직 목회를 전면 거부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은 국내외 신학자와 목회자 다수가 연구한 이중직 목회 연구내용을 전면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즉 그것은 이중직 목회의 성경적, 신학적 토대뿐 아니라, 다중직 목회를 시행한 종교개혁자 루터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서구교회가 시행해 온 이중직 목회의 역사 전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이번 이중직 목회 논란은 목회자의 목회적 소명이 점점 더 약화하는 시대에 영향력 있는 은퇴 목사가 목회 선배로서 후배 목회자들에게 더 분명한 소명 의식을 가지라는 권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전통적인 목회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교회에 한 획을 그은 그의 목회 경험이 그에게 ‘먹고 사는 문제에 집착하는 듯 보이는’ 이중직 목회를 ‘소명 의식 부족한 목회자의 목회’로 여기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혹은 점점 더 세속화의 물결에 잠식되어가는 일부 목회자에 대한 그의 안타까움이 그에게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이중직 목회의 한계에 더 시선을 고정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현행의 이중직 목회 논의는 ‘목회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서구교회에 정착된 이중직 목회는 단기간의 급성장이 낳은 한국교회의 구조적 문제점과 탈근대라는 새로운 문화적 맥락에서 목회를 고민하는 목회자가 ‘목회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정의하려는 시대적 몸짓으로 해석될 수 있다. ‘먹고 사는 문제’와 ‘목회’를 분리된 서로 다른 영역으로 인식해 온 원로 세대에게, 이중직 목회는 ‘목회에 전념할 수 없는,’ ‘목회의 정도를 벗어난,’ ‘구조적 결함이 있는,’ ‘목회 아닌 목회’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변화된 맥락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목회’와 분리할 수 없는 통합된 영역으로 인식하는 현장 목회자에게, 이중직 목회는 성도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고 복음을 전파하고 전도의 접촉점을 마련하는 목회 현장이며, 동시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하는 삶의 현장으로 다가온다.

은퇴 이후에도 여전히 한국교회의 원로로 존경받는 그이기에, 이번 이재철 목사의 이중직 목회 관련 언급은 파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이 모든 목회자가 성숙으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승호 교수 (영남신대,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김승호 교수
영남신대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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